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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박수홍 상처만 키우는 가족사 '무책임'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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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댓글로 세상에 알려진 박수홍 친형 횡령 사건
100억 피해액·친형 미국 체류설 등 항간에 추측 난무
박수홍과 담당 세무사, 잘못 확산된 정보 바로 잡아
"사실 확인 되지 않은 억측, 무책임 보도 지양해야"

개그맨 겸 방송인 박수홍. 연합뉴스

 

섣부른 억측은 더 깊은 상처로 돌아온다. 개그맨 겸 방송인 박수홍이 친형 횡령을 인정하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연예계 지인과 누리꾼들은 자신이 겪은 박수홍의 미담과 함께 그를 뜨겁게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다.

문제는 박수홍의 안타까운 가족사를 두고 SNS상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면서 '불행'을 소비하는 행태 또한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언론 역시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기사화 하면서 박수홍의 처지만 난처해지는 분위기다.

박수홍은 지난달 29일 SNS에 공식 입장을 올려 세간에 퍼진 친형 횡령설을 인정했다.

그는 "제 형과 형수 명의로 운영돼 온 전 소속사와 관계에서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30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날, 제 노력으로 일궈 온 많은 것들이 제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친형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오랫동안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을 알리면서 "현재는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다시 한번 대화를 요청한 상태다. 마지막 요청이기에 이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저는 더이상 그들을 가족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참담한 심경을 고백했다.

처음 박수홍의 가족사가 알려지게 된 것도 유튜브 댓글에서였다. 박수홍 친형이 매니저 일을 하면서, 박수홍이 30년간 벌어들인 방송생활 출연료 100억원을 자신과 아내 명의로 횡령하고 잠적했다는 내용이었다.

박수홍 입장문이 나온 후로는 연락이 두절된 친형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또다시 유튜브에는 박수홍 친형 부부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목격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가 하면 한 유튜브 채널은 박수홍 조카의 '카카오톡'을 입수했다며 영상을 제작해 게시했다. 영상 속에는 제보자가 박수홍 조카라는 인물과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익명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제보자에게 "삼촌 돈은 하나도 받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제기된 이야기들은 피해 규모, 친형 거취, 횡령 여부 등 사건의 핵심 요소들인 탓에 당사자인 박수홍이나 친형 측에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지만, 이를 건너 뛰고 일파만파 확산됐다.

언론을 통한 확대·재생산이 결정적이었다. 박수홍은 입장문에서 정확한 피해액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최초 주장인 '100억 피해'를 제목에 단 기사들이 상당수였다. 친형 거취 문제 역시 박수홍 측 확인을 거치지 않고 댓글 내용이 기정 사실인양 보도됐다.

익명이 기본인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은 대화 상대의 정확한 신원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를 근거로 삼은 유튜브 영상을 다룬 기사가 친형 측의 신빙성 있는 주장처럼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박수홍 세무사와 박수홍은 이미 한 차례 '100억원'으로 알려진 피해 규모와 친형 거취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았다. 박수홍 세무사는 지난달 31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파악한 내용을 보면 피해 규모가 100억원과는 다를 수 있다"고 했고, 박수홍 역시 "(친형 부부가) 한국에 있는 줄로만 안다"고 전했다.

친형과의 갈등 상황에서 누구보다 가족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박수홍의 마음은 처음 입장문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가족 문제와 얽혀 있어 최대한 조용히 상황을 매듭지으려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부모님을 향한 비난과 억측을 멈춰 달라는 당부가 그것이다.

무분별한 억측이나 잘못된 정보는 가족사로 힘들어 하고 있는 박수홍에게 오히려 더욱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박수홍 말처럼 이 사건의 시작은 떠들썩하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아주 사적인 '가족사'이기 때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박수홍도 결국 해결이 되지 않으니 대중에 사실을 공개했을 수 있고, 때문에 친형 측 입장 표명을 압박하는 여론 자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가족들을 섣불리 비난하거나 가족사를 파헤친다거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억측을 자극적으로,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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