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일하고도 임금 못 받는 사람 '수두룩'

  • 2021-02-22 09:17
법원은 9일 '코로나19로 인한 임금체불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이 천재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의 점에 관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입니다.
근로의 대가로 마땅히 받아야 할 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체불액은 1조 6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속 불안정한 일자리와 끊이지 않는 임금체불로 근로자들의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 임금체불 규모 감소?'…"착시효과일 뿐"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도 임금체불 규모는 감소했습니다.
참여연대가 9일 발표한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2016~2020년 임금체불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체불 노동자수는 2016년 약 47만 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 2019년 약 59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약 41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30%나 감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 정부 지원금의 영향도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사업자의 임금체불이 확인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반려할 수 있으므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임금체불을 자제하게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2020년 임금체불 규모 감소가 '착시효과'라고 단정하며 사실상 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임금체불의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입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단기적 효과가 있을 수는 있어도 지급에서 제외되는 업종(건설업 등)에서는 임금체불이 여전하다는 점과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으로 부실기업들이 운영되다 지원이 끊기면 다시 임금체불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임금체불 수치가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2020년 근로감독 실시 사업장이 전년에 비해 20% 수준으로 줄어들어 임금체불 피해자수 역시 약 12만 5천 명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근로감독 실시 사업장이 80% 가량 감소했음에도, 피해 노동자수와 피해 금액은 전년에 비해 절반 정도만 감소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를 근거로 그동안 '봐주기식' 근로감독이 만연했으며, 실제로는 2020년 한 해 동안 코로나19로 임금체불 문제가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제조업'서 최대, '작은 사업장일수록' 피해자 많아

 

임금체불 문제는 업종별로도, 사업장의 규모별로도 상이하게 나타났습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한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가장 많은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사건 기준 2016~2020년 임금체불액 비중은 제조업에서 평균 37.1%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은 건설업(평균 17.4%),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평균 14%), 금융보험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평균 10.2%), 운수창고 및 통신업(평균 8.5%) 순으로 확인됩니다.

 

 

사업장의 규모별로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수가 많았습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타난 임금체불 문제는 심각한 수치를 보입니다.
'1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수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적으로 약 78.6%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 40%에서 점차 증가해 2020년은 45.4%로 나타났습니다. 임금체불액 역시 2016년 26.7%에서 2020년 32.3%로 약 5.6% 증가했습니다.
◇작년 임금체불의 주원인?…'역시 코로나'

 

참여연대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신고사건을 기준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임금체불 사건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일시적 경영악화'(평균 58.1%)로 나타났습니다.
'일시적 경영악화'를 이유로 임금을 체불하는 비중은 지난해 더욱 증가했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0%대를 유지해왔는데, 2020년에는 62.8%를 기록하며 이전 수치들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참여연대 이슈 리포트에서는 이 원인을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2020년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437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실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27.2%가 '구조조정을 실시했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중 69.7%가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악화돼서'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또한 기업 32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채용 결산' 조사 결과, 42%가 작년 '인력부족'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로 인재 채용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임금체불의 원인 중 '경영상 어려움' 외 약 30%가 '사실관계 다툼, 법해석 다툼, 노사간 감정 다툼' 등 합의가 필요한 경우였다는 것입니다.
임금체불 신고사건에 대한 처리는 보통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합의를 유도하는 '지도해결'과 기소의견으로 사업주를 검찰에 송치하는 '사법처리'입니다.

 

이 중 '지도해결'된 사건을 보면, 최근 5년간 '지도해결된 사건수의 비율'과 '지도해결된 임금체불액 비율'을 비교했을 때 체불액 비율이 약 15.8%~22.4% 낮게 나타났습니다.
즉, 합의에만 급급해 받아야할 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근로감독관의 과도한 합의 종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9일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6개 노동청에 '강제수사 지원팀'을 설치해 악의적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체포·구속수사 등 엄정히 대처하며,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습적인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법정형 상향 등 제재를 강화하는 등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부양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 정부는 2017년 7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체불근로자 생계보호 강화 및 체불사업주 제재 강화'를 제시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수십만의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와 1조원 대를 넘는 임금체불액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해법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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