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로 오스카까지…윤여정이 남긴 기록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한국 배우 최초 영·미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유일한 동양인 배우 후보로서 일궈낸 쾌거
오스카 여우조연상 부문 3번째 고령 수상자
6번째 외국어 연기 수상자 기록도
"연기자로서 50년 한 길…롤 모델의 모습 보여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세계 영화사를 바꾸는 기록의 연속이었다.

지난 26일(한국 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배우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윤여정이다.

영화에서 윤여정은 그가 맡은 할머니 순자를 일반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으로 그려냈다. 윤여정의 연기를 두고 미국 시사 매거진 아틀란틱은 "솔직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순자의 캐릭터는 제이콥의 가정에 예상치 못한 역동성을 더한다"며 "'미나리'가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화라면, 윤여정은 자신의 가족사를 자신의 역할에 투영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점이 오스카뿐 아니라 세계 영화계를 사로잡았고, 결국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윤여정은 '미나리'를 통해 오스카를 포함한 각종 시상식과 영화제에서 총 42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매우 윤여정.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트위터·BBC ONE LIVE

 

◇ 오스카·영국 아카데미 닮은 꼴…한국 배우 '최초' 후보-'최초' 수상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은 한국 배우 최초로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후보에 오른 첫해에 한국 배우 최초 수상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만큼 윤여정이 연기한 할머니 순자는 한국을 넘어 오스카까지 사로잡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는 뜻이다.

특히 후보에 오른 다섯 명의 배우 가운데 윤여정은 유일한 동양인 배우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에 올라 수상까지 거머쥔 것은 제30회 시상식 당시 '사요나라'에 출연한 일본 출신 우메키 미요시이며, 윤여정은 아시아계 배우 출신으로서는 두 번째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

이와 닮은 꼴 수상이 앞서 있었다. 윤여정은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받았는데, 한국 배우가 영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것도, 수상자가 된 것도 윤여정이 '최초'다. 역시나 후보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처음으로 동양인 배우가 수상한 건 1983년 제36회 영국 아카데미에서 영화 '간디'(감독 리차드 아텐보로)에서 열연한 인도 배우 로히니 해탠가디다. 윤여정은 로히니 해탠가디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동양인 배우가 됐다.

또한 윤여정은 미국 4대 조합상 중 하나인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조세핀 헐, 페기 애쉬크로포드, 윤여정. IMDb·판씨네마㈜ 제공

 

◇ 3번째 고령 수상자·6번째 외국어 연기 수상자

만 73세 나이의 윤여정은 오스카 여우조연상 역사상 세 번째로 나이 많은 수상자가 됐다.

1950년 영화 '하비'(감독 헨리 코스터)의 조세핀 헐이 제23회 아카데미(1951) 여우조연상을 받을 당시 나이가 74세며, '인도로 가는 길'(감독 데이비드 린) 페기 애쉬크로포드는 제57회 아카데미(1985)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가 77세였다.

1971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충무로에 입성한 윤여정은 50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자기만의 확고한 연기 스타일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캐릭터가 가진 전형성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과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노년 여성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한계 속에서도 윤여정은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미나리'에서 맡은 할머니 순자가 바로 그것이다. 봉준호 감독도 이를 두고 "배우 윤여정 55년 연기 인생에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사랑스러움이 오스카에 전해진 결과가 한국 배우 '최초' 수상이다. 젊은 배우들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27일 CBS노컷뉴스에 "윤여정은 젊은 배우들과 같은 종류의 스타성을 가진 배우는 아니다. 결국 50년 이상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고, 그게 수상으로 이어졌다"며 "연기자로서 저렇게 한 길을 오랫동안 걷다 보면 지금 주목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는 롤 모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스카에서 윤여정이 수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연기력이었다. 한국인 캐릭터, 한국어 대사라는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오스카 예측 전문 매체 골드 더비는 "오스카의 영광을 향한 길에 장애물은 없었다"고 표현했다.

이번 결과로 윤여정은 영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한 영화에서 수상한 6번째 배우가 됐다. 특히 유럽권 언어가 아닌 동양권 언어로 연기해 수상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윤여정에 앞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해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는 이탈리어를 사용한 '두 여인'(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의 소피아 로렌 '대부 2'(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로버트 드니로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로베르토 베니니, 스페인어를 사용한 '트래픽'(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베니치오 델 토로, 프랑스어를 사용한 '라비앙 로즈'(감독 올리비에 다한)의 마리옹 꼬띠아르가 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