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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업]"英 여성 피살 사건과 강남역의 공통점은 페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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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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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저녁 귀가 중 경찰관에 살해 '에버러드 사건'
"일찍 집에가라" 경찰 대처에 시민 추모 열기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애도 포스트잇 물결과 비슷
정확한 폭력 명명..정의 실현 차원서 중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임자운 변호사 (김종대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이라영 작가, 정은정 작가


◇ 임자운> 여러분들은 지금 김종대의 뉴스업 듣고 계십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임자운 변호사고요. 관계업 이라영, 정은정 작가와 이야기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이라영 작가님이 들고 온 소식도 낯설지 않은 사건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 이라영> 낯설지 않은 사건이라서 더욱 좀 슬픈 일인데요. 영국에서 며칠 전에 30대 여성이 저녁에 집에 가던 길에 그냥 귀갓길에 경찰관에게 납치되어서 살해가 된 사건이 있었죠. 며칠 후에 이제 숲속에서 발견이 됐거든요. 그래서 이 사건으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추모의 열기를 좀 이어가고 있는 상황 중이에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방역에 동참하느라 집단행동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추모를 하고 있습니다.

◇ 임자운> 이게 지금 가해자가 경찰이다. 그다음에 여성이 귀갓길에 살해를 당했다. 그런데 이제 뒤에서 언급이 되겠습니다마는 여기에 대한 영국 경찰의 반응이 또 놀라운 게 있었더라고요.

◆ 이라영> 사실 그 경찰의 반응도 새롭지는 않아요. 한국에서도 우리가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죠. 밤늦게 너무 돌아다니지 말아라. 여성들은 빨리 집에 들어가라. 그런데 그 말이 더욱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거고. 바로 그 점에서 지금 이 사건이 우리가 5년 전에. 벌써 5년이 됐어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굉장히 이제 비슷한 점이 있다라고 보고 있는 거죠. 무슨 말이냐 하면 여성이 그렇게 모르는 남성에게 그냥 자기가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던 장소에서 살해당하는 일 자체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데 바로 특별하지 않은 사건을 오늘날 여성들이 계속 특별하게 사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닮았죠.

그리고 경찰들이나 많은 목소리들이 그럴 때마다 여성들을 자꾸 잠재우려고 하는, 그 목소리를 자꾸 잠재우는 거죠. 그리고 엉뚱하게 왜 그 시간에 거기에 있냐. 그게 바로 중요한 거예요. 왜 그 시간에 거기에. 그러니까 시간과 장소를 마치 여성이 없어야 되는 그 시간, 그 장소에 여성은 없어야 되는 존재처럼 만든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과 장소를 다 남성들이 점유하고 있는 거고. 그런 발언이야말로 모든 남성이 잠재적으로 여성 살해자라고 이제 고백하는 꼴이기 때문에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이제 사건 이후에 일어나는 어떤 공권력의 반응에 훨씬 더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죠.

◇ 임자운> 그러니까 이게 앞서 말씀하신 최근 벌어진 영국의 세러 에버러드 사건과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요. 아까 특별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 말도 사실 굉장히 놀라운 얘기죠. 굉장히 특별해야 되는 사건이 많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런데 그것에 대한 여성들의 이때까지 자신이 느껴왔던 어떤 두려움을 호소를 했더니 거기에 대한 또 반응이 놀라운 것이어서 이게 왜 혐오범죄냐, 이런 얘기부터 시작을 해서 놀라운 것이어서 이것이 결국은 여성 인권에 대한 전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됐던 점이 영국의 최근 사건과 2016년 강남역 사건이 닮은 점이라고 생각이 저도 드는데요. 관련해서 이제 페미사이드라는 용어가 다시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죄송한 얘기지만 저 이 말 이번에 방송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런던 클래팸 커먼에서 열린 에버러드 추모예배에서 참가자 해산에 나선 경찰에 체포된 여성. [로이터=연합뉴스]

 



◆ 이라영> 그래요? 열심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페미사이드라는 언어의 그럼 역사를 보면 일단 19세기 초부터 발견을 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기록상으로는 1801년 영국에서 처음 이 말이 사용된 걸로 나옵니다. 여자를 죽이는. 그러니까 특별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사건을 페미사이드라는 언어로 정리를 하게 된 거죠. 그게 참 공교롭게도 영국에서 이 사건을 먼저 언어화했는데 지금 오늘날에도 유럽 국가 중에서도 여성 대상 살인사건이 좀 높은 나라에 속하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영국 여성들이 이 문제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단체들 조직해서 여성 사례 발생률을 조사를 한다거나 이런 연구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이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훨씬 더 여성들이 지금 조직화된 분노를 할 수 있는 거고. 이 언어가 페미사이드가 19세기 초에 생긴 이래로 계속 드문드문 사용해 오다가 본격적으로 이 말이 이제 우리가 확 퍼지게 된 거는 1976년 브뤼셀에서 있었던 제1차 여성범죄국제재판소에서 러셀, 다이애나 러셀이 증언을 하면서. 여성 살해 범죄에 대한 증언자로 참여하면서 이 페미사이드라는 용어를 사용했어요.

