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서복' 삶과 죽음을 둘러싼 욕망에 관하여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죽음을 미리 안다면 우리는 잘 살 수 있을까. 반대로 죽음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우리는 회한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죽음 그 자체보다 '삶'일 수도 있다. '서복'은 죽음과 삶, 이를 둘러싼 두려움과 욕망의 실체를 되묻는 영화다.

과거의 사건으로 생겨난 트라우마를 안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기헌에게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킬 임무가 주어진다. 조건은 그의 질병을 치료해주겠다는 것이다.

살 수 있다는 희망에 기헌은 서복을 맡았다.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공격을 받으며 예정에 없던 서복과의 동행이 시작된다.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난 서복과 하루빨리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살아나고 싶은 기헌의 기묘한 동행은 서로에게 구원의 여정이 되어간다. 이들의 동행은 다시 말해 죽음과 삶이 어떻게 대척점이 아닌 하나의 길로 들어서는지의 과정이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서복'은 복제인간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를 갖고 죽음과 삶, 서로 대척점에 놓인 듯 보이지만 살아 있는 존재라면 함께해야 할 숙명적인 두 단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처음부터 죽음과 삶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들이 지닌 여러 두려움과 욕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각 인물과 그들의 두려움, 욕망을 통해 관객들에게 서로 다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영화 속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인물들은 불로와 무병, 영생의 존재인 서복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두려움과 욕망을 내던진다. 서복이라는 한 존재를 모두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들이 보고자 하고 갖고자 하는 것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서복을 둘러싼 주요 인물들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기헌, 서복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정보국 요원 안 부장(조우진), 서복의 탄생과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 책임 연구원 임세은 박사(장영남), 서복의 소유권을 지닌 서인그룹의 대표이사 신학선(박병은), 대기업 서인그룹 회장(김재건)이다.

이들은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 인류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내가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임세은 박사의 경우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과 자신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삶에 대한 죄책감 등에 둘러싸여 있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기헌이 가진 표면적인 두려움, 즉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는 사실 삶에 대한 회한과 두려움이 더 크다. 기헌이 가진 트라우마를 그리는 장면과 이를 서복에게 고백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그가 자기 삶으로부터 도망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삶조차 외면하려 했기에 죽음은 더더욱 마주 볼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서복을 통해 사적이면서도 자본주의적인 욕망을 이루려는 서인그룹 회장의 모습은, 사실 인간이 진정으로 극복해야 할 것은 질병이나 노화, 죽음이 아니라 탐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집착이 변질되며 가질 수 없는 영원을 손에 쥐려 애쓴다.

죽음과 삶이 서로 반대편에 놓여있는 듯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삶이 함께하는 게 당연하듯 죽음도 마찬가지다. 죽음 그 자체가 주는 막연함과 공포보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살아있는 내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더 크게 작용한다. 이는 기헌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죽음과 삶이라는 다른 듯 보이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동행할 수밖에 없는 관념과 물음에 관한 우화다. 두려움과 욕망이라는 모든 인간이 지닌 양면적 속성에 관해서도 계속 되묻는다. 두려움과 욕망으로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겁과 욕심은 인간이 삶을 지속해 나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그렇게 서복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 즉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죽음과 삶에 대한 시선마저도 바꿀 수 있음을 질문하고 보여주고 고민하게 만든다. 그만큼 서복의 의문, 서복의 말, 서복을 대하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서복은 무한한 삶이 오히려 더 두렵다고 말한다. 자신은 의미 있는 존재, 실험체가 아닌 서복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결국 이야기는 다시 돌아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라고 웅변한다. 어떤 삶을 사느냐, 혹은 삶을 어떻게 바라볼지가 죽음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임을 말한다.

죽음과 삶, 기헌과 서복 사이에서 쉽게 한쪽으로 의견을 내리기 어려운 인물이 바로 안 부장이다. 그는 서복의 존재가 전 세계에 드러날 경우 다가올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두려워 서복을 처리하려 한다. 물론 자신의 신상에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있지만, 서로 다른 욕망을 투영하며 서복을 차지하기 위해 쉽게 폭력과 무력을 사용하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도 섞여 있다.

그렇기에 어느 쪽에 서서 서복을 보느냐에 따라 안 부장의 선악이 결정된다. 그만큼 서복을 둘러싼 두려움과 욕망의 층위가 단순하지 않고 무수히 많은 고민과 질문들이 뒤엉켜 있음을 보여준다.

으레 '복제인간'을 떠올리면 곧바로 연상되는 할리우드 SF나 액션 블록버스터류의 영화를 기대한다면, '서복'은 다소 실망스러운 영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SF라는 장르가 갖는 미덕은 단지 오락적인 쾌감뿐 아니라 시대와 인간, 오래된 욕망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비틀어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서복'이 가진 다른 성격의 재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14분 상영, 4월 15일 극장·티빙 동시 공개, 15세 관람가.
영화 '서복' 포스터. CJ ENM 제공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