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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벗었지만 사과는 못받아" 명예회복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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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정책간담회서 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의 하소연
강광보 할아버지 "단 하나 바람은 완전한 명예회복"
전체 간첩조작사건의 34%가 제주에서 발생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로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은 강광보(80) 할아버지가 26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제주도의회 제공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나를 고문한 수사관이나 정부로부터 단 한번도 진실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26일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강광보(80) 할아버지가 한 말이다.

강 할아버지는 수사기관의 혹독한 고문과 조작으로 반국가단체 지령을 받아 제주에서 간첩활동을 한 인물이 돼 1986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재심끝에 2017년 무죄가 확정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그는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완전한 명예 회복"이라며 진실된 사과를 호소했다.

강 할아버지는 "고문으로 인해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의 재활 치료와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어 "지금도 무죄 선고를 받지 못한 분들이 곳곳에 많다"며 "정작 피해 당사자는 사망하고 그 가족들도 제주를 떠나 육지에서 살거나 외국에 나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강광보 할아버지의 경우처럼 간첩조작사건은 제주에서 유난히 많았다.

토론자로 나선 국가폭력 기억공간 '수상한 집'의 변상철 사무국장은 2006년 천주교인권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전체 조작간첩사건 109건 중 37건이 제주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비율로 보면 34%로 제주도 인구가 전국 인구의 1%에 불과한데도 간첩조작사건의 30% 이상이 제주에서 발생한 것이다.

26일 제주도의회에서 '제주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제주도의회 제공

 

변 국장은 또 "제주에서 발생한 조작사건의 대부분이 일제강점기 징용되거나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했던 교포와 4.3사건 전후로 일본에 건너간 사람들, 1960년대 이후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던 교민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변 국장은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전기 고문과 각목 끼우기 등 고문에 따른 후유증 때문에 어깨와 무릎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조작간첩 사건의 피해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 건립과 교과서 수록 등도 제시했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도 "생활보조금과 치료비 등의 지원은 물론 재심 청구와 국가 배상을 위한 법률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이상봉 위원장(민주당, 제주시 노형동을)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간첩이 조작될 수 있다"며 "조례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법률적인 문제까지 고민해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책간담회를 주관한 강성민 제주도의원(민주당, 제주시 이도이동을)은 "군사정권 시절 공안당국은 간첩이라는 굴레를 씌워 피해자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며 "그들의 존업성과 명예를 일깨워주고 왜곡된 기억을 바로 세워 나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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