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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업]"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지구를 갈아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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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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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t 화물차 2300만 대, 전세계 1년간 음식 쓰레기로
음식 쓰레기 매립 시 메탄가스 발생…온실효과 CO₂ 23배
하수관 망가지는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2013년 허용
거름망 없앤 불법 기계 유통…하수도 오염 가속화

가지치기 한 가로수 대부분 일찍 죽거나 썩어
도시의 얼굴인 가로수, 왜 살을 도려내나?
탐욕과 무지로 물든 도시? 가로수가 죽어간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홍수열 쓰레기박사, 공원국 작가


◇ 김종대> 쓰레기 난세, 전세 난세, 기후 난세. 난세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민을 역사 속에서 살펴보는 난세의 역사. 오늘도 초원의 바람 같은 자유의 영혼 공원국 작가, 외롭지 않은 지구 지킴이 홍수열 쓰레기박사 나오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 홍수열> 안녕하세요.

◆ 공원국> 안녕하세요.

◇ 김종대> 오늘 주제가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한 얘기네요. 먼저 홍수열 소장님. 음식물 쓰레기 문제 지적하고 싶다고요?

◆ 홍수열> 원래 UN에서 3월달에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게 있어요. 그러니까 2019년 기준으로 해서 전 세계에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9억 3000만 톤이다.

◇ 김종대> 그렇게 많습니까?

◆ 홍수열> 9억 3000만 톤이다라고 하는 것은 40톤 화물차 2300만 대 분량.

◇ 김종대> 2300만 대. 상상이 안 가네요.

◆ 홍수열> 일렬로 세우면 지구 7바퀴 돌릴 수 있는 그런 분량들이 배출되고 있다는데요. 이 자료를 가지고 제가 우리나라 자료를 한번 환산을 해 봤어요. 우리나라가 연간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량이 600만 톤이거든요?

◇ 김종대> 600만 톤.

◆ 홍수열> 우리나라의 식품 총소비량이 3200만 톤이에요. 딱 대비하면 우리나라도 18% 정도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강남구(구청장 정순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관내 소형음식점 9800여개소를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음식물쓰레기 무상수거를 오는 12월까지 연장한다. 2020.9.14 [서울 강남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김종대> 참 부끄러운 수치네요. 어떤 데는 막 식량이 없어서 굶는다고 난리인데. 우리 공 작가님, 중앙아시아 유목민들하고 함께 생활하셨죠? 거기서도 쓰레기 나옵니까?

◆ 공원국> 유목민도 그렇고 중앙아시아도 그렇고 요즘 완벽한 유목민은 없지만 목축지대에 있는 분들은 쓰레기를 좀 만들기가 힘듭니다, 구조적으로. 일단 먹는 것이 단순하고요. 예를 들면 유제품을 발효시켜서 먹고 너무 발효되면 다시 고체로 만들고 고기는 금 같은 거니까 고기를 버리는 거는 상상 못하고 뼈까지 다 고아서 먹고 뼈는 또 개한테 주고. 산 많은 데서 버섯은 어차피 먹을 만큼만 따니까. 심지어 거기 습관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면 말젖 같은 거는, 말젖 같은 거는 한 방울도 땅바닥에 흘리면 대단한 실례가 됩니다. 그래서 말젖 먹일 때는 혀로 바닥까지 다 닦아 먹어야 됩니다.

◇ 김종대> 아니, 그러면 버릴 게 없네요. 거기는.

◆ 공원국> 고아진 뼈, 칼슘만 거의 순수 칼슘 형태로 초지에 버려져서 다시 땅으로 흡수된다 그렇게 보실 수 있겠습니다.

◆ 홍수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가 농촌 중심의 사회는 괜찮아요.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있는데 도시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화되는 경향이 생기는 거죠.

◇ 김종대> 그런데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건 안 썩어요.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는 썩거든요. 그러면 이거 사실은 미세플라스틱 이런 문제에 비해서는 그래도 좀 중요도가 덜 한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홍수열> 땅은 두 가지 문제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식량 낭비잖아요. 그러니까 한쪽에는 극단적인 기아로 고통받는 세상이 있고 또 한쪽에는 음식물이 쓰레기로 마구 버려지는 불균형한 세상의 문제가 하나가 있는 것 같고요. 다음에 플라스틱처럼 썩지는 않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썩음으로 인해서 또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환경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 김종대>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 홍수열>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을 하게 되면 공기가 통하지 않는 조건에서 혐기성 풍해가 일어나면서 메탄가스가 생산돼요. 이게 매립 가스로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이산탄소보다 메탄가스가 온실효과가 23배 높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강력한 온실가스가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으로 인해서 발생을 하는 거죠.

