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특혜 논란이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 후보가 처가 소유의 땅의 존재와 사업 지정 여부를 미리 알았는지, 선정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지나 이제는 해당 토지를 측량할 당시 오 후보가 현장에 있었느냐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쟁점은?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은 오 후보 가족과 처가 식구들이 소유했던 4443㎡의 내곡동 토지가 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되면서 보상금으로 받은 36억5천만원이 정당한 댓가가 맞느냐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사업이 진행돼 △배우자와 처가 친척들이 수십억원 규모의 보상을 받은 만큼 의혹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부동산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시장인 오 후보가 이런 상황을 몰랐을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 이뤄진 해당 토지에 대한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측량 때 오 후보가 모습을 나타냈다는 KBS의 보도가 나오자, 박 후보 측은 오 후보의 개입 정황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의혹과 거짓말
박 후보 측은 오 후보가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지정에 관여했는지, 그로 인해 혜택을 받았는지를 가리키는 다수의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금자리 계획이 오 후보가 시장이었고, 당시 오 후보가 몸담고 있던 한나라당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정부 시절인 2009년 확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오 후보가 국회의원에 선출된 2000년에 재산신고를 하면서 해당 토지를 신고했던 만큼 내곡동 땅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었다는 의혹이 쉽게 가시지 않고있다.
문제는 오 후보가 특혜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꾸면서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사업 확정 시기와 관련해서는 "노무현 정부이던 2006년 3월에 국민임대 예정지구로 지정된다"고 말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지정절차가 그 전부터 시작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처가 땅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가 "그 표현은 당시 수용절차가 진행되는 것조차도 몰랐다는 것"이라고 재해명에 나섰다.
재산신고 당시 수용절차 진행 여부나 보금자리지구 지정 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고 말한 것도 문제가 있다.
2000년 최초 재산신고 당시에는 내곡동에 주택지구 지정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 제기되는 논란의 지점들가장 최근 추가적인 의혹이 불거진 지점은 오 후보가 내곡동 토지 측량 당시에 현장에 있었는지와 오 후보의 처가 사람들이 보상금 이외의 혜택을 추가로 받았는지 여부다.
측량과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당시 토지의 경작인과 LX 측량팀장은 오 후보가 유명한 사람이어서 기억이 난다며 그를 현장에서 봤다는 증언을 했다.
이들의 말대로 오 후보가 측량 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면 해당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앞선 발언들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게 된다.
다만 이들의 증언을 제외하고는 오 후보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점이 변수다.
오 후보 측이 LX로부터 발급받은 서류에는 오 후보의 장인 한 명만 입회한 것으로 서명이 돼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부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수봉 민생당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박 후보 측은 "처남이 측량에 입회했다더니 장인이 서명했다. 장인과 함께 오 후보를 봤다는 증언이 신뢰성을 얻게 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오 후보 측은 "토지 소유권이 있는 처가 식구들이 모두 측량 현장에 갔는데 연장자인 장인이 대표로 서명을 했다.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입회인 서명을 해도 법률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 후보의 둘째 처남이 현금 보상 이외에 협의택지를 매수했다가 추후 판매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후보는 토론회에서 "협의택지는 원래 분양한 가격대로 팔아야지 그 이상으로 팔 수 없는 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래내역서를 원가로 파는 것처럼 하고 실질적으로는 프리미엄을 붙여 이중계약을 하는 것이 대체적"이라며 "누가 이것을 원가대로 그냥 팔기 위해 샀다가 도로 가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작은 처남이 매수 신청을 했는데 아무리 봐도 추첨을 통해 땅을 받았다. 외진 곳으로 배정돼 이익이 안 된다고 판단해 계약금만 낸 상태에서 다른 분께 넘겼다고 한다"며 "마치 별도의 땅을 받아서 처가 쪽에 7억원 정도의 추가 이익이 생긴 것처럼 말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제기됐던 사업 지정과 보상의 적정성 여부와 별개로 해당 사업이 시장이 아닌 국장 전결로 처리된 이유에 대한 논란도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오 후보 처가 땅이 있는 지역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문제가 됐던 땅과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사유지 근처에 딱 붙어있다. MB 패밀리의 땅들이 붙어 있는 곳이 결국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며 "송파는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는 갑자기 이 곳으로 (해제 지역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보상가격은 평당 270만원이었는데 당시 시가는 320~330만원이었다"며 강제수용에 의한 보상이었을 뿐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장 전결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까지 보고되는 그린벨트 해제 사안을 시장이 모를 수 없다"는 박 후보의 주장과 "정부와의 협의가 이미 마무리됐기 때문에 충분히 전결이 가능하다. 제 임기 때 법이 바뀌면서 형식적인 서류가 오간 것일 뿐"이라는 오 후보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