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트랜스젠더도 여성"…강간죄 첫 인정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민법상 호적정정신청 인정 이후 형법상으로도 전환 성별인정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성전환자 이른바 트랜스젠더도 형법상 여성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성전환자에 대한 강간죄도 성립한다는 국내 최초의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지난 2006년 대법원이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신청을 받아들여 트랜스젠더가 민법상 전환한 성별로 인정된데 이어, 형법상으로도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돼 상위 법원에서의 판단이 주목된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는 18일 돈을 훔친 뒤 집안에 다시들어가 성전환자인 김모(58)씨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신모(28)씨에 대해 절도죄와 주거침입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보통의 여성처럼 성행위가 가능하고, 실제로 삽입에 의한 성적 침탈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여성으로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 "여성 정체성 확고…남성 재전환 가능없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제로 피해자인 김 씨는 유아기때부터 여자옷을 입고 다니는 등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해왔으며, 20대 중반이던 1974년 정신과 병원에서 정신분석과 심리치료 등을 거쳐 성전환증 환자진단을 받고, 성형외과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김 씨는 수차례 성전환 수술과 호르몬 요법을 시행해 왔으며, 30년 동안 여성 무용수로 활동해오면서 한때 한 남성과 10년 간 동거생활을 하면서 성관계를 유지해 왔고, 성생활에 만족을 느끼는데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김 씨가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느끼고 있으며, 남성으로의 재전환 가능성이 없는 점, 여성의 외부성기를 갖추고 성생활에도 문제가 없는 점, 주민들과도 여성으로서 생활하면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사회적 심리적으로 여성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미 대법원에서도 지난 2006년 6월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신청을 받아들여 성전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성별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피해자를 강간죄의 피해자로 인식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생물학적 성별만 인정한 앞선 대법원 판례 뒤엎어

그러나 이는 지난 1996년 6월 대법원이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내외부 성기의 구조, 여성으로의 생식능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성전환자는 강간죄 규정의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상위 법원에서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신 씨가 1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항소를 포기할 경우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이 된다.

한편, 제5형사부 재판장인 고종주 부장판사는 지난 2002년 성전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성별을 인정해 국내 최초로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어, 이날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 인정으로 민법상 트랜스젠더의 전환 성별을 최초로 인정한데 이어 형법상으로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향적 판결을 내린 법관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재판부는 또 앞서 부부간 강간죄 인정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 피고인의 사례를 감안해, 피고인 신씨에 대한 신원보호에 각별한 신경을 썼으며 선고를 내리면서도 "피해자인 김 씨가 젊은 사람의 앞길을 막지 말아달라며 선처를 호소한 점을 받아들여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니 잘못을 덮을 더 큰 선행을 하라"며 당부의 말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