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30일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현장. 윤창원 기자
경기 이천 물류창고 대형화재 참사로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은 한익스프레스가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의 불명예를 안았다.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가 모인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
이날 캠페인단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조치현황 자료를 토대로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을 원청업체의 산업재해로 합산해 계산한 결과 한익스프레스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 등을 여러 층에서 동시에 진행하다 화재가 발생해 하청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 희생자 합동 영결식. 이한형 기자
캠페인단은 지난해 12월 선고된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한익스프레스 관계자로 기소된 팀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8개월, 사회봉사 400시간 이수만 선고한데다, 이마저도 집행유예를 둬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한익스프레스에 이어 오뚜기 물류서비스와 포스코가 각각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 최악의 살인기업 공동 2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GS건설, 창성건설, 현대건설, 현대중공업이 공동 4위(사망자 4명), SK건설, 금호산업, 두산건설, 대우건설, 오렌지엔지니어링, 현대엘리베이터가 공동 8위(사망자 3명)였다.
특히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순위에 오른 13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82명 중 79명(96%)이 하청업체의 노동자로,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했다.
연합뉴스
아울러 지난해 4명의 노동자가 숨진 쿠팡에는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이 주어졌다.
캠페인단은 "쿠팡에서는 239건의 산재 신청이 있었고, 지난해 1년 동안 119구급차가 77번 출동해 닷새에 한 번꼴로 응급환자가 발생할 정도"였다면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고, 은폐되는 사고까지 고려한다면 쿠팡에서 일하다 다치는 노동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84명의 노동자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관련 확진자가 총 152명으로 늘어났는데, 부족한 방한복을 돌려 입은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올해도 1월 50대 노동자가 보온 대책 없이 추위 속에 일하다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쿠팡은 "숨진 노동자가 가져간 보온도구를 도난을 우려해 반입 금지 시켰다"는 해명을 내놓아 지탄받은 바 있다.
캠페인단은 "지난해 노동자의 산재 신청에 대해 쿠팡이 제출한 68건의 불인정 의견서 중 53건(77.9%)이 산재로 인정될 정도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반성은커녕 노동자 탓하기로 일관했다"며 "쿠팡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다루고 유족의 목소리를 전달한 17건의 언로보도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