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찾아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말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공석이 된 법제사법위원장을 당 내에서 새로 선출할 태세다.
국민의힘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되찾겠단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에도 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선출을 강행하다면 여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與 "정권 말 '민생정책'만이 해답"…법사위원장 포기 불가 방침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2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날짜상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뽑을 가능성은 있다"며 "원내대표가 조만간 원내수석부대표와 논의해서 정무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정권 말에 새로운 인물을 찾긴 힘든 상황이라 결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정책만이 답"이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양보할 수 없다는 기류가 당내 팽배하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마지막으로 심사하는 '입법 수문'의 역할을 해 '상원'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민주당이 지난해 '오만', '독선'의 부담도 감수하고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7개 상임위 자리를 '싹쓸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차기 법사위원장에 박광온·김경협·정청래 등 거론
민주당 안에서 차기 법사위원장 유력 후보로는 3선의 박광온·김경협 의원이 거론된다.
지난해 8월부터 당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 의원은 다음달 2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지면 보직에서 물러난다.
또 지난해 사무총장을 맡느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3개월밖에 소화 못한 만큼, 곧바로 상임위원장을 맡는 모양새도 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석이 빈 채 진행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경협 의원은 윤호중 원내대표와 같은 대표적 친문(親문재인)으로 꼽힌다. 국정 말기 원활한 입법 활동을 위해선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의 호흡이 필수적인 만큼, 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당내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만, 김 의원이 지난 1월 국회 정보위원장에 선출된 터라 임기 시작 3개월 만에 사퇴하는 건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외 4선의 우상호 의원과 3선의 정청래·박완주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정 의원은 '강성 친문'이라는 이미지가 걸리고, 우 의원은 일찍이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져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野 원내대표 선거 전 강행?…與도 부담
민주당이 '여당 몫 법사위원장'을 고집하고, 국민의힘도 원(院) 구성 재협상의 최우선 조건으로 똑같이 법사위원장을 요구하고 있어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타이밍상으로도 좋지 않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민주당이 29일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채우는 모양새가 달가워 보일 리 없다.
물론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로 밀어붙여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 몫으로 강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여야 관계의 험로는 감수해야한다. 최근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법사위원장 선출을 비롯한 원 구성 재협상이 다음 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