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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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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대표 성추행 직위해제
'피해자다움',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아
진보진영의 도덕성 타격 불가피
젠더폭력은 진보.보수 어느 한 진영의 문제 아냐
누구나 피해자, 가해자 될 수 있는 문제

정의당 김종철 대표. 윤창원 기자

 

진보진영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5일 당 대표직에서 직위 해제됐다.

사유는 '성추행'이다.

피해자가 같은 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인데다 발생 시점도 불과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더욱이 성 평등 문제에 대해 앞장서 왔고, 지난 22년간 진보정치의 외길만 걸어온 정당의 대표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사건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한 가운데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윤창원 기자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입장문을 냈다.

또 '피해자다움'이나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문제로 당 장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상대 성(性)에 대한 혐오를 담고 저지르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을 의미하는 젠더폭력은 진보나 보수 어느 한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장 의원의 말처럼 사회적 지위나 계급과 무관하게 누구나 피해자가, 그리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2018년 3월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원들이 '3.8 여성의 날 기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투'운동의 여파로 젠더문제에 대한 도덕적 잣대와 사회적 분위기가 한층 고양된 건 사실이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젠더폭력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문화계와 학교, 교계, 군인, 공무원, 기업 등 사회전반에 걸쳐 현재도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힘에 의한 폭력이 자행되고, 갑의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하거나 성폭력을 일삼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둔감성은 사회적 변화를 선도하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부인하면서 숨기고 감싸기에만 급급할 뿐 일벌백계의 엄격하고 엄중한 원칙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려는 노력없이 법적대응 운운하다가 결국 비난과 퇴출논리로 끝맺음을 하는 경우를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황진환 기자/연합뉴스

 

성추행으로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당헌을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낸 더불어민주당이 새삼 소환되는 이유다.

이렇게 치러질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여성후보가 치열한 도덕성 검증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대표를 직위해제했지만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더욱이 젠더이슈, 특히 권력형 성범죄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던 터라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전체도 실의에 빠졌고 안팎에선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당을 해체하고 새롭게 재건하겠다는 심정으로 혼란을 잘 수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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