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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文대통령 사저 주민들 "왜 못오게 하죠? 반대할 이유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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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조용한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들 대부분 환영
일부 반대 목소리 정치적 의도 의심 "주민 한 명으로 받아들이면 돼"

문 대통령 양산 사저 앞 환영 현수막. 지금은 찬반 모든 현수막이 모두 철거됐다. 연합뉴스

 

"왜 반대하죠? 잊힌 사람으로 살고 싶다니까 이곳으로 와야죠. 우리 마을 대부분은 오길 바랍니다."

3일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내외가 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취재진이 이곳에서 들은 주민들의 말이다.

김모(70)씨는 "퇴임 후에는 자연인이니 우리가 모실 이유도 없고 조용한 이곳에 주민의 한 명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최근 벌어진 사저 공사 반대 현수막 논란 등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옆 동네 사람들은 반대할지 몰라도 평산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문 대통령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김 씨의 말처럼 이 마을은 심심할 만큼 고요했다. 아침 일찍부터 마을 주민 몇 명이 통도사 소유나 자신의 밭에 고추나 감자를 심으며 농사 짓는 모습 외에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 경호 시설 공사지. 이형탁 기자

 

인적이 드물다 보니 개구리가 우는 소리와 산들 바람이 나무에 스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더욱 마을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마을 자체가 영축산 바로 아래에다 주변이 소나무 군락으로 덮혀 있어선지 50여 가구가 모여있다고 하지만, 10가구도 채 살지 않는 것처럼 숨어있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면 "잊힌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뜻에 부합하는 마을처럼 보였다.

이처럼 조용한 마을에 시끄러운 잡음이 나기 시작 한 건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의 사저 건립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붙으면서다.

양산시 하북면에는 이장단 등 지역 단체는 '소통 부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사전 건립을 반대했다. 그러자 평산마을로 오는 걸 환영하거나 매곡마을로 다시 오라는 현수막도 나붙으며 혼란스러운 양상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결국은 개발 호재와 앞으로 치러질 대선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불편한 시선이 많다.

이형탁 기자

 

주민 60대 이모 씨는 "대통령을 왜 오지 못하게 하나. 타 동네에서 똑똑한 사람 못 오게 하는 거는 뭔가 개발 부분이나 정치적 부분에서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나"고 불만을 나타냈다.

오히려 평산마을 대부분 주민들은 공기 좋고 조용히 살고 싶어 이곳으로 왔고 문 대통령도 그 뜻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최모(72)씨는 "50년 정도 이곳에서 살았다. 일반인들도 부산에서 조용히 살고 싶어 이곳으로 오면 주민들은 환영해왔다"며 "대통령도 퇴임하면 일반인이고 조용히 살고 싶어 여기로 온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되물었다.

다만, 퇴임 후 문 대통령을 보러 올 방문객들이 많아지면 불편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80대 서모 씨는 "조용히 살면 좋겠는데 그러면 여기 오는 걸 찬성하겠다"고 했다.

70대 한 주민은 "퇴임 후에 자신을 찾는 방문객들이 좁은 도로에 사저까지 차를 타고 올라오면 매연을 뿜고 시끄러우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다"며 "지금 영축산 찾는 등산객들이 하는 것처럼 마을과 동떨어진 공터에 주차장을 마련해서 방문객들이 10~15분 걸어서 찾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는 양산시가 문 대통령 취임 후 현재 사저가 있는 매곡마을 좁은 도로를 확장하려 하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한 개발을 자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마을과 어울리고자 하는 뜻으로 추측된다. 평산마을에 짓는 사저 역시 마을과 주민,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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