◇ 김종대> 이거 심각하네요. 그러니까 안 버리는 만큼 오히려 지구를 지키는 이런 어떤 명확한 관계가 드러나는데. 그런데 일단은 이 자체는 낭비 아닙니까?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이 버린다. 그렇다면 그 어마어마한 낭비, 이 경제적 손실 이거 얼마나 될까요?

◆ 홍수열> 일단은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한 번 추산을 해 봤는데 전 세계적으로 식량 낭비로 인해서 발생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 달러.

◇ 김종대> 1조 달러.

◆ 홍수열> 약 1000조가 넘어가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한번 추정을 해 봤는데 한 20조 정도의 낭비가 발생을 하고 있다.

◇ 김종대> 20조 원. 우리 재난지원금보다 많아요. 그 돈이면 우리 추경 안 해도 재난지원금도 줄 수 있는 돈인데 엄청나네요. 공원국 박사님, 이렇게 식량이 늘어날수록 물과 에너지 소비 많아지고 탄소 발생한다 이런 얘기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공원국> 제가 물발자국 네트워크에서 대충 만들어놓은 자료를 한번 보니까요. 달걀 1kg를 생산하는 데 물 2.7톤이 든다고 해요. 커피 한 잔에 물 140L. 놀라운 건 쇠고기인데. 쇠고기는 15톤이 든답니다, 쇠고기 1kg에.

그런데 만약에 소고기 1kg를 버린다고 그러면 물 15톤을 이렇게 이렇게 작업해서 만들어놓은 고기를 버리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다른 제철 이게 거기서 나오는 문제보다도 만들면서 어마어마하게 지금 자원을 쓰고 있다. 그런데 거기다가 물발자국 말고 뭐 살충제 발자국, 화학비료 발자국 그리고 온갖 발자국을 다 합치면 음식물이라는 것은 원래 버려서는 안 되는 거다, 무조건 다 먹자. 그리고 남는 것도 따로 처리해야 됩니다.

 


◆ 홍수열> 이거를 탄소 발자국으로 환산을 하면 식품의 생산과 사용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 정도 차지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 김종대> 엄청나네요, 4분의 1이 넘어요.

◆ 홍수열> 어마어마한 양이죠.

◇ 김종대> 그러면 이렇게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면서 만든 쓰레기 버린단 말입니다. 그러면 이거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 홍수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분리배출을 하잖아요. 그러면 크게 세 가지로 이용이 되고 있어요. 가축의 사료로 이용이 되거나. 아니면 건조를 시켜서 혹은 발효를 시켜서 퇴비로 이용을 하거나 아니면 또 가스를 생성시켜서, 그러니까 메탄올을 생산시켜서 발효가스로 이용하거나 이 세 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자원화를 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퇴비로 이용하는 양이 제일 많습니다.

◇ 김종대> 퇴비 이용이 제일 많군요. 그러면 이 두 분의 경우에 이렇게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 매일매일 집에서도 직접 치우고 계시죠?

◆ 공원국> 저는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안 나옵니다, 일단. 사과 껍데기, 귤 껍데기 빼고는 일단 다 먹고요. 우리 아내, 자식들 다 쌀 한 톨도 못 남깁니다, 집에서는 못 남기고 다 먹고요. 그리고 남는 음식물은 이제 모아서 가꾸고 있는 텃밭으로 가져가서 퇴비로 활용합니다.

◆ 홍수열> 저는 결혼하기 전에 집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는 내가 다 치우겠다, 이렇게 약속을 하고. 결혼 승낙을 받았는데 요즘에는 그 약속에 발목이 잡혀서 등짝 스매싱을 많이 당하고 있습니다.

◇ 김종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밖에 할 말이 없네요. 그런데 최근에 보니까 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시켜서, 가루로 만들어서 하수구에 내버린다 이런 가정이 많다 그래요.

