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제작난→'가성비 전략'…지상파 드라마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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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빈 지상파 드라마 편성…공영방송 KBS만 명맥 유지
관계자 "제작비 상승에 수익 구조 개선 안 되니 포기 수순"
문화평론가 "지상파 드라마 전성기는 끝…소수 작품에 집중"
"성공 공식 답습하다 젊은 시청자들 이탈해 경쟁력 하락"

SBS 금토드라마로 돌아올 '펜트하우스'와 현재 방송 중인 아침드라마 '불새 2020'. SBS 제공
"요즘 볼 드라마가 없어요."

KBS를 제외한 지상파 드라마들이 실종됐다. 이달 방송 중이거나 예정인 MBC와 SBS 드라마는 각 2편에 불과하다.


현재 MBC는 평일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 웨이브와 합작한 월요드라마 '러브씬넘버#'를 방영 중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드라마본부 재정비에 나선 MBC는 다음달부터 미니시리즈 방영을 재개한다.

SBS는 평일 아침드라마 '불새 2020'만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오는 19일 방송되는 '펜트하우스 시즌2'는 금토에 편성됐다.

그나마 공적 재원이 있는 KBS가 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 수목드라마 '안녕? 나야!', 금요드라마 '디어엠', 일일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 등 2월 라인업으로 지상파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MBC는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통했다. SBS는 지난해 '스토브리그' '낭만닥터 김사부2' '펜트하우스' 등 잇단 히트작을 내놨다. 그럼에도 이들 채널 편성에서 드라마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tvN, JTBC 등 케이블·종편이 쉼 없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MBC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와 웨이브와 합작한 월요드라마 '러브씬넘버#'. MBC 제공
제작비 대비 수익 실현이 어려워지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을 다수 포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TT, 케이블, 종편 등이 출현해 과거 독보적 채널로서 누렸던 시장 이점은 더 이상 없다. 그렇다면 경쟁력 강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각종 규제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 방송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에 "주 52시간 준수, 배우들 출연료 상승 등에 따라 제작비는 계속 올라갔는데 도저히 수익을 거둘 수가 없는 구조다. 이게 돌고 돌아 제작 포기로 귀결돼 시청권 제약이 발생한 것"이라며 엄격한 광고심의, 중간광고와 재방송 규제 등을 결정적 이유로 꼽았다.

케이블이나 종편 드라마들에 비해 광고 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제작비 보전 역할을 하는 광고주들이 지상파 드라마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단점들을 보완할 시청률이라도 따라주면 좋겠지만 당연히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케이블이나 종편에서 한 드라마가 잘 되면 재방송을 통해 충분히 광고 수익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지상파는 그렇게 재방송도 불가능하다"면서 "지금 지상파가 하고 있는 PCM(프리미엄 광고) 역시 종료시그널이 있어 중간광고보다 시청자 이탈이 많이 발생한다. 결합판매를 해서 광고를 원하는 프로그램에 넣기 어렵고, 광고심의도 훨씬 엄격해 광고주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결국 지상파 드라마의 빈 자리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에 시청률이 잘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채우는 실정이다. 일명 '가성비 전략'인데 종합 방송사인 지상파로서는 완전히 드라마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계에 따르면 꾸준히 드라마 편성을 하는 방송사들도 사정이 좋지만은 않다. 다만 채널 브랜드 가치를 위해 적자를 봐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지상파는 그런 브랜드 가치를 고려할 여유마저도 없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스타 작가나 배우가 참여한 대작 등 성공이 담보된 작품들에 한해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 시청자층이 지상파 드라마에서 이탈하면서 예능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 시청률 밖에 안 나오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작이 어렵게 된 거다. 이제 지상파 드라마 전성기는 끝났다고 본다. 다만 몰락이라고 해도 지상파 입지가 있고,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해 SBS가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렇게 소수 작품에 집중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최전성기에 시청률 50%까지 도달했던 지상파 드라마들은 왜 이렇게 벼랑 끝까지 몰린 것일까. 90년대~2000년대 성공 공식에 정체돼 있었던 콘텐츠 한계가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하 평론가는 "기존의 성공 공식과 그 스타일을 그대로 틀에 박힌 듯 답습하다보니 미국드라마 등에 익숙해진 젊은 시청자들은 지상파와 멀어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중년 이상층 시청자들에게만 의존하는 패턴이 나타나 경쟁력이 하락했다"며 "이와 반대로 신설 채널들은 전략적으로 새로운 문법의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 내면서 젊은 시청자들을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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