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한부모가구 비율 추이. KDI 김인경 연구위원 제공
해소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부 갈등이 심각하더라도 어린 자녀를 위해 혼인 관계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는 아동의 성장 환경으로는 '양부모가족'이 낫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며, 그만큼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상당하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서 '한부모가족 자녀를 자신이나 자녀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은 78.3%였다.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한부모가족 자녀를 자신이나 자녀 배우자로 받아들이는 데 호의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아동은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에서 자라야만 잘 자란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71.8%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는 한부모가족으로서 자녀가 동네, 학교나 보육시설에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이 17%나 됐다.
이런 통념이나 편견과 달리 적어도 '갈등이 심각한' 양부모가족에서 한부모가족으로 이행이 아동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인경 연구위원이 13일 'KDI 정책포럼'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2010년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시작해 2016년 이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7차에 걸쳐 시행한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한부모가족으로 이행이 아동 발달에 미치는 효과. KDI 김인경 연구위원 제공
양부모가족에서 한부모가족으로 이행할 확률이 비슷하면서 실제 한부모가족으로 이행한 집단과 양부모가족을 유지한 집단 간 아동 발달 척도를 비교했다.
비교된 아동 발달 척도는 건강, 학습습관, 정서문제 등 9개였다.
분석 결과 한부모가족으로 이행 시 '학업시간 관리'는 어려워졌지만, '주의집중'은 개선됐고 다른 발달 척도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주의집중의 경우 한부모가족으로 이행이 14.4% 상승으로 이어졌다.
김인경 연구위원은 아동이 한부모가족이 되면서 고질적인 부모 갈등에서 벗어나 애정을 지닌 보호자와 함께 살면서 주의집중이 개선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동에 대한 보호자의 평균적인 학대 수준 또한 한부모가족으로 이행하면서 8.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부모가 심각하고 반복적인 갈등을 겪더라도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좋다는 통념과 다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부모가족으로 이행으로 학업시간 관리 역량은 8.5%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인경 연구위원은 "한부모가족 아동 학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가사 지원 서비스 확대' 등 정책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