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재판 배상하라" 염전노예 피해자 2심도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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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조된 처벌불원서 승인한 판사, 수년간 묵묵부답
판사는 증언대 못 서나…증인채택도 '불발'
1심 "법관 위법·부당한 목적 있어야"…소극적 책임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날조된 처벌불원서를 검증하지 않은 부실재판을 한 법관들에 대해 2심에서도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문제의 법관들을 법정에 불러 사실관계만이라도 확인하자는 원고 측 주장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이순형·김정민·김병룡 부장판사)는 16일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한 원심을 유지했다.

짧은 선고가 끝난 후 A씨 측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재판부의 논리는 법관의 자유판단 영역 안에선 국가배상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라며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고 특히 큰 권한을 부여받은 판사라면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적장애 2급인 A씨는 자신의 이름 외엔 한글을 읽지 못하고 생년월일은 알지만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외우진 못한다. 염전주 B씨는 A씨를 약 13년간 무임금으로 착취해 영리유인·준사기·감금·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그런데 선고 3일 전 B씨는 피해자인 A씨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류에 서명했다며 A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지장날인이 적힌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당시 B씨 사건을 심리하던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1부(진현민 부장판사)는 다시 변론을 재개하거나 A씨 측에 진짜 의사인지 확인하는 절차 등을 전혀 거치지 않고 예정대로 선고를 진행했다.

통상 처벌불원서에 첨부되는 피해자의 인감증명서나 지적장애인인 A씨의 임시후견인 동의도 없었지만 재판부는 문제의 처벌불원서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에 '반의사불벌죄'인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는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유죄가 인정된 다른 혐의들도 이 처벌불원서로 인해 감형 혜택을 받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실형을 피하게 됐다.

최 변호사는 "여러 형사사건을 맡아왔지만 어느 법관도 절대 처벌불원서나 합의서의 진위를 그렇게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며 "특히 미성년자나 장애인의 처벌불원서는 당사자를 증인으로 불러 꼼꼼히 챙기는 것이 의무"라고 밝혔다.

특히 A씨 측은 이번 소송 과정에서 당시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1부 판사들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끝내 받아주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증인신청이 기각돼서 피고 대한민국에 입장을 요구했을 때 온 답변은 딱 세줄 뿐이었다"며 "이마저도 소송 수행자들이 판사들에게 직접 물어본 후 적은 것은 아닌 걸로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1심에서는 목포지원 형사1부 판사들이 실책을 저질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법관의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위법한 행위가 되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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