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초롱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 뉴스. CBS 심층취재팀 박초롱 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 다룰 이야기, 학교 폭력에 대한 얘기라고요?
◆ 박초롱> 네, 요즘 학폭 논란이 뜨거운데. 대부분 과거에 있었던 가해 사례들이죠. 그런데 요즘의 학폭은 온라인 상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고 해요.
연합뉴스
◇ 김현정> 그렇겠네요. 또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에 직접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다 보니 학생들의 관계도 온라인에서 이뤄지겠네요.
◆ 박초롱> 실제 교육부가 파악한 지난해 학교폭력 유형을 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신체폭력이나 금품 갈취는 7.9%, 5.4%에 불과했고요, 사이버폭력은 12.3%로 지난해보다 3.4%p 증가했습니다.
◇ 김현정> 요즘 아이들은 실제로 주먹으로 맞거나 돈을 빼앗기기보다 사이버 상에서 이뤄지는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네요.
◆ 박초롱> 맞습니다. 이런 사이버 학폭 문제, 계속해서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사이버 학폭이 10년 가까이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돼 왔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훅뉴스는 무법 상태에 놓인 사이버 학폭의 심각성을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차근히, 짚어보죠. 먼저 사이버 학폭이라고 하면 인터넷 채팅방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욕설하는, 그런 언어폭력 같은 걸까요?
◆ 박초롱> 네, 그런 생각들 많이 하실거에요. 그런데 저희가 실제로 사이버 학폭 사례를 조사해보니 그 범위와 행태가 아주 다양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박초롱> 기상천외해요. 우선 학생들이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나 SNS 굉장히 많이 쓰잖아요. 여기서 이뤄지는 따돌림이 있고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이나 허위사실을 올리면서 그 대상자를 태그해서, 게시물을 연결해서 신상이 드러나게 하고요. 태깅이 되면 올라오는 댓글이 다 피해 학생에게 알람이 가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럼 다른 학생들이 동조하는 비방 글을 계속 올리고 그걸 피해 학생이 계속 봐야 하는.
◇ 김현정> 잔인하네요.
◆ 박초롱> 10대 학생들이 많이 쓰는 익명 앱도 있어요. 여기에서 익명성에 기대서 피해 학생을 비방하고 욕하는 사례는 이제 아주 보편적인 사이버 학폭의 형태가 돼 있고요. 사이버 학폭으로 피해를 겪은 한 학생의 어머니 얘기를 접해봤는데요, 같이 들어보시죠.
[사이버 학폭 피해 학생 어머니]"익명으로 한다는 (앱이) 있어요. 아이들끼리. 그런 데다 올리고. '니 애미 XX' 뭐라고 하면서 욕도 올리고 그러더라고요. 카톡에다가 '궁금하면 개인톡으로 보내. 근데 만약에 발설하면 레알 칼 들고 쫓아간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애는 목에 줄을, 발가벗겨서 줄을 매달아서 끌고 다니겠다고 한 아이도 있었어요"◇ 김현정> 오늘 훅뉴스 내용은 학부모님들이 정말 주의 깊게 들어주셨으면 좋겠고 또 교사분들 학교에 계신 분들이 특히 주의 깊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박초롱>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사이버폭력이 많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원치 않아도 카톡방에 계속 초대하는 카톡감옥, 이거는 들어보셨을 거에요
◇ 김현정> 나가면 또 부르고, 나가면 또 부르고, 그리고 따돌리고 욕하고
◆ 박초롱> 네. 또 '멤놀'이라고 해서 자기들끼리 아이돌 가수 등 멤버로 역할을 정해서 역할 놀이 식으로 하다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또 온갖 비방을 쏟아내는 그런 사례도 있었고요. 사진을 합성해서 진짜인 것처럼 올리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사이버 학폭,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었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초등학생, 그리고 중학생들은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들어보시죠.
그래픽=고경민 기자
◇ 김현정> 초등학생도요? 들어보죠.
