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및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조현병 혐오 발언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를 혐오하거나 비하하려는 마음을 갖고 사용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은 4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31명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입장문 발표 중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에 대한 비하 및 혐오 발언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 특정 질환이나 장애에 관한 용어를 쓰는 것은 해당 질환이나 장애에 대해 명백하게 혐오하거나 비하하려는 마음을 갖고 사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 발언은 우발적으로 나온 발언도 아니고 31명이 미리 사전 검토하고 합의한 '서면 입장문'에 그대로 명시돼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가진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 중의 약자'"라며 "국회의원들이 당사자와 가족의 치료환경개선, 복지증진, 권익향상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이러한 모욕적 혐오 발언을 악의적으로 반복하는 것에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31명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 등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언급하며 정신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했다.
국민의힘 현판. 윤창원 기자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이사는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들은 그 발언을 듣고 분노했다"며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판이라지만 오로지 '정치적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서 특정 정신질환을 거론한 그들의 인권의식이 너무나 참담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게 정말 정치입니까. 그 말을 듣고 상처 받고 분노할 조현병 당사자와 그 가족의 입장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 31명 의원 중 단 한 명도 없었습니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이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박인숙 전 의원이 조국 전 장관을 향해 "정신병 환자"라고 비난했다가 정신장애인 환자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발언했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절름발이 총리"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인권위는 이 전 대표와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인권교육을 받으라고 권고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