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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비-계피 '가을방학', 12년 만에 해체 "신변상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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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싱글 발표하며 활동 시작
정바비 지난해 전 연인 성폭력 및 불법촬영 의혹 받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받았으나 또 다시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돼

밴드 가을방학. 유어썸머 제공

 

밴드 가을방학이 12년 만에 해체한다.

가을방학 소속사 유어썸머는 9일 공식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려 "가을방학의 두 멤버는 소속사에게 각자 신변상의 이유로 앞으로의 활동을 더이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가을방학이 해체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동안 가을방학에 사랑과 관심을 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알렸다.

계피도 같은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말씀을 드리기 마음 아프지만, 가을방학을 해체합니다. 실은 작년에 4집 앨범 녹음을 끝내면서 4집을 마지막으로 가을방학을 마무리 지으려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활동하며 가을방학에서 하고 싶었던 노래는 충분히 해보았다고 느낍니다. 이제 저는 새 분야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해요"라고 썼다.

계피는 "가을방학이 사라진다고 해도 저의 커리어가 사라질 뿐 제 지나온 삶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가 쓰고 누가 불렀든, 노래로 위안받았던 순간의 기억은 무엇에도 침범받지 않을 오로지 여러분의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여러분께 먼 훗날에라도 가을방학이 조금이나마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가을방학은 프로듀서 정바비와 보컬 계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밴드다. 2009년 가을방학이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싱글을 내어 시작을 알렸고 그간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취미는 사랑', '근황', '속아도 꿈결', '언젠가 너로 인해', '곳에 따라 비',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등 가을방학 특유의 정서가 담긴 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듀서 정바비가 지난해 11월 성폭력 의혹을 받았고, 불법촬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어 예정했던 공연이 급작스레 취소됐다. 검찰은 정바비의 성폭력과 불법촬영 혐의 모두 불기소 처분했으나, 정바비는 지난달에도 또다시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됐다.

다음은 계피의 인스타그램 글 전문.

[전문] 계피 인스타그램
계피입니다. 지켜봐 주신 팬 여러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기 마음 아프지만, 가을방학을 해체합니다. 실은 작년에 4집 앨범 녹음을 끝내면서 4집을 마지막으로 가을방학을 마무리 지으려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활동하며 가을방학에서 하고 싶었던 노래는 충분히 해보았다고 느낍니다. 이제 저는 새 분야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해요. 공연을 하며 적당한 시기에 발표하려 했는데 여러 이유로 공연을 취소하면서 지금에야 알리게 되었습니다.

지나온 발자취를 어떤 방식으로 간직해야 하나 생각해왔습니다. 언젠가 한 번 공연에서 말씀드린 적도 있네요. 제 결론은 그때와 같습니다. 누가 곡을 썼든 제가 불렀다면 저의 노래입니다.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 한 인간으로서 제 경험과 감정을 담아 노래해 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목소리와 가수로서의 제 표현방식을 좋아했습니다. 커리어를 떠나 그것이 저의 삶이었습니다. 가을방학이 사라진다고 해도 저의 커리어가 사라질 뿐 제 지나온 삶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가 쓰고 누가 불렀든, 노래로 위안받았던 순간의 기억은 무엇에도 침범받지 않을 오로지 여러분의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디서건 힘내서 밝고 당당히 살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너무 괴로울 땐 혼자서만 감당하지 말고 꼭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세요. 가족과 친구가 당신을 도울 기회를 주세요. 자신을 공개했다가 다시 상처받을지 몰라 두렵겠지만 세상에는 선한 관계가 더 많습니다. 상담실과 정신과 또한 당신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약한 행동이 아니라 문제를 인정한다는 면에서 정직하고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제 말이 얼마만큼 울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목소리를 좋아하셨다면 참기 힘든 괴로운 순간에 한 번만 제 말을 기억해주세요. 10년이 넘게 노래를 통해 위로를 건네온 사람의 자격으로 말씀드려봅니다.

공연 때 여러분의 눈을 마주쳤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봄 페스티벌과 가을 수변 무대의 설렜던 공기도 기억합니다. 지난 꿈 같네요. 연말공연 때 여러분이 엽서에 적어주신 '올해의 단어' 글들도 떠오릅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소중히 삶을 가꾸고 있다고 실감했었습니다. 소개팅에서 둘 다 가을방학을 좋아한다는 대화로 시작해 지금은 결혼해 아이가 있다는 소식도, 한해 내내 중병으로 아팠다가 나아졌다는 소식도, 군인이라 벼르고 벼르다가 제대 후 공연에 왔다는 소식도 적혀 있었지요. 하나하나의 삶의 시간을 제 노래와 나눠주셨다는 사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을 부를 때 말없이 오가던 교감은 참 따뜻했지요. 객석의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미소짓거나 눈물 흘리던 여러분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런 여러분께 먼 훗날에라도 가을방학이 조금이나마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간 걱정해주신 분들께 정말 많은 힘을 선물 받았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이 오고 있어요.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2021년 3월 9일
계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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