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한 테슬라 차량. 연합뉴스
서울 용산 아파트 벽면에 테슬라 차량이 충돌해 차주가 숨진 화재사고의 원인이 약 넉 달 만에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을 통해 이같은 최종결론을 내고 대리기사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대리기사 최모(60)씨를 다음주 초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12월 9일 밤 9시 43분쯤 테슬라 모델 X 롱레인지 차량을 몰다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벽면을 들이받았다. 당시 충격으로 불이 나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씨는 사망했고, 불을 끄려던 아파트 직원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가 급발진해 통제가 불가능했다"며 차체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주장해왔다.
경찰은 사고 이틀 만에 차량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과수에 차량을 넘겼다.
국과수는 해외에서 공수해온 리더기를 통해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EDR은 사고 직전 운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블랙박스'로 브레이크 및 가속페달 작동여부, 엔진 회전수, 핸들의 움직임 등이 저장되는 장치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 감정 결과 제동시스템의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차량 내부의 '하드웨어'인 RCM 기판이 심하게 부식, 손상돼 운행정보가 담긴 소프트웨어 격인 EDR 판독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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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과수는 테슬라 측에서 제공한 텔레매틱스(Telematics) 운행정보를 비중 있게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차량 운행정보 등이 해당 자동차회사로 모두 전송되는 시스템을 이른다.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도 블루링크(Bluelink) 등 유사한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과수가 텔레매틱스 정보를 살펴본 결과, 사고차량은 주차장 입구부터 충돌할 때까지 브레이크 없이 가속페달만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충돌 10초 전부터 가속이 시작돼 4초 전부터는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했고, 충돌 시점엔 시속 약 95km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사고 전 브레이크 미점등과 속도 등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결과와도 일치한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매틱스 정보는 사고 이후 테슬라로부터 받아서 지난해 12월 이미 확인한 사항이었지만 사측으로부터 받은 정보로만 사고경위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며 "국과수가 'PC 크래시(Crash)'라는 사고재현 프로그램으로 사고차량의 텔레매틱스 운행정보를 입력하고 3D 스캔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CCTV 영상분석과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또 차량의 조수석 개폐장치 역시 사고충격으로 차체 성질이 변형, 이격되면서 내부 손잡이를 통해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국과수로부터 이같은 결과를 회신받은 뒤 최씨를 한 차례 더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국과수 감정결과를 접하고도 여전히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