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촛불로 다시 타오른 전태일의 삶…'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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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태일' 대학로서 조용한 반향
대학로 TOM 2관에서 5월 2일까지

플레이더상상 제공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1948~1964)은 이 구호를 외치며 분신했다. 그 후 50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 곳곳 또다른 전태일들의 신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대학로 TOM 2관에서 개막한 후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음악극 '태일'은 노동운동가 전태일이 아닌 인간 전태일의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무대에는 2명의 배우만 등장한다. 남성배우 4명(진선규·박정원·강기둥·이봉준)은 '태일'을, 여성배우 4명( 정운선·한보라·김국희·백은혜)은 태일이 삶의 굽이굽이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연기한다.

극의 전개 방식이 독특하다. 배우들은 '태일'과 '태일이 만나는 사람'을 연기하면서 중간중간 화자가 되어 짧지만 선명한 태일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되짚는다. 태일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배우는 태일이 되고, 관객은 태일의 삶에 동화된다.

극중 태일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간직했던 사람이다. 태일의 인간적인 매력은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녹아들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가슴 찡한 감동을 불러오는 장면이 적잖다.

플레이더상상 제공

 

어려운 형편 탓에 학교 입학과 중퇴를 반복하던 태일이 14살 때 청옥공민학교 야간학교에 들어간 후 행복해하는 장면, 서울에서 식모살이 하는 엄마와 마루 밑에 가마니 깔고 나란히 누워 행여 추울세라 서로 담요를 덮어주는 장면, 재단사가 된 후 차비를 털어 배 곯는 견습공(시다)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는 장면, 잠바집 처녀 금희와의 소박한 '찬합 데이트'조차 스스로 사치라고 여기는 장면 등이 그렇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진선규는 '실제 전태일이 저런 모습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순수하고 정의로운 태일의 모습을 잘 살려냈다. 1인 다역의 김국희는 배역의 특징을 잘 짚어내 여러 인물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배우들이 진행하는 '원동력 타임'은 또다른 볼거리다. 전태일이 지옥과 다름 없는 평화시장의 참혹한 노동현실을 알게 된 후 노동운동에 투신했듯, 배우들은 극에서 잠시 빠져나와 객석을 바라보며 '각자 삶에서 원동력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배우들은 태일이 중요한 선택이나 결심을 할 때마다 촛불을 켠다. 110분의 공연이 끝날 때쯤이면, 무대는 일렁이는 촛불로 가득 찬다. 촛불로 다시 타오른 전태일의 삶을 되새기며 관객들도 가슴 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두길.

2017년 소극장 '천공의 성'에서 트라이아웃 공연한 이 작품은 2019년 전태일 기념관 개관작으로 관객에게 선보였다. 장기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소영 연출과 장우성 작가, 이선영 작곡가가 결성한 '목소리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이다. 목소리 프로젝트는 동시대에 귀감이 되는 실존 인물의 삶을 무대에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로 TOM 2관에서 5월 2일까지.
플레이더상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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