[학생들]"게임 같은 걸 하다 보면 어떤 애들이 '패드립'이라고 하는데, 다른 어머니 아버지를 욕하는 것 있잖아요. 그리고 '성드립'을 너무 많이 하는데 성 관련 안 좋은걸 꼬집어서 '니 애미 XXX'라고 해서. 5명이 조를 짜서 한 아이를 따돌림 시키고 어떤 애가 말을 해도 하나도 답장을 안 하고 그런 게 좀…""심한 경우는 페이스북에 이름을 언급할 수 있어요. 만약에 언급을 했을 경우에는 욕을 하거나, 사과해라, 이런 식으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그냥 이름을 빼고 내용만 적는 거죠.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이니 다 아는데, (이름을) 언급을 안 했으니 직접적으로 뭐라고 할 순 없는 거죠"◇ 김현정> 이게 그러니까 신체적으로 뭘 맞거나 그러면 멍이 들고 보이잖아요. 그럼 눈치챌 수 있는데 온라인상에서 은밀하게 괴롭히면 이거 티도 잘 안나고
◆ 박초롱> 정신적으로 굉장히 충격을 받는데 어른들은 알아채기 힘들죠.
◇ 김현정> 자, 이런 사이버폭력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훨씬 잔인하고요. 그런데 이 사이버 학폭에 대한 법이 없다는 건 무슨 얘기예요?
◆ 박초롱>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즉 학교폭력예방법은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은 대개 신체적 폭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변화하는 교육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데,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돼 '사이버 따돌림'을 학교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명시하고, 특히 20조의 3에서는 '사이버 학폭에 대해 필요한 사항을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사이버 따돌림'을 학교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명시하고, 제20조의 3에서는 '사이버 학폭에 대해 필요한 사항을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법령'의 내용을 클릭하면 '하위법령이 없다'는 내용만 뜬다.
◇ 김현정> 그게 9년 전 일인데, 그때 이미 사이버 학폭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던 거네요? 따로 법까지 만들 정도로요.
◆ 박초롱> 오죽 중요하면 시행령도 아니고 법을 따로 만들자고 했겠어요. 그런데요, 9년이 지난 지금도 이 법률은 없습니다.
◇ 김현정> 아니,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사이버 학폭이 심각하다고 해서 따로 법률을 정하자고까지 해놓고 아직 법이 없다는 게 무슨 얘기에요?
◆ 박초롱> 저희도 좀 알아보면서 황당했는데요. 그래서 학교폭력 문제의 주무부처인 교육부에 문의해 봤습니다. 왜 법을 만들기로 해놓고 법이 없느냐고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상황을 파악한 교육부 측도 당황해했는데, 무법 상태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기록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교육부 관계자]"이것만 제정을 안 했었고요. 정보통신망하고 음란·폭력 정보가 그때 그러니까 이거에 대해서 따로 법률로 정하지 않은 사유가 지금 기록이 돼 있지 않은데 이게 정보통신망하고 음란·폭력 정보가 지금 타법에 여가부법과 방통위법에 규정이 돼 있어가지고 이거에 대해서 교육부가 더 이상 법률로 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안 한 것 같습니다."◇ 김현정> 혹시 다른 곳에도 문의해 봤어요?
◆ 박초롱> 저희가 경찰에도 문의를 해봤어요. 경찰도 취재진의 지적을 받고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2012년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이 문제가 될 때만 논의가 반짝하다가, 결국 법을 만들기로 한 약속을 국가가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의 말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법을) 안 만들었다는 첫 번째 이유는 사이버폭력을 아직까지 국가가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라는 게 저는 첫 번째라고 보는 거죠. 예를 들어서 어른들은 '카톡 감옥'이라는걸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카톡감옥을 저도 당해보면 정말 힘들거든요. 이게 대체 가능할까, 정말 잘못된 거 아니냐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법령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김현정> 저는 'N번방'도 갑자기 떠오르거든요. N번방 사태가 터졌을 때도 아니 조주빈, 박사 이런 사람들이 가서 성폭행을 한 것도 아닌데 지시만 한 것인데 그 피해자가 찍은 영상만 올리기만 했는데 어떻게 처벌하느냐. 이래서 처벌이 안 됐다는 거 아니에요. 법이 없다. 비슷하네요.
