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염혜란이 '빛과 철'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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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부딪혀 강렬하게 빛을 낸 사람들 ①
영화 '빛과 철'(감독 배종대) 영남 역 배우 염혜란 <하>

영화 '빛과 철'에서 영남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염혜란. 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영화 '빛과 철'(감독 배종대)은 인물이 내면에 감춰두고 숨겨 온 감정을 끄집어내어 쌓고, 서로 부딪히게 만드는 강렬한 영화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섬세함이 중요했다.

교통사고 후 의식불명이 된 남편과 남은 딸 은영(박지후)을 위해 고된 일상을 버티며 괜찮은 척 살아가는 게 영남이다. 그런 영남을 책임지고 연기한 건 배우 염혜란이었다.

염혜란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을 관통하며 영남의 모든 것을 스크린 위에 펼쳤다. 철과 철이 부딪히고, 빛과 철이 부딪히며 날카로움을 발산하고 때로는 불꽃이 튀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배우로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났고, 호흡을 맞춘 배우와 긴밀하게 교감했다.

염혜란은 최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긴장과 강렬함이 가득했던 영화 현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번 영화를 통해 만난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염혜란,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끼다

'빛과 철'에서 염혜란은 영남으로서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영남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숨겨 왔는지, 또 그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세심하게 그려낸다.


"제가 조연을 많이 했는데, 조연을 할 때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제가 연기한 인물이 좀 더 생명력을 가지면서 작품에 존재하면 좋겠는데, 어떨 때는 아쉽게 끝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주연을 해보니 한 작품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그리고 책임감도 많이 느껴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렵더라고요. 그리고 확실히 저는 주인공이 희주라고 생각해요."(웃음)

'빛과 철'이라는 제목은 독특하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제목이 갖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극 중 영남과 희주를 만나게 하고, 둘의 감정을 꺼내어 부딪히게 만드는 교통사고에 대한 은유이자 둘의 감정이 충돌하는 순간들을 뜻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제목이 이미지로 다가왔어요. 빛과 철이 어울리지 않는 대립적인 이미지로 느껴졌죠. 아주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 칼에 빛이 반사되는 느낌 등 철은 차가운 느낌이었어요. 다 찍고 나서는 철이 빛을 만나면 온도가 달라지듯이, 차갑게만 느껴지는 철도 온도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다 찍고 나서는 차가운 이미지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배우 대 배우로서 교감이 일어난 순간들

날카로운 감정들이 대립하는 과정은 상처를 마주하고 새로운 길로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영화는 영남과 희주 두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고, 그들을 통해 상처와 죄책감을 어떻게 돌아봐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배우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희주를 연기한 김시은, 딸 은영을 연기한 박지후와도 감정적으로 깊이 마주하며 호흡을 맞췄다. 철과 철이 만나기도, 철과 빛이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부딪히며 불꽃을 만들기도 했다.

희주는 영화 내내 영남과 강렬하게 마주하는 인물이다. 상황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영남과 대척점에 놓인 인물이다. 특히 공장 탈의실에서 만난 영남과 희주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날 선 감정의 대립을 선보인다. 염혜란도 이 순간을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장면으로 꼽았다.

"시은 배우랑 촬영한 장면은 그런 장면이 많았어요. 특히 처음 만났을 때 장면이 강렬했어요. 서로 모를 때 만나서 촬영했는데, 공교롭게도 저는 첫 촬영이었죠. 날카로운 칼날로 둘이 공격하고 맞부딪히는데, 그걸 감당하는 영남은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속은 부들부들 떨리고 충격적이었죠. 그 장면이 끝나고 김시은이 염혜란을 싫어하는 거 아닌가 염려될 정도로 보이지 않은 칼날이 날아다니는 느낌이었어요."

긴장으로 가득한 현장이었지만, 좋은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엔딩이다.

"실제로도 그게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모든 일을 폭풍처럼 겪고 나서 찍는 마지막 장면이었죠. 아주 섬세한 것까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고라니를 보고 난 후 서로를 볼 것인지 보지 않고 끝날 것인지 등등 말이죠. 많은 고민을 녹여내 정성껏 찍었어요. 그 장면은 처음으로 대립하던 사람이 눈을 마주치며 진심을 본 것 같은 장면이죠. 배우 대 배우로 교감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어요. 상대방을 봤을 때 대사 없이 눈으로 이야기하는 게 되게 좋았어요."

불 꺼진 병원 로비에서 은영과 영남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 역시 빠질 수 없다. 해당 장면은 배종대 감독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다. 은영에게 중요한 순간이자, 영남을 흔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은영이 자신만이 알고 있던 아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사실 폭풍 같은 장면이었어요. 영남은 자기가 감춰두고 있는 것이고, 자기만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딸이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힘들어졌죠. 그리고 저도 목격한 장면이 있겠지만 은영이가 말한 건 직접 보지 못했을 거예요. 어린 딸이 그걸 혼자 감당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돌보지 못한 죄책감까지 들었죠. 그 장면을 찍었을 때 생각이 많이 나요."

영화 '빛과 철'에서 영남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염혜란. 찬란 제공
◇ '또 다른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만난 염혜란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염혜란은 때로는 엄마, 아줌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을 대변하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의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라미란 배우가 '우린 시대를 참 잘 타고나서 주인공을 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제가 시대를 잘 만난 거 같아요. 다양한 여성 캐릭터에 목말라 하고 원하시니 저를 많이 불러주시는 거 같아요. 좋은 변화라서 좋아요."

최근에는 다양한 역할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또 다른 염혜란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시청자들에게 염혜란이 갖고 있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저는 어디에 가서든 항상 '제2의 라미란이 되고 싶은 염혜란'이라고 말하는데요. 얼마 전 청룡영화상에서 라미란 선배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게 좋더라고요. 차근차근 내실 있게 해온 분이 코미디 장르로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너무 놀랍고 의미가 크다고 봐요. 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환영할 만한 변화예요."

'빛과 철'은 염혜란 안에 있는 날카롭고 차가운 면을 한껏 끌어낸 영화다. 관객들이라면 이전과는 다른 그의 모습에 놀랄 것이다. 염혜란은 '빛과 철'이 자신에게 있어 '지독한 영화'가 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언제 이렇게 지독하게 끝까지 가볼까 싶단다.

"지독함이 보기 힘들기도 하지만 지독함까지 갔을 때 후련함이 있고, 지독하게 가봐야 풀리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오케이를 받아도 한 번만 더 가보자고 주문할 때가 있어요. 제 생각에는 다르게 연기했다 생각했는데 끝나면 전과 똑같다고 할 때가 있는데, 감독님은 달랐어요. 미세한 차이까지 알아보셨죠. 정성껏 찍은 걸 알아주는 감독님을 만나서 행복했어요."

염혜란 스스로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매번 다른 인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배우에게서 그간 본 적 없는 얼굴을 발견하는 건 배우에게도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렇게 삶도, 배우도 성장해 나간다.

"인물에 대한 접근이 섬세했다고 해야 할까요? 집요했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제가 지금까지는 속의 이야기가 겉으로 드러나는 연기를 했다면, '빛과 철' 속 영남은 겉으로 나오기까지 벽이 강해서 뚫고 나오기 어려운 인물이었어요. 폭발하지 않는, 내재한 폭발성을 가진 사람을 연기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나한테 또 다른 캐릭터가 생긴 거죠. 제가 그런 걸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풍부해지는 거 같아요. 제게는 자산이 될 거 같아요."(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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