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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주차장으로?…지자체 관리 허술, 결국 '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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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역 카페·빵집 '농지'를 주차장으로 불법 전용
"농지 행정 전혀 안돼…결국 '투기'로 이어져" 지적
지자체 "원상복구 명령할 것…인력부족 한계" 해명

15일 경기도의 한 카페 겸 빵집이 농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농부가 아님에도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신도시 예정지의 농지를 사들여 투기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지역 농지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등 관리·감독이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민들 방문이 잦은 유명 카페·빵집들이 농지를 버젓이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술한 농지 관리가 투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 한 카페 겸 빵집인 ㄱ카페는 바로 건너편에 있는 약 300평(992㎡)의 토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 토지는 등기부등본상 지목이 '전'(밭)으로 주차장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농지였다.

심지어 해당 토지 인근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오릉'이 위치해 있어 개발 제한 구역이었지만, ㄱ카페 주인은 이에 아랑곳없이 '대형 주차장 완비'라고 안내하며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인근은 역사적인 유적·고적·기념물 등을 보존하기 위한 '사적지'다.

15일 농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카페 겸 빵집이 주차장에 나무를 심어놨다. 서민선 기자

 

게다가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 중간에는 나무가 심겨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토지 불법 사용에 대한 지자체 단속을 피하고자 농지로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LH 직원들이 묘목을 심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농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인근에 있는 ㄴ카페는 280평이 넘는 농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ㄴ카페는 남양주·팔당 등에도 지점을 갖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다.

CBS노컷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현장 조사에 나선 구청은 농지 불법 사용을 확인하고, 원상복구 이행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농지 불법 사용은 과태료 대상일 뿐만 아니라 반복될 경우 경찰에 수사의뢰 될 수 있다.

구청 관계자는 "1차로 계고를 한 뒤 본인들 여건에 따라 2차까지 시간을 준다"며 "그래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고발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현장을 점검해야 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구 단위로 담당 인력이 1~2명 있다. 농지 수요는 많은데 업무가 집중되다 보니 행정력의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15일 경기도의 한 카페가 농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문제는 지자체의 허술한 농지 관리가 '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농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담당 행정기관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뒤 심사를 통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만약 허위로 작성했다면 '등기 취소'나 '농치 강제 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은 신도시 예정지의 농지를 사들이면서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계획서 상에는 주재배 예정 작목으로 '벼'를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버드나무' 묘목만 심거나, 노동력 확보 방안으로 '자기 노동력'을 적는 등 LH 직원으로서 지키기 어려운 계획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담당 지자체는 이들에게 별다른 제지 없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했고, 토지 구입을 가능하게 해줬다. 투기를 방조한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남근 변호사는 "지자체가 지적도만 들고 현장에 나갔어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임에도 농정행정을 전혀 안하고 있다"며 "사실상의 '봐주기 행정'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이한형 기자

 

이어 "문제가 되는 곳들은 대부분 도시화 된 농촌들인데, 오히려 지자체에서도 도시화를 원하니까 농정행정을 전혀 안 하고 있다"며 "농지를 사서 묘목을 심어 밭으로 만들고, 그 다음 유실수를 심고는 옆에 관리동을 만들어 카페나 음식점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지 불법 전용은 투기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상당한 이익이 된다"며 "전·답이 임야가 되는 등 지목이 변경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여기에 카페나 음식점, 주택까지 지으면 토지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게 된다.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브로커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결국 농지 가격만 올라서 실제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축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산성을 위해선 땅을 넓게 가져야 하는데, 불법 농지 전용 등 때문에 토지 가격이 올라 실제 영농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의 생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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