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스1 제공
북한이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영문직책 표기를 위원장이나 의장을 뜻하는 '체어맨(Chairman)'에서 국가주석 또는 대통령을 의미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일성 주석처럼 대외 영문 직함으로 '프레지던트(President)'를 사용한 것으로, 지난 달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을 당 총비서로 추대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북한 최고지도부의 금수산 궁전 참배 사실을 전하며, 김정은의 직책인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general secretary of the Workers' Party of Korea and president of the State Affairs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번역해 보도했다.
김정은 영문 호칭은 그동안 'chairman of the Workers' Party '이었는데, 이번에 당 총비서에 대해서는 "general secretary of the Workers' Party"로, 정부 직책인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president of the State Affairs"로 명칭을 분화·변경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문 호칭이 '프레지던트(president)'로 표기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호칭 변화는 이미 지난 달 26일 화상으로 진행된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한대성 북한 대사가 한 연설에서도 확인이 된다.
한 대사는 당시 회의에서 "국방력 강화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정은의 영문 호칭을 "General Secretary of the Workers' Party of Korea and President of the State Affairs of the DPRK"이라고 한 바 있다.
통일부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대외 호칭과 관련해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은 President', '김정일은 Chairman'으로 호칭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국가를 대표하는 대외영문 호칭을 할아버지 김일성이 생전에 쓰던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복원한 셈이다.
이런 호칭 변화는 아울러 현재 사회주의 국가를 포함해 대다수 나라들이 국가수반 또는 국가원수의 호칭으로 '프레지던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진핑 당 총서기도 대외적인 호칭은 국가주석이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고립'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 조직의 명칭 등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군을 통솔하는 인민무력성을 보다 일반적인 이미지인 국방성으로 명칭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당 대회와 당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 각종 회의의 개최를 정례화함으로써 사회주의 일반국가로서의 성격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 기념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국가명절 기념 공연이나 각종 행사에 부인 리설주를 대동해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것도 결국 북한이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강조하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리설주는 과거 백두산 군마등정, 금강산 관광지구 시찰 등 각종 현장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과 동행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1년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16일 광명성절 기념 공연에 김 위원장과 부부 동반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1월 25일 설 명절 삼지연 극장 공연에서는 김정은 리설주 오빠 부부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으나, 이번 광명성절 공연에도 함께 관람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