◆ 홍수열> 오물 분쇄기 혹은 디스포즈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가 귀찮잖아요. 그러니까 싱크대에서 갈아서 수돗물과 함께 하수도로 보내버리는 방식인데 원래는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하수로 버리면 하수도의 오염 부하가 커지기 때문에 하수관이 망가지거든요. 그래서 금지시켰어요.

◇ 김종대> 금지시켰어요.

◆ 홍수열> 그러다가 2013년부터 허용이 되었는데요.

◇ 김종대> 또 허용이 돼요?

◆ 홍수열> 허용이 된 계기는 원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어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2개였거든요.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허용해 주겠다. 그다음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철폐하겠다. 그다음에 오물 분쇄기,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구로 내려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라고 대선공약을 한 거고요. 그 결과로 2013년에 마침내 그 족쇄가 풀려버립니다. 그래서 보급이 시작되기 시작했고 그게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보급이 되었는데 그냥 무한정 풀어준 게 아니고 족쇄를 하나 걸기는 걸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간 다음에 건더기의 20%만 내려보내라, 80%는 걸러서 다시 음식물 쓰레기로 빼내라라고 한 건데요. 갈아서 음식물 쓰레기 건더기 80% 빼내면 갈아서 내려보내는 편리함이 없어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불법 기계가 기승을 부립니다. 그러니까 검사를 받을 때는 거름망을 설치했다가 실제 가정에서 설치할 때는 거름망을 빼버려요. 이런 불법 기계가 현재 판을 치고 있어서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종대> 아니, 불법 기계가 판을 치고 있다? 단속이 제대로 안 되나요?

◆ 홍수열> 가정으로 쳐들어가서 싱크대를 열어서 이것을 단속할 수 있는 배포가 큰 공무원이 없는 거죠, 지금. 개별 가정을 단속해야 되는 거라서 쉽지는 않은 거죠.

◇ 김종대> 되돌릴 길은 없습니까?

◆ 홍수열> 환경부에서 금지하려고 검토를 하고 있는데요. 저는 빨리 규제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께서도 불법 기계는 쓰시면 안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구로 버리는 것은 지구를 갈아서 버리는 것과 같다, 이렇게 이해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종대> 이 말씀만 기억하면 될 것 같아요. 정말 아주 표현이 기가 막힙니다. 공원국 박사님이 준비하신 주제로 한번 넘어가볼까요? 나무에 관한 이야기 준비하셨다고요.

◆ 공원국> 가지치기에 관한 건데요. 사실 지금 유실수 가지치기 저도 잘 모르지만 열매를 먹기 위해서 하긴 해야 되는데 가로수 가지치기, 도서관 나무 가지치기, 고궁 안 가지치기, 이런 것들은 사실 가지라는 게, 나무라는 게 간단히 말하면 나무도 인체하고 똑같습니다. 껍데기는 바깥 껍데기는 병균을 막고, 외피. 그 다음에 안에 속껍질은 우리 피부하고 똑같은 거고요. 그리고 그 안에 변재 부분은 살이고 심재 부분은 죽어 있는 거거든요. 그게 뼈인데 몽땅 잘라버리는 겁니다. 옷 벗겨서 피부하고 살 가리지 않고 확 잘라버리면. 그 안으로 부후균이 들어가고. 우리는 또 여름이 길고 비가 많이 오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들어오면 몇 가지 침엽수를 제외하고는 100% 이 친구들은 오래 살지 못합니다.

◇ 김종대> 일찍 죽어요?

철새 떼 탓에 베어낸 나무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철새 떼로 인한 소음, 악취 등 주민 불편이 이어지자 화단의 나무를 베어냈다. 2021.4.7 pch80@yna.co.kr(끝) 연합뉴스

 


◆ 공원국> 네, 일찍 죽고 속이 다 썩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로수를 왜 하느냐 하면 먼지를 막고 소음을 막고 그리고 또 도시 온도를 떨어뜨리고 미관인데 가지를 자르면서 그 모든 효과가 사라지는 거죠.

◇ 김종대> 아니, 그러면 가지치기 실제로 주변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 공원국> 어마어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창덕궁 옆에 살고 매일매일 창덕궁 봄이 되면 기계음만 들리면 뛰어가는데 왜 자르느냐고 일단 묻죠. 심지어는 이런 얘기를 해요. 이제 관람객들이 떨어지는 가지에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른다.

◇ 김종대> 가지가 왜 떨어져요?

