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베테랑 투수 A, 전직 투수 B, 금지약물 구매정황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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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약물 '성장호르몬' 전현직 야구선수들에게 전달
"줄기세포·영양제인 줄 알고…바로 돌려줬다" 해명
생소한 약에 1600만 원 지불?…납득하기 어려운 해명
"금지약물, 경기력 향상엔 도움돼도 심장마비 등 부작용"
도핑방지위원회, 해당 선수들에 징계조치 처분할 듯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프로야구계 '금지약물' 파문 소식을 준비했다고요.

◆ 김정훈>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자신이 가르치던 유소년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투약해 충격을 줬던 사건이 있었죠.

연합뉴스

 

◇ 김현정> 훅뉴스를 통해 단독 보도를 했죠. 이여상 선수가 그 장본인이었고요.

◆ 김정훈> 저희가 취재할 때만 해도 이여상씨는 '사실무근이다, 억울하다' 주장했었는데, 당시 이씨의 얘기를 먼저 들어보실까요?

[녹취 : 전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
"제가 갖고 있던 것뿐인데 너무 억울한 부분이 많이 있어요. 저는 진짜로 안 했는데. 그럼 이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기자님? 여쭤보고 싶네요."

◇ 김현정> 이때만 해도 오리발을 내밀었는데, 하지만 모두 사실로 확인됐잖아요?

◆ 김정훈> 청소년 선수들에게 2800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불법 주사하거나 판매한 혐의가 확정돼 이씨는 징역 10개월 형을 받아 복역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KADA,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이씨가 6년간 선수나 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도록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때 후속 취재를 약속했어요. 금지약물이 프로 선수들에게는 퍼지지 않았겠느냐 의심도 들었고.

◆ 김정훈> 저희도 이후 상황을 계속 살펴왔는데, 실제 금지약물이 프로 선수들에게도 유통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지금부터 그 취재 결과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일단 금지약물 관련 수사는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는데요.

◇ 김현정> 이여상 선수도 식약처가 수사해서 검찰이 기소한 것이죠?

◆ 김정훈> 네. 식약처는 이씨를 수사하면서 그가 현역 시절 함께 뛰던 동료 선수들에게도 금지약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 김현정> 성인인 동료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이여상씨가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거예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정훈> 그 당시에 이 이야기를 식약처가 듣고도 바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은 형사적으로는 약사법이 적용이 되거든요. 불법 의약품을 누군가에게 팔면 처벌받는데 단순히 금지 약물을 구매하면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이야기가 안에만 머물다가 최근에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차원의 조사에 나서게 된 겁니다. 형사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데 행정처분을 내리는 도핑방지위원회 차원에서는 이거 문제라고 봐서 뒤늦게 조사가 이뤄진 거죠.

◇ 김현정>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특정이 됩니까?

◆ 김정훈> 그렇습니다. 아직 현역이던 2017년 초 이여상씨는 동료 선수 두 명에게 금지약물로 분류된 성장호르몬제를 팔았습니다. 한 선수는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베테랑 투수이고요, 또 다른 이는 수도권 구단에서 은퇴해 현재는 야구 코치로 활동하는 전직 투수입니다.

◇ 김현정> 현직 투수 한 명, 전직 투수 한 명에게요.

◆ 김정훈> 네. 이여상씨가 자신이 갖고 있던 약을 소개하자 두 사람이 관심을 보여 팔아넘겼다는 게 이씨의 주장입니다.

◇ 김현정> 약이라고 하는데 어떤 약이에요?

◆ 김정훈> 성장 호르몬제인데 앰플 같은 작은 병에 호르몬제가 담겨 있고 그걸 주사기로 뽑아서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성장 호르몬제가 담긴 작은 병이 있는 몇 박스를 주사기까지 포함해 두 사람에게 넘긴 대가로 1600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직도 현역인 A씨에게는 직접, 지금은 은퇴한 B씨에게는 택배로 전달했다고 하네요.

◇ 김현정> 이렇게 구체적인 정황이 나왔는데도 이여상씨만 처벌받고 두 사람은 아직 처벌을 받지 않은 건가요?

◆ 김정훈> 형사적으로는 약사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약사법으로는 금지약물을 돈 주고 샀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두 사람은 금지약품을 구매했다는 의혹만 받고 있어 당시 기소되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럼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거예요?

◆ 김정훈> 그건 아닙니다. 스포츠계에서 금지약품은 엄격히 제한됩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도핑테스트를 해서 금지약품을 투약이 확인된 경우뿐만 아니라 금지약품을 갖고만 있어도 자격정지와 같은 징계를 받습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로고. 연합뉴스

 

◇ 김현정>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받았다는 것만으로 자격정지 같은 징계를 받는 거군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형사처벌은 아니어도 행정처분은 내려질 수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두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 김정훈> 아직 징계 처분이 확정되지 않았고요. 다툼이 있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요. 먼저 현역 투수인 A씨는 금지약물인 줄 모르고, 성장호르몬제인 줄 모르고 받았다고 말합니다. 줄기세포인 줄 알았다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음성은 변조했습니다.

