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외교 필화 사건' 우려되는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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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외교원장, 한미관계 관련 문제성 표현 논란…"동맹 중독"
일각에선 사퇴 압박…오히려 한미동맹 건전성 해치는 요구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윤창원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최근 저서에서 한미관계를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비유한 것은 분명 부적절하다. 다만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해서 주장하는 내용마저 반드시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가스라이팅은 통상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고 예속시키는 정서적 학대를 뜻한다.


1930년대 영국에서 상영된 연극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연극의 핵심 주제를 알리는 장치로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가스등 불빛이 이용된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가해자의 압도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강한 의존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슈퍼 파워 미국을 유일 동맹으로 삼고 있는 한국은 그 토양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물론 세계 10위권 국력을 갖춘 지금의 한국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탁하던 과거의 초라한 신세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주권의 요체인 전시작전권 환수가 마냥 늦춰지는 것만 보더라도 한미관계는 여전히 대등한 호혜적 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압박에 전전긍긍하다 바이든 집권으로 13.9% 인상에 타결하자 그마저 감지덕지했다.

인도적 목적의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대북 지원조차 미국 눈치를 보다 무산되는 게 한미관계의 현주소다.

김 원장은 이런 객관적 현상 인식을 다소 직설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30일 출간한 한미관계 150년 역사를 살펴보고 새로운 동맹관계를 제시하는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창비)의 표지. 창비 인문교양출판부 제공
그는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미동맹은 신화가 됐고 한국은 동맹에 중독돼왔다. 이는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 현상과 닮아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저서에 기술된 일부 용어가 현재의 한미관계를 규정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며,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에서의 한미관계는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호혜적"이라는 해명을 덧붙였다.


김 원장에게 죄가 있다면 감히(!) 대국의 심기를 건드린 잘못일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이를 빌미삼은 국내 비판을 자초한 죄다. 과거 표현의 자유가 얼어붙었던 겨울 공화국 시절 '필화 사건'의 외교 버전인 셈이다.

이로써, 아직까지 한국적 풍토에선 비록 사실이라 할지라도 미국에 대한 비판은 조심할 수밖에 없음을 깨우쳤다. 하물며 공직자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는 점도...

하지만 이게 과연 일각에서 요구하듯 사퇴까지 해야 할 일인가? 이 정도 표현상의 문제로 공직자가 물러나야 할 만큼 한미관계는 경직돼있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김 원장의 '가스라이팅'이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꼴이 된다. 한미관계를 오히려 훼손하는 처사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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