그러면서 이 언어가 공식적으로 출판도 되고 확 퍼지게 됐죠. 그래서 다이애나 러셀이 페미사이드를 아주 집대성한 책도 냈는데 그 책 내용에 보면 우리 인류 역사의 여성 살해를 다 알 수가 있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녀사냥. 사실 그게 여성 살해죠. 마녀사냥부터 오늘날까지 우리가 가장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 살해. 바로 가정폭력으로 죽어가는 여성들인데 제가 이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왜 경찰들이 집에 일찍 들어가라는 말에 여성들이 더 분노할 수밖에 없냐면 실제로 더 끔찍한 일은 집 안에서 일어나고 바로 그런 낯선 남성보다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한국 같은 경우는 바로 작년에 2020년 한국에서 친밀한 관계에 의해서. 그러니까 남편이나 애인이죠.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서 살해된 여성이 작년 한 해에만 97명이에요. 그리고 살인미수. 그러니까 살인을 시도했는데 생존자인 거죠. 그 살인미수는 131명이에요. 그러면 살해된 여성과 살인미수 피해자까지 합치면 작년 한 해에만 228명이에요. 다시 말해서 오늘 1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남편에게 살해당하면 내일은 다른 1명의 여성이 살인미수로 간신히 목숨을 구하고 하루 좀 쉬었다가 다시 또 죽고 이런 식인 거죠. 굉장히 끔찍한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일찍 집에 가라? 일찍 집에 가면 집안에 폭군이 있는데. 말이 안 되는 거죠.

◇ 임자운> 그러니까 사실 저는 이 말을 보고 좀 약간 멈칫했던 게 이런 조어까지 나오는 상황이구나. 현실 인식을 하게 됐던 것이고요. 그래서 이 말 자체보다는 이 말이 나오게 되는 배경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다시 좀 돌아가 보면 당시 저도 이게 여성혐오범죄다 아니다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논란이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고 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이것을 여성혐오 범죄라고 말을 하시는 분들이 사실 모든 사건에서 단일한 원인을 꼽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게 여성혐오만에 기인한 것이다라는 말은 사실 누구도 하지 않으시고 단지 여성혐오와 이 범죄의 관련성을 좀 주목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던 걸로 저는 기억하는데 오히려 반대쪽에서 그 관련성을 배제하려는 적극적인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왜 그런 배제를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 그러한 배제하려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그 관련성에 주목을 해야 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 이라영> 일단 당시에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일괄적으로 이름을 정했어요. 사실 이것도 굉장히 위험하죠. 그러면 우리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또 다른 방식에 낙인이 될 수도 있고 묻지마범죄라는 표현은 상당히 문제가 있어요. 어떤 사건을 우리가 정확하게 이름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게 요즘 우리 보면 학교폭력, 학폭 굉장히 지금 많이 나오고 있어요. 많은 연예인들, 운동 선수들 굉장히 폭로가 되고 있는데 이게 과거에 학교 내에서 이런 폭력이 없었던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학교폭력이라는 정확한 이름을 가지고 이게 사회적으로 고발이 됐을 때 사람들이 인지하는 거죠. 내가 당했던 게 학교폭력이었어, 인지하고 피해자들이 10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뒤늦게라도 인지하고 폭로할 때 우리가 조금이라도 제도적으로 놓쳤던 그런 부정의를 뒤늦게라도 좀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폭력을 정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어떤 정의실현 차원에서 정말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을 해요.

◇ 임자운> 그러니까 그런 거겠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어쨌든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나아가야 하는데 그 나아가려는 목소리 중의 하나로 여성혐오범죄다라는 명명이 사실은 있는 것이고. 그런데 그조차도 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아가는 기회조차 어쩌면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터지면 항상 이런 말도 나옵니다. 남자도 죽는다, 아주 드물지만 남편을 죽이는 아내도 있다.

◆ 이라영> 매우 드물지만 있기는 있죠.

◆ 정은정> 이 사건이 더 커지고요.

