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샤이진보도 샤이보수도 없다, 시대정신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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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진보 결집" vs "시민분노 표출"
샤이진보나 샤이보수는 실체없는 정치적 가설일 뿐
시대정신에 따라 이미 유권자의 선택은 결정
실제 투표장에 나가는 유권자만이 유의미한 기준일 뿐
1년 만에 변한 시대정신, 유권자의 심판은 계속된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4.7 재보궐 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재보궐 선거 사상 최고치인 20.54%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샤이진보가 결집했다"고 해석했고 국민의힘은 "시민분노가 표출했다"라고 풀이했다.

최근 선거 때마다 이른바 샤이 유권자의 위력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샤이진보는 물론 샤이보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A형 혈액형 보유자를 모두 내향적 성격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정치적 의사를 숨기는 유권자를 무조건 '샤이'로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샤이유권자는 정치적 가설일 뿐 실제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의지가 의미가 있다고 정치학자들은 지적한다.

샤이진보니 샤이보수니 하는 말은 오로지 여론조사업체의 무능을 변명하는 구실일 뿐이다.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총선 결과와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까지 보수는 참패를 거듭했다.

이때마다 '응답하라, 샤이보수'를 부르짖었지만 호응이 없었다.

1년 만에 상황이 변했다. 민주당이 샤이진보를 외치고 있다.

이틀 뒤 본선거에서 샤이진보들이 몰려나와 투표할 것이라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금천 등에서 사전투표율이 낮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강한 강남 등에서 투표율이 높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샤이진보의 실체가 있다면 거꾸로 됐어야 맞는 말이다. 샤이진보는 없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실제로 투표권을 행사할지 여부만 남았다.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이다. 4년 전 보수가 참패할 당시는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이 시대정신이었다.

국정농단 정부를 심판하고 들어선 현 정부의 가장 큰 화두는 공정과 정의다.

조국사태로 들끓기 시작한 공정에 대한 열망이 LH사태를 계기로 폭발했다.

부끄러움은 진보의 몫이 됐다. 이 때문에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을 샤이진보로 착각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종로학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 한 가운데 지지자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윤창원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내로남불'과 '위선' '무능'을 투표 독려 문구로 사용하는 것을 불허했다.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정 정당은 누가 봐도 민주당이다.

이미 민주당이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됐다는 사실을 선관위가 인정한 셈이다.

선관위는 마찬가지로 '거짓말'이라는 단어 역시 금지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선전 문구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금지어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우리 시민들의 민주주의 척도가 낮지 않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번 4.7 재보궐 선거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1년 만인 내년에 다시 심판받는다.

집권세력에 대한 여론이 불과 1년 만에 바뀌었듯이 시대정신도 1년 만에 또 변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외면한 채 샤이진보나 샤이보수를 운운하는 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샤이한 유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투표 포기자만 있을 뿐 실제로 투표장으로 가는 유권자만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민주시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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