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개시'도 못한 공수처…수사 대상 전락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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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비공개 면담 전 관용차 제공에 '황제 조사'비판 봇물
檢수사팀 삭제 앞둔 CCTV 영상 보존 요청…답변은 못 받아
4월 수사 목표로 진용 갖추지만…공정성 논란·갈등에 '삐걱'
檢 고발된 김진욱·여운국, 수사 앞서 수사 대상 될 가능성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기소 판단을 위한 재이첩 요구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조사' 논란에 출발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달까지 검사 채용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수사 진용을 갖춘다는 게 공수처의 계획이었지만 제기된 의혹들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수사 대상부터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이하 김학의 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최근 공수처에 지난 7일 이 지검장에 대한 면담 조사 관련 의혹 전반을 살피기 위해 CCTV 영상 보존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이 지검장을 면담하고도 아무 조서를 남기지 않은 사실이 알려진 후 고발이 잇따르자 수사팀이 공수처에 이 지검장의 행적이 담긴 CCTV 영상 전부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 일부만 제출받았다.

수사팀이 의혹 확인에 부족한 수준이란 판단 아래 나머지 영상도 요청했지만 공수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오는 7일 보존 기한 만료(1개월)로 영상이 삭제되는 상황을 막고자 증거 보존 요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을) 확인할 여러 자료를 요청했지만 협조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한형 기자

 

사건 피의자와의 '비공개 면담'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던 터에 면담 당일 이 지검장이 청사 앞에서 김 처장의 관용차로 바꿔 타고 공수처 청사에 진입하는 특혜 장면이 고스란히 CCTV로 공개되자 김 처장과 공수처를 둘러싼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출범한 공수처지만 사실상 첫 조사 대상이자 여권의 비호를 받고 있는 이 지검장에게 잇따라 특혜를 남발하면서 과연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근본적 회의론마저 일고 있다.

이 지검장에 대한 특혜가 계속되면서 "검찰 이첩 사건도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해야 한다"는 김 처장의 주장도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이던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법에 따라 공수처에 이첩했지만 김 처장은 현실적으로 수사할 조직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다시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검찰이 이첩된 사건을 수사한다 하더라도 그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김 처장이 이같은 주장을 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형사소송법에도 없는 해괴한 논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조계에서도 김 처장의 주장은 최소한 법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의 수사팀은 지난 1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를 직접 기소하며 김 처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김 처장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건 피의자인 이 지검장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는 데에 있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된 자신에 대한 수사가 공수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김 처장의 이 지검장에 대한 이해못할 '저자세'가 계속되면서 김 처장의 주장이 이 지검장을 고려한 결과물 아니냐는 의혹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황진환 기자

 

문도 못 연 공수처가 먼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앞서 김학의 사건 공인신고자는 "공수처가 이 지검장의 면담 장소 등을 허위로 기재했을 수 있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김 처장, 여운국 차장 등을 고발한 상태다.

피고발인 신분이 된 데다 이미 검찰 수사팀이 CCTV 확보 등 기초 조사에 나선 상황이어서 신고인의 주장대로 허위로 공문서가 작성된 정황 등에서 위법한 요소가 드러난다면 김 처장 등 공수처 관계자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지검장을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점에 대해서도 김 처장은 "보안 상 어쩔 수 없었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게 유의하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 또한, 단순 절차적 하자를 넘어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지검장의 동선이 담긴 자료에 대해 공수처가 비협조할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다. 시작도 못한 공수처가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하고 김 처장 등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공신력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학의 수사팀은 일단 두 기관의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 하에 공수처의 자발적인 자료 제출을 기다리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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