◆ 공원국> 제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러면 전국의 수백만 등산가들 중에 떨어진 가지에 다쳐서 입원한 사람이 있으면 이런 걸 해라. 예를 들면 뭐 고궁이라는 건 우리의 뿌리고 얼굴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세계 도시 항저우에 있는 녹나무 같은 거, 베이징의 회양목. 알마티가 중앙아시아에 있고 어디는 참나무,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니까 뽕나무. 독일 공원에 있는 그 거대한 너도밤나무들 이런 것들은 도시의 얼굴이고 자부심이거든요. 수백 년 동안 안 건드렸고 앞으로도 안 건드릴 것이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 그런데 서울에 그런 나무가 어디 있습니까? 한 그루도 없는데 있는 데가 유일하게 종묘. 종묘인데 종묘의 참나무 가지치기도 다 했습니다.

◇ 김종대> 그것도 다 썩었어요?

◆ 공원국> 속이 다 썩었어요. 지금 수백 년 동안 살아왔지만 앞으로 수백 년 살 가망은 없다는 거죠.

◆ 홍수열> SNS에 그룹이 있어요. 가로수 가지치기 피해 시민 제보 그룹이 있어요. 저도 가입돼 있는데요. 거기 들어가보면 매일매일 과도한 가로수 치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사진을 찍어서 계속 올리고 있어요. 그 사진들을 보면 진짜 굳이 이렇게 잘라야 되냐. 그러니까 나무의 목소리가 들리죠. 이렇게 자를 거면 심기는 왜 심었냐라고 할 정도로 그냥 몸통만 남기고 가지를 다 잘라버리거든요. 그러니까 하늘로 가지가 뻗어나오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니까 이익이 침해당한다고 보는 거죠. 한전 같은 경우에는 전선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지를 잘라야 된다라고 주장을 하는 것이고. 간판 가린다고 잘라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가로수 가지가 풍성함으로 인해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그동안 목소리를 안 냈거든요. 그런데 시민들이 보다 못해서 이제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거죠.

◇ 김종대> 그렇게 서울이 아주 참혹할 정도로 가지치기가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황당한 사례가 있다면 하나 더 소개해 주시겠어요?

◆ 공원국> 저는 지금 우리 애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초등학교라고 하더라고요.

◇ 김종대> 오래됐나 봐요.

◆ 공원국> 서울재동초등학교인데 거기 은행나무 중동이가 다 잘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기존에 있는 분들은 지켰겠죠.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새로) 온다, 누가 바뀐다 그러면 먼저 하는 게 가지치기인데 그분들이 가지만 치면 저는 아무 말 안 하겠습니다. 몸통치기를 하면서 가지치기라고 해요. 영어로 토핑이라고 그러는데 지금 전 세계 큰 도시들은 이걸 금했습니다, 이제는. 그런데 이걸 아주 당당하게 퍽퍽 자릅니다.

◆ 홍수열> 강한 전지라고 하는데요. 도시에 있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가로수는 괜찮아요. 산림청의 지침에 따라서 강한 전지를 좀 조정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자체가 관리하지 않는 가로수들. 건물 주변에 심었던 나무들.

◇ 김종대> 사유지 이런 데.

◆ 홍수열> 아파트 단지 내의 나무들. 이런 나무들은 소유주 마음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굉장히 강한 몸통치기를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도시 내 전체의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한 가로수 보호법을 제정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와요, 요즘.

◇ 김종대> 가로수 보호법까지 얘기가 나오는데요. 그런데 이유가 뭘까요? 가만 놔두면 좋을 거를 갖다가 몸통만 남겨 놓으면 보기도 흉하고 혜택도 여러 가지 없어지고 이런데 왜 이런 일들을 거의 자해적인 행위를 합니까?

◆ 공원국> 저는 반은 약간의 좀 지나친 탐욕, 예를 들면 간판을 가린다, 우리 가게에 빛이 안 들어온다 이런 건 약간 탐욕이니까 이해가 되는데 반은 또 무지도 있습니다, 무지. 잘라야 좋은지 아는 분들도 많아요, 실제로. 자르면 좋지 않은데. 저는 되게 학교에서 자르는 게 제일 슬픈데 우리 학생들한테 생명을 존중해야 된다, 아껴야 된다, 개미도 뭐가 있다 이러면서 저런 큰 나무들을 잘라요. 그러면서 야, 꽃이 예쁘지 예쁘지 하는데 나무도 막 자르면서 저는 그걸 볼 때마다 야, 애들도 너 크면 너무 잘나면, 너무 뻗으면 잘린다, 이런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하지 마, 그냥 똑같은 크기, 똑같이 깍두기처럼 다다다닥 이렇게 레디메이드로 이렇게 가, 이런 경고 메시지 같아서 좀 볼 때마다 가슴이 찌릿찌릿합니다.

