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쿄올림픽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해 준비하겠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달 19일 온라인 화상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오는 7~8월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G7 주요정상국도 공동성명에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일본의 결의를 지지한다"며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일본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정의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이겨내고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피해를 극복하는 등 전세계에 '부흥'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을 알리겠다는 계획이죠.
하지만 이 과정이 여전히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이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까지 유행하면서 올림픽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설상가상 백신 접종까지 늦어진 데 이어 성화 봉송 출발지인 후쿠시마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잇단 악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개최 여부 두고 시끌…후쿠시마 농산물 사용?
도쿄올림픽에 대한 잡음은 개최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등 큰 피해를 보았는데요. 아직도 일부 지역엔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제공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도 후쿠시마산 목재가 사용되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에서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9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도쿄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추가 안전조치가 없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응답이 68.9%에 달했습니다.
반면 '구체적인 안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보이콧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응답은 21.6%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도 걸림돌입니다. 지난달 26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2만 8553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는 7647명에 달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등을 염두에 두고 야구장 관람석을 80% 넘게 채우는 코로나19 실험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위원장 '여성비하'로 사퇴…후임은 '성추행 키스' 논란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모리 회장은 온라인으로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의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며 "여성은 말이 많아 회의가 오래 걸린다" 등의 막말을 했습니다.
모리 회장은 거센 비판에도 회장직 고수 의지를 드러냈으나, 결국 공식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 및 사회 조사 연구 센터가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69%는 모리 회장의 사임이 '당연하다'고 답했습니다. '사임할 필요는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21%, '모르겠다'는 10%로 집계됐습니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난 모리 회장의 후임으로 여성인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담당상이 선출 됐는데요. 하지만 2014년 남자 피겨 선수에게 술을 마시고 입맞춤을 한 성추행 의혹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이 계속될 경우 도쿄올림픽 개최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도쿄올림픽 비관적 여론…일본 국민 11%만 "올해 열어야"
도쿄올림픽 개최를 두고 일본 국민의 우려섞인 반응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1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시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1%만이 '올해 여름 정상 개최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반응한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86%에 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때보다 21%p 상승한 수치입니다.
성화 봉송 출발지인 후쿠시마현 인근 지역 주민들도 도쿄올림픽 개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이 지난 1월 동일본대지진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현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도쿄올림픽 개최가 부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64%에 달했습니다.
시마네현에서는 올림픽 개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시마네현의 마루야마 다쓰야 지사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을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취소? 경제적 피해 막대
그렇다고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기엔 일본이 감당해야할 경제적 손실은 막대합니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오사카 대학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 국내 총생산(GDP)의 약 1%인 4조 5151억 엔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본은 이미 막대한 국가 부채를 떠안고 있는데요.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세수는 감소하고 국가 채무는 늘어나면서 격차가 매년 벌어지는 이른바 '악어의 입' 형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둘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자 국가 채무를 증가시킨 결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266%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서 일본 정부와 국민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싸늘한 국민 여론 속에서 올림픽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