[녹취 : 현역 프로야구 투수 A씨]
"줄기세포라고 했으니까… 저한테 그렇게 얘기했어요. (줄기세포인 줄 알고 받았다?) 근데 알아보니 '줄기세포가 아니다, 빨리 갖다줘라' 그래서 다음날 집앞으로 오라 해서 다시 줬습니다."

◇ 김현정> 돌려줬다? 이여상씨한테 돌려줬다?

◆ 김정훈> 줄기세포인 줄 알고 받았다는데 줄기세포가 박스에 담겨서 판매되고 택배로 전달되는 건가요? 이 해명이 납득이 안 갔어요. 줄기세포는 통상 자신의 줄기세포를 빼내 대단히 특수한 상황에서 치료목적으로 사용하는 건데요.

◇ 김현정> 그리고 아무나 주사로 놓나요? 치료 목적으로 의료진이 놓는 것인데, 그걸 받아서 집에서 주사로 은밀하게 놓는다? 상상할 수 없죠.

◆ 김정훈> 그게 가능한 얘기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은퇴한 전직 선수는 해명을 바꿉니다. 들어보시죠. 역시 음성 변조했습니다.

[녹취 : 전직 프로야구 선수 B씨]
(줄기세포인 줄 알았다는 게 OOO 선수 주장인데 마찬가지인가요?)
"예예예."
(줄기세포라고 하면 내 줄기세포를 뽑아 치료 목적으로 쓰는 거 아닌가요?)
"지금 뭐 자세히 말씀드리긴 그렇네요."
(남의 줄기세포를 내 몸에 주사하겠다는 그런 계획이었던가요?)
"그런 건 아니고, 고가의 영양제… 줄기세포를 연구해서, 미국에서 친한 교수님이 개발해서 나온 신제품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저희도 어떻게 보면 좀 생소한 부분이었죠."


◇ 김현정> 마지막 부분에서 미국에서 친한 교수님이 개발해서 나온 신제품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저희도 어떻게 보면 좀 생소한 부분이었다. 말을 조금 바꿨어요. 줄기세포가 아니라 이제는 영양제다? 이 해명을 받는다 해도, 본인들도 생소한 부분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잘 알지도 못하는 약을 사려고 1600만 원을 줘요?

◆ 김정훈> 해명이 잘 납득되지 않죠? 한국도핑방지위원회도 이들의 해명을 수긍할 수 없다고 보고 곧 징계조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현정> 구매뿐만 아니라 투약 여부까지 확인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최근이 아니면 도핑테스트로 안 나오죠?

◆ 김정훈> 약마다 다른데 어떤 약은 수일 내에, 어떤 약은 몇 주 내에 약 성분이 몸 안에서 다 빠져나가니까요. 그래서 도핑방지위원회 차원에서도 투약을 확인하진 못해도 갖고만 있어도 문제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서 징계 처분을 내리거든요. 프로야구계에도 이 사실이 확인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금지약물 파문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왔습니다. 10년 전인 2011년 두산의 김재환 선수가 야구월드컵 대표로 출전하기 전 사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돼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요. 2015년엔 한화의 최진행 선수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3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누구누구가 금지약물을 투약한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도핑방지위원회 차원에서 확인된 바는 없었고요.

◇ 김현정> 그러다가 다시 또 금지약물 파문이 일겠네요.

◆ 김정훈> 네. 식약처와 도핑방지위원회는 A씨, B씨 외에 야구계 안팎에서는 또 다른 선수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서 추가 조사 여지도 남겨놓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앞서 보디빌더의 약물 부작용을 스스로 고백도 있었는데, 스포츠계에서 약물의 유혹은 잘 근절이 안 되나 봐요.

◆ 김정훈> 보디빌더 김동현 씨가 '뉴스쇼'에 출연해서 얘기했죠. '직업 보디빌더의 90%가 불법 약물 복용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물을 쓰면 10년 20년 걸릴 근육이 2~3년에 만들어져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요. 그런데 프로선수들도 마찬가지 유혹을 느낄 겁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유혹에 넘어가면 건강에도 치명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 김정훈> 이 부분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 TUE심사위원인, 경희대 의대 이종하 교수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 교수]
"스포츠 경기력의 어쩌면 만병통치약일 수 있어요. 운동을 하고자 하는 전투력이라 그럴까요? 자신감, 이런 것도 향상시키고 실제 근력도 향상되니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되죠. 그런데 한번 사용하면 마약처럼 또 사용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과용할 경우 심장의 수축이나 심장의 전류흐름 문제, 쉽게 말하면 심장마비가 쉽게 올 수 있어요."

◇ 김현정>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문제도 물론이고, 게다가 건강에도 치명적이니까 엄격하게 도핑방지위원회가 금지하고 있는 거군요.

◆ 김정훈> 징계 대상자 이름을 공개하면서 선수나 지도자로서 생활할 수 없게 하는데, 오늘 전해드린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징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훅뉴스,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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