 



◆ 이라영> 그렇죠. 그게 바로 우리가 Black lives matter 하면 흑인의 삶이 중요하다라고 했을 때 백인의 삶도 중요해,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어떤 인종이나 성별로 인해서 벌어지는 그 범죄를 그냥 모든 인간에게 벌어지는 것처럼 그냥 이렇게 용해시켜버리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특별하게 다루어야 할 사건을 그냥 보편적인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좀 때에 따라서는 굉장히 좀 위험한 시각이고. 실제로 우리가 대중문화에서 여성 납치살해를 얼마나 가볍게 다루는지만 살펴보아도 알 수가 있거든요. 영화 속에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여성 시체들. 우리가 굉장히 시각적으로 좀 익숙해져 있어요. 여성의 죽음이라는. 죽어 있는 여성의 몸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익숙해져 있는 것도 위험한 현상이라고 할 수가 있죠.

◇ 임자운> 그러니까 저는 사실은 이런 얘기 나올 때마다 약간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의 간절함에 얼마나 사회가 공감하고 있는가.

이라영 작가

 



◆ 이라영> 네, 간절합니다.

◇ 임자운> 정말요. 노동인권 문제나 여성인권 문제나 그 지점이 사실 항상 저는 중요하게 느껴지던데. 영국의 세러 에버러드 사건과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의 또 다른 닮은점이라면 사회적으로, 대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모열기 같습니다. 지금 영국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나요?

◆ 이라영> 일단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런 말도 안 되는 경찰들의 발언이나 이런 것들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고 모이지 말라고 해도 지금 모이고 있어요. 저는 이게 하나의 어떤 애도의 정치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변호사님도 말씀하셨지만 그렇게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조차 지금 억압당하고 있잖아요. 그걸 억압한 이유가 뭐겠어요? 바로 분노가 굉장히 집단행동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분노를 억압해야 이 여성들이 혹은 사회의 많은 소수자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고 연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꾸 억압하는데 그럴수록 모이고 연대해서 이 분노와 슬픔을 어떤 애도의 정치로 끌고 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금 영국 여성들도 그렇고 2016년의 한국 여성들도 바로 그러한 지점에서 포스트잇 붙이면서 모인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찰에 여성 피살' 항의하는 영국 시위대. 연합뉴스

 



◇ 임자운> 그러니까 제가 이제 작가님이 최근에 한겨레에 쓰신 글을 되게 인상 깊게 읽었는데 존재한 적이 없기에 애도대상조차 될 수조차 없었던 존재들에 대한 언급을 해 주셨고 그러면서 제가 관여해 왔던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말씀도 주셨어요. 애도가 곧 저항이 되는 경우에 대한 말씀을 주셨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분노하고 있다면 정말 간절함 정말 어떤 우리가 귀 기울여봐야 될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라는데서부터 사실은 우리 사회가 좀 시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이제 어떤 사건에 대한 명명 얘기가 나왔는데 그 농촌문제 중에도 그런 어떤 정확한 명명 필요하다 볼 수 있는 사건이 있을까요?

◆ 정은정> 여성 농민의 문제가 또 분명하죠. 그러면 이렇게 얘기해요. 남성, 그러면 남성 농민이라는 말은 따로 있느냐. 농민이라고 하는데 여성 농민이라는 이름을 무슨 농업인에 관련한 재산 관련이라든가 복지 관련된 거라든가 이게 최근 10년도 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정부 내에서 여성 농민에 대한 대책, 여성 농업인에 대한 정책들도 이제서야 조금 해 보는 과정이고. 이라영 작가님이 이렇게 얘기하는데 되게 직시를 하기 어려웠던 게 제가 20대 된 딸이 있거든요. 그러면 엄마로서는 뭐라고 그러냐 하면 만약에 누가 쫓아오면 꼭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가. 그러니까 개인의 어떤 생명이라는 게 너무 위협을 받게 되면 일단 네가 먼저 도망 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저의 어떤 존재의 서글픔도 되게 있거든요. 생각해 보니까 묻지마 살인도 아니잖아요, 이거는.

◆ 이라영> 그렇죠.

◆ 정은정> 콕 집어 살인이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슬픕니다.

◇ 임자운> 지금 말씀 들으니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그런 얘기를 부모로부터 들은 적은 없어요. 남자니까 사실 그런 거죠.

◆ 정은정> 남자이기 때문에. 저도 둘째는 아들이니까 걔한테는 그런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네요.

◇ 임자운> 누가 쫓아오면 도망부터 가라고 누구도 하지 않으셨거든요. 할 필요가 없었던 게 있는 거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얘기가 지금 중요하다라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오늘 참 슬픈 얘기인데 또 의미 있는 얘기 잘 들었습니다. 관계업 이라영, 정은정 작가님 오늘 감사합니다.

◆ 정은정, 이라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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