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잔반 신세' 국민의힘, 생존확률은 25%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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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까지 내다판 잔반의 처지가 되버린 국민의힘
안철수에 끌려다니는 서울시장 선거에 국민의힘은 없다
안방을 내주거나 분당 가능성 솔솔
자당 후보로 승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

김홍도의 '자리짜기'. 스마트이미지 제공
조선후기 풍속화가 김홍도의 '자리짜기'에 보면 잔반의 처량한 신세가 잘 그려져 있다.

잔반은 17세기 조선시대 몰락한 양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잔반은 추레한 차림으로 자리를 짜고 있고 아내는 곁에서 물레질을 하고 있으며 아들은 아랫도리가 알몸인 채로 글을 읽고 있다.

그래도 양반이랍시고 사방관이라는 갓을 쓰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몰락한 대부분의 잔반들은 이렇게라도 먹고 살았지만 일부는 족보를 파는 등 구차하게 생계를 꾸려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임하는 국민의힘 처지가 딱 이런 잔반 신세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오세훈 후보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은 2일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를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최종 단일화다.

양측 간에 단일화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여론조사 문항, 국민참여경선, 안철수 대표의 입당 또는 합당 문제가 쟁점이다.

국민의힘에게 네 가지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세 가지 길은 더 큰 몰락으로 가는 길이며 살 길은 단 하나 뿐이다.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안철수 중심의 보수야권 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권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해 안 대표에 끌려다니며 자칫 1년 뒤 대선후보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안철수 대표가 본선에서 패할 경우에도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제1야당이라는 후유증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 뒤 본선에서 여당후보에 패할 경우에는 분당의 길로 갈 수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윤창원 기자
당은 거센 해체 요구에 직면하면서 당내 세력이 홍준표와 유승민, 윤석열을 중심으로 각자도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

이같은 처량한 상황의 원인은 국민의힘이 자체 경쟁력을 갖지 못한데 있다.

족보를 내다 팔면서 살았던 잔반처럼 안철수 대표에게 족보를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기호 2번이 되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게 입당을 하거나 국민의힘과 합당하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속내는 안철수를 위한 선거운동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되면 위원장직을 사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윤창원·박종민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족보를 팔면서까지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자당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고 본선에서 승리하는 것 밖에 없다.

25% 확률이다. 잘 나가는 양반의 길만 걸어온 국민의힘으로서는 진퇴유곡의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데 실패할 경우, 잔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결국, 국민의힘 후보가 무조건 승자가 되야만 국민의힘이 생존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가 됐다.

국민의힘이 어떤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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