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지난 19일 평소와 마찬가지로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지구대로 복귀하던 양순익 서울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장은 구로동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을 지나다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를 맡았다.
주민들은 느끼지 못한 희미한 냄새였지만, 3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해오며 화재 사고를 다수 경험했던 양 대장은 직감적으로 화재라는 걸 알아챘다.
위험을 감지한 양 대장은 즉각 대처에 나섰다. 팀원들과 함께 흩어져 주변을 수색하던 그는 한 건물 반지하방이 냄새의 진원지임을 확인하고 위층 주민을 통해 건물주에게 연락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큰 냄비가 끓고 있었다. 양 대장과 팀원들은 즉시 가스를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서 화재를 막았다.
당시 외출 중이었던 반지하방 세입자 김모(60)씨는 집에 불이 날 뻔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귀가했다. 차상위계층인 김씨는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후 반지하에서 혼자 살며 구로시장 근처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24일 "최근 간암 수술을 받은 후 각종 약을 먹으면서 후유증으로 기억력 감퇴를 겪어 건망증이 심해졌다"면서 "경찰관분들이 아니었으면 자칫 큰불로 번져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큰 피해가 생길 뻔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양 대장은 "음식물이 타서 큰 화재로 번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보니 경찰관으로서 그 상황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 덕에 위기를 넘긴 김씨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가스 자동차단기' 설치를 신청했다. 이 장치는 가스 누출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공급을 끊어준다.
김씨는 "이번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미뤘던 가스차단기를 바로 신청했다"며 화재를 막아준 경찰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