◆ 박초롱> 네, 굉장히 사각지대가 큰 거고 아이들의 어떤 사이버 세상에서의 특성을 어른들이 이해를 잘하지 못하고 있는 면도 있는 거죠.
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그러네요, 박 기자가 '무법 상태'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럼 이 사이버 학폭은 아예 처벌, 피해자 관리, 가해자 교육 이런 게 안 되는 겁니까?
◆ 박초롱>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예요. 사이버 학폭법이 없을 뿐이지, 문제가 되는 행위를 처벌하려면 기존 학교폭력예방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또는 일반 형법을 적용할 수는 있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법들이 사이버 학교폭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죽하면 교육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 따로 법이 필요하다고 했겠어요. 취재 과정에서 접한 한 학생은 SNS에서 다른 친구들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모욕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더라고요.
◇ 김현정> 명예훼손 혐의로? 사이버 학폭법이 있다면 달랐을 수 있다?
◆ 박초롱> 학폭법이라는 자체가 처벌만을 규정한 건 아니고요. 학교라는 특성,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를 규정하는 법인데.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어떤 조정 과정도 겪지 못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경찰서를 오가며 형사 절차를 밟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 되는 거죠. 또 반대로, 문제로 인정되지 않아 처벌이나 계도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서요?
◆ 박초롱> 원치 않아도 카톡방에 계속 초대하는 '카감'이라고 있다 했죠. 또 역할놀이를 강제하는 '멤놀'이라는 것도 말씀드렸고요. 이런 경우에는 굉장히 큰 괴롭힘인데 기상천외한 사이버상의 괴롭힘이죠. 이게 기존 법으로 처벌이 될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고 이게 사이버 학폭인지 아닌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구분도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채팅을 하다가 사이버상에서 욕을 한다든지 이러면 드러나는 거지만, 카톡감옥은 그냥 계속 불러들이는 거잖아요. 없는 척하고 왕따 시키고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명예훼손으로 다룰 수 있겠는가 뭐 이런 거네요.
◆ 박초롱> 일반법으로 적용하기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사이버 학폭법이 있다면 학교나 교육청 차원에서 관련 기구를 만들고, 실태 파악이라도 할 수 있겠죠. 그런 것조차 안 되는 현실이고요. 또 사이버 학폭에 맞는 피해 사례 처리 규정도 없으니 우왕좌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변호사의 말입니다.
[노윤호 변호사(학교폭력 사건 전문)]"일반적인 신체폭행이나 이런 거는 결과가 명확하잖아요. 사이버 같은 경우는 어떤 경우가 생기냐 피해 학생이 겁먹고 사이버 폭력을 당할 당시에 SNS를 탈퇴해 버리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해 버리는 상황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면 막상 피해 학생 부모님이 신고를 해도 제출할 증거가 없는 거에요. 그러면 학교에서는 어떤 폭력을 당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거예요."◇ 김현정> 사이버 학폭법이 있다면, 이러한 사례는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들을 마련할 수 있다, 최소한 그걸 다룰 절차라도 마련했을 것 아니냐는 얘기네요.
◆ 박초롱> 네. 무엇보다 사이버 학폭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들도 취해질 수 있었을 겁니다. 무엇이 사이버 학폭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 점을 미리미리 학생들에게 알릴 수 있고요, 또 수시로 실태 파악을 하는 절차들이 법에 담길 수 있는 거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점까지요.
◇ 김현정> 바꿔 말하면 2012년에는 그런 필요성 때문에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는데, 9년째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이 더 안타깝네요.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끝난다 해도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활동들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시급히 법이 마련돼야 할 것 같은데요?
◆ 박초롱> 물론 법이 능사는 아니고 여러 가지 다른 노력들도 필요하겠습니다만, 만들기로 한 법이 9년째 없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까지도 당장 이에 대해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하네요.
◇ 김현정> 지금 어느 연예인이나 스포츠인 사례에 몰두할 게 아니라 그것에 따른 후속 조치 이런 법이 비어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초롱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박초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