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방위비협상 여진이 계속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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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제약 속 불가피한 선택…트럼프 효과로 인상 기대치 높아져
정부 자화자찬은 외교적 패착 될 수…조삼모사식 과대포장도 눈총
한국이 日·獨보다 동맹 기여…무임승차론 불식 기회로 삼아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1년 반의 우여곡절 끝에 타결돼 한시름 놓게 됐지만 역대급 증액에 따른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국민 부담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미국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 역시 별로 호혜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조적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협상이라 자화자찬 했다. 국민 정서와 어긋날 뿐더러 언젠가 분담금 제도를 개선할 명분과 가능성마저 줄이는 패착이다.

◇'트럼프 그림자' 제약 속 불가피한 선택

우리측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오른쪽)와 미국측 도나 웰튼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외교부 제공
정부는 지난 10일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지난해 분담금은 동결하되 올해는 13.9% 올리고 향후 4년간은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과거 방위비 협상에 비해 지나친 양보임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터무니없는 인상률을 압박한 트럼프에서 바이든 정부로 바뀌었다고는 하나 원점 재협상까지 요구할 계제는 아니었다. 이미 13.6%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던 과거도 발목을 잡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전임자가 워낙 높여놓은 '눈높이'에 부합할 전리품이 필요하기도 했고 우리로선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2019~2020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5%다. 그것 가지고 미국과 협의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기준연도 인상률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이후 인상률 기준까지 국방비 상승률(향후 4년간 6.1% 예상)로 대체한 것은 일종의 고육책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동맹을 중시한다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상 차제에 보다 공평한 협상을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변화로 동맹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방위비 문제에만 매달려 있을 여력은 없었다. 다소 불리하더라도 조속한 합의가 필요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의 자화자찬과 조삼모사 궤변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 연합뉴스
문제는 협상 결과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부담이라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경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된 것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현 정부 임기 때를 포함한 과거 협상은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물론 6년짜리 다년계약으로 협정의 안정성을 높이고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 재발 가능성을 막은 것은 성과다.

하지만 이 조차 조삼모사 식 궤변으로 과대포장 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을 기존 75%에서 85%로 확대함으로써 고용안정과 국내 환류효과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의 임금이 100만원이라면 지금까지 한국 측 분담금에서 75만원을 지원하던 것이 85만원으로 늘어난다.

주한미군 제공
이는 바꿔 말해 미국의 부담이 25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를 과연 한국에 유리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교부는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돼도 한국인 직원의 고용안정(임금 지급)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인 직원의 고용은 고용주인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질 문제이며, 타국의 셧다운 가능성까지 상정해 분담금을 늘려준 것은 결코 공평한 결과가 아니다.

한국인 직원에 지급된 돈은 어차피 국내에 남게 된다는 환류효과 역시, 분담금을 증액하면서까지 추구할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한국이 日·獨보다 동맹 기여…무임승차론 불식 기회

연합뉴스
여론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협상 결과를 너무 자화자찬 하는 것은 외교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결과가 좋아도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리한 협상이라고 떠들다보면 다음 협상에서 명분상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보다 정부는 기왕 분담금 증액에 통 크게 합의한 이상 미국 조야의 '무임승차론'을 불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한국의 경제 규모(GDP) 대비 분담금 비중이 0.052%로 일본(0.037%)이나 독일(0.015%)보다 훨씬 높고, 국방비 비중(2.4%) 역시 일본, 독일의 2배가 넘는데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해야 한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국력과 비교해도 과다하고 남북 긴장 완화에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분담금까지 선뜻 올려준 것은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투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향후 5~6년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에 대해서도 따질 것은 따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도 방위비 협상에서 이득을 취했음에도 대북정책에는 계속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동맹에 대한 한국민의 믿음이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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