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제공
93년 아카데미의 역사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영화의 모든 것이 담긴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이 오는 9월 30일(현지시간) 개관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부에 위치한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디렉터이자 대표인 빌 크레이머를 중심으로 수많은 전문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 프로젝트다. 박물관은 여러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영화와 영화 제작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아카데미 박물관 측은 23일 버추얼 투어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물관을 소개하고 향후 역할 등에 관해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진행한 버추얼 투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 겸 미국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회 부의장은 "아카데미 박물관이 전 세계 영화들과 영화 제작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우리에게 영화의 더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줄 것"이라며 "아카데미 박물관에서 영화의 마술을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제공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30만 제곱피트(약 2만 7870㎡) 크기의 박물관은 몰입형 상설전과 특별전 갤러리, 데비 레이놀즈 복원 스튜디오, 특별 이벤트 공간, 카페와 상점을 포함한 7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총 두 개의 건물로 구성된 박물관 중 새롭게 건축된 건물은 증축된 사반 빌딩과 유리 다리로 연결되며 최첨단 1000석 규모의 데이비드 제픈 상영관과 옥상 돌비 패밀리 테라스가 특징이다.
아카데미 박물관 디렉터이자 대표인 빌 크레이머는 박물관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관해 "1927년 아카데미가 창립한 이래 영화의 역사, 예술, 과학과 관련된 박물관을 만드는 걸 숙원사업으로 여겨왔다"며 "아카데미는 전 세계적인 조직이다. 그렇기에 박물관도 매우 세계적인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영화 제작에 있어 기념비적이고 교육적인 순간은 물론 비판적이고 불편한 사실까지 망라해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영화는 주요한 역사적 이슈와 사건들을 영화 속에 반영하고 영향을 미쳐 왔다. 박물관에서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이며 영화의 사회적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카데미 멤버, 큐레이터, 학자·영화산업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회, 영화 프로그램·강연도 매 월 수차례 개최해 영화와 영화제작에 관한 특별한 시각을 제공한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제공
관람객들을 맞는 개관은 오는 9월 30일이지만, 버추얼 투어를 통해 박물관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아카데미 박물관의 컬렉션과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개관 전시인 '영화의 이야기' 전의 디지털 프롤로그로서 가상 대화, 상영회·교육 프로그램 등의 사전 프로그램을 디지털 플랫폼에서 공개한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은 박물관 웹사이트와 향후 출시될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최고 예술 프로그램 책임자인 재클린 스튜어트는 "우리는 아카데미 박물관이 전 세계적 박물관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전 세계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라며 "박물관 프로그램, 교육 경험, 대담 등은 전 세계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4월 22일에는 박물관 이사인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와 재클린 스튜어트가 진행하는 대화 프로그램인 '오스카®의 유리 천장 깨기'를 열고 오스카의 역사적인 사건을 이뤄낸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초대 손님으로 배우 소피아 로렌,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우피 골드버그, 배우 마를리 마틴, 싱어송라이터 버피 생 마리가 출연한다.
빌 크레이머는 "우리는 개관 후에도 미국 안팎에서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여러 관람객을 위해 버추얼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직접 오지 못하는 분도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것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관 특별전으로는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작품을 기리는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회고전을 선보인다. 또한 상설 전시를 통해 한국의 봉준호, 김기덕,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이소룡 등 아시아 영화인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제공
아카데미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교육적 공간은 물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장을 제공할 예정이다.
재클린 스튜어트는 "학술 연구 부분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자 한다. 그것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박물관이 되길 바란다"며 "지금은 정말 공감, 관용, 혐오와 폭력에 대항하는 정신을 우리 사회와 전 세계적으로 고취시켜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칙들을 고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빌 크레이머 대표 역시 "우리의 중요한 사명은 전통적인 내러티브에 대한 도전, 우리의 역사와 우리 안의 문제를 시정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영화를 통해 우리 자신, 우리 역사, 우리 커뮤니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도 박물관의 중요한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