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지연에 주민 간 갈등도…더딘 일상으로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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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후 이재민들은④]
재난 원인제공자의 '책임소재 범위' 두고 대립
쪼개진 비대위…빠른 피해회복·복구에 차질
상이하게 지급되는 '지정기탁 성금'…불만 제기
최근 2년 동안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각종 재난·재해가 잇따랐다. 지난 2019년 4월 4일 대형산불에 이어 그해 10월 태풍 미탁까지 발생했다. 화마에 휩쓸리고 강한 비바람에 할퀸 마을 곳곳은 큰 상처가 남았다. 후유증은 여전하다. 강원영동CBS는 재난 이후 이재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여전히 재난이 발생했던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재민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온전한 일상복귀를 위해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인지 짚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컨테이너에서 보낸 2년…"여기 아직 사람이 살고 있어요"
② 태풍이 휩쓸고 간 삼척 어촌마을…피해민들 고통 '여전'
③ 재난 전·후 정신질환 경험 '6.2배' 증가…자살 시도까지
④ 배상금 지연에 주민 간 갈등도…더딘 일상으로의 복귀
(계속)


지난 2019년 발생한 강원 고성·속초 대형산불과 태풍 미탁이 발생한 재난 현장. 유선희 기자
재난 피해 이후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정신건강에 더해 배상금 지급 지연, 주민들 간 갈등 등 요소들은 이재민들의 빠른 일상 복귀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당장 재난 발생 원인제공자의 '책임소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강원 고성·속초 대형산불 이후 한국전력공사의 배상금 지급 문제는 첨예한 갈등 사안이다.

취재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월 대한민국과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등을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한전에 '구상권 청구'를 하겠다고 결론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구상권 청구 비용은 300억여 원으로 파악됐다.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안석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일 오후 열린 1차 공판기일이 끝난 후 이재민 일부가 목소리를 냈다. 유선희 기자
재난안전법 제66조 6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재난에 대해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따로 있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인 제공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전이 변제할 채무가 없다는 소(訴)를 제기함에 따라, 시행처 강원도는 반대 소(訴)를 제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는 반대 소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송전으로 들어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재민들이 떠안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대형산불의 형사적 책임에 대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1차 공판기일에서 전 한전 속초지사장 A(60)씨 등 7명의 변호인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전신주 설치 하자를 방치했는지에 대해 다퉈볼 필요가 있다"며 "설령 주의 위반이 있다고 해도 산불 발화 원인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난 태풍 피해 발생 1년 6개월이 흐른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에서 여전히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선희 기자
이재민들 간 갈등 역시 빠른 피해회복·복구를 가로막는 불편한 진실이다. 고성·속초 대형산불 피해 직후 비상대책위원회는 처음부터 두 축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냈다. 이후 한전과 직접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한 내용을 두고 비대위 간 갈등이 격화했다. 한전의 배상비율이 '피해금액의 60%가 아닌, 손해사정사액의 60%'라는 협상에 반발하는 쪽과 수용하는 쪽으로 나뉜 까닭이다.

서로 요구하는 내용이 제각각 표출되면서 한때 산불 관련 비대위는 6개로 쪼개지기도 했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등 분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는 한전과 배상금 협의를 진행한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회'와,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4.4산불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재민들 간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서 실제 피해 복구작업에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9년 태풍 미탁으로 어촌마을 일대가 휩쓸린 삼척시 원덕읍에서도 갈남1리와 갈남2리 간 복구작업이 달랐다. 갈남2리에서 만난 이재민은 "이재민들 간 생각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서 입주 날짜도 길어졌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중재 역할이 필요한 지점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민들에게 분배되는 성금 중 일반 성금과 달리, 지정기탁 성금은 상이하게 지급돼 불만도 나온다. 이재민이 많이 발생한 지역일수록 한 가구당 지급되는 지정기탁 성금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재난이어도 이재민 발생이 적은 지역은 지원을 받는 성금이 많게 된다. 이 때문에 각 지역 이재민들 간 비교가 되고, 이는 곧 재난지원 불만족으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 2019년 발생한 강원 고성·속초 대형산불 발화지점인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원으로, 현재 이 일대 전신주는 모두 제거됐다. 유선희 기자
이재민들의 피해 복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재난이 발생하는 만큼 정부는 더욱 법과 제도에 근거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혜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고성 산불의 경우 소송전으로 가지 않고 민사조정법을 통해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민들 간 요구하는 것이 상이하기도 하는 등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른 복구를 진행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 구호와 관련해서는 "의식주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대비하고 있으며, 특히 주택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거주 의사를 존중해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딘 일상 복귀로 지쳐가는 이재민들은 "처음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반짝 관심을 두는 듯하다 이제는 마치 '짐'이 된 듯한 기분으로,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거냐"고 비참함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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