◆ 홍수열> 가로수치기 하는 업체 문제도 있지 않을까요?

◆ 공원국> 업체들의 수임 체계에도 굉장히 문제가 있더라고요. 일단 많이 자를수록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받습니다. 처리 비용도 많이 받고. 그런데 많이 자르는 게 나무는 많이 자를수록 쉬운 거거든요. 높이 올라가서 하나하나 자르기 힘들지 않습니까? 우리 업체도 살고 나무도 살려면 자르기 아주 섬세하게 하고 돈은 확실하게 주자. 그 대신 나머지 안 잘라도 될 부분들은 해 주고 업체도 살고 나무도 살고 우리같이 마음 약한 사람들도 살고 이런 식으로.

◇ 김종대> 꼭 가지를 가혹하게 치는 게 사람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런 태도가 될까 이런 걱정까지 하시니까 아주 가슴에 다가옵니다. . 저는 의외로 이런 어떤 나무의 천국이 싱가포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면 식물원도 훌륭하고 도시의 가로수가 4중으로 돼 있어요. 키 작은 나무, 큰 나무 해서 빽빽하게 심어놓는데 너무 부럽더라고요.

◆ 공원국> 그렇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공원국 역사인류학자 (사진=뉴스업 유튜브 캡처)

 


◇ 김종대> 우리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이게 도시숲이라는 게 지금 이번에 보궐선거에서도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트 얘기만 나와서. 아까 해외 가로수 얘기 해 주셨는데요. 뛰어난 가로수의 외국 도시 다시 한 번 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공원국> 모스크바는 이중 가로수의 도시고요. 옛날 소비에트 혹은 북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마는 계획도시들은 다 이중 가로수로 돼 있어요. 그래서 다 들어가면 기분이 기가 막히죠. 그리고 예를 들면 불가리아 같은 데 바로나 같은 데는 뽕나무 가로수들이 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몇 아름드리가 돼요.

◇ 김종대> 뽕나무 작잖아요.

◆ 공원국> 뽕나무가 잘다고 생각하는 게 잘라서 그렇습니다. 안 자르면 뽕나무가... 어마어마합니다.

◆ 홍수열> 오디 열매 못 따요, 너무 높아서.

◆ 공원국> 이렇게 뽕나무가 동쪽에서 여기 와서 이렇게 여기서... 그리고 불가리아가 거대 비단 생산지입니다. 그래서 나무가 이런 나무들이 세상에 한국 빼고는 다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종묘에 다 있죠. 종묘의 나무도 잘렸다는 게 제가 가슴이 아프죠.

◆ 홍수열>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도시의 주인이 건물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니까 건물을 위주로 생각하니까 가로수가 건물을 가리는 게 싫은 거죠.

◇ 김종대> 그러네요. 이제 그 이유를 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내내 궁금했어요.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공 작가님께서 이런 어떤 숲에 관한 어떤 사례,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있으시다고요?

◆ 공원국> 저는 역사적인 것보다 이제 유명한 우리 무슬림 시인이면서 수피 신비주의 시인인 루미의 시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 김종대> 누구요? 다시 한 번.

◆ 공원국> 루미. 메블라나 루미의 시에 도끼와 톱에 잘려간 나무를 보고 나무야, 너는 발이 있고 날개가 있었으면 그런 해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이런 시가 있더라고요. 나무는 잘려도 그 자리에 있으면서 우리가 어떤 해를 끼쳐도 그 자리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받는 만큼 나무를 우리 최소한 말 못 하는 우리 갓난아기처럼 생각해 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홍수열> 그러니까 부동산 가치 올려서 돈 벌 생각만 하지 마시고 도시 내에서 자연과 좀 공존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김종대> 알겠습니다. 봄꽃 핀 나무들 사진 찍는 것도 좋지만 우리 주변의 가로수들 한번 살펴봐야겠네요. 공원국 작가, 홍수열 소장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 공원국> 감사합니다.

◆ 홍수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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