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상안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 정치권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야는 16일 일제히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집중 추궁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서두르는 더불어민주당은 재정 정책에 소극적이란 이유로, 국민의힘은 선거용 현금지급 의혹을 제기하며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 與野, 일제히 '홍남기' 난타…선거 전 지급‧손실보상 법제화 도마 올라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4차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추경안, 손실보상 법제화 등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피해 계층에 시급한 지원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오는 4월 전 지급을 서두르는 움직임에 선거용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국내총생산 대비 코로나 위기대응 직접 지원 비율이 미국 16.7%, 캐나다 14.6%, 한국은 3.4%였다"며 "국가부채율은 선진국 35개국 평균 125.5% 대비 우리나라는 48.4%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적극적 재정 정책을 주문했다.
논란이 된 손실보상에 대해 같은당 박홍근 의원은 "헌법 23조 3항을 근거로 자영업자들이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가의 책무를 담는 내용을 법안 형태로 언제까지 만들 것이냐"고 물었고, 김두관 의원은 "처음엔 기재부에서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문제 제기가 되니까 입장을 바꾼 것 같다"며 찬반 여부를 물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윤창원 기자
홍 부총리는 이에 "손실 보상 관련해 정부도 TF를 꾸려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손실보상'으로 정하면 손실이 명확히 규명이 안 될 경우 보상도 안 된다는 법해석이 있다. 손실보상인지, 피해 보상인지에 대해 법리적으로 의견을 구하고 조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손실보상 법제화의 필요성엔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지만, 4차 재난지원금이 이번 보궐선거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추가적인 추경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전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보궐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아 결국 (재난지원금 지급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고, 추경호 의원은 "이번에 추경을 하고 나면 상반기에 추경이 다시 편성될 가능성은 없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코로나 3차 확산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추경의 필요성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 지금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코로나 보상안 추진에 정치적 요인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의 당정 회의 관련 질의에 홍 부총리가 답변을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태흠 의원은 "여당한테 얻어 터지고 와서 여기서 분풀이하는 것이냐"고 했고, 서병수 의원은 "'추경을 한 번 더 할 것이냐'는 질문이 뭐 그리 비합리적인 질문이라고 귀찮다는 듯이 답변해서 되겠느냐"고 태도를 문제 삼았다. 홍 부총리는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면서도 사과는 거부했다.
◇ 4차 재난지원금 추경, 10조원 안팎 예상…선거 앞두고 공방 격화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3차 재난지원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정부‧여당은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종들을 '더 넓고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손실보상의 법제화 또한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14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재부는 4차 재난지원금 규모로 12조 원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최소 20조 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폐업한 자영업자, 노점상 등 지금까지 지원을 받지 못한 이들까지 대상을 넓히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3차 재난지원금 대비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급액 상향도 추진된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3차 지원금 때는 매출액 4억 미만, 5인 미만영업장을 대상으로 10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지급했다"며 "이번엔 예를 들어 금액을 높여 20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하는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가 예정된 만큼,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일각에선 보편 지급 방식인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도 거론된다. 이달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다음달 중 감염병 확산세가 수그러들 경우, 경기 부양 등을 이유로 여당이 보편 지급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재원 조달 방안 마련과 체계적인 지급안 등을 지적하며 여권의 정책에 맞설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는 분위기다.
4차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추경안에 대해선 재원 조달 방법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판 뉴딜' 사업이 대거 포함됐던 3차 추경으로 예산이 늘어난 사업 중 현장 집행 완료된 것은 35%뿐"이라며 "빚을 펑펑 내놓고 내년부터 국민부담으로 돌리는 속임수를 쓰지 말고 올해 본 예산부터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별 지급에 무게를 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피해 업종에 대한 손실보상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만큼 원내 지도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재난지원금 지급보다 손실보상법 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정부가 공짜로 주는 돈을 마다할 사람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립각을 세우기 보단 각 업종별로 주는 금액의 형평성에 집중해 어떤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금액이 도출됐는지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