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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피했을 '김학의 先 수사권고·後 출금'…왜 불발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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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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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고위인사들, '적법 출금' 고심 정황
논란 소지 적은 '先 수사권고' 방안도 검토
결국 불발…'출금 後 수사권고' 논란 자초
조사 10개월째…왜 수사권고 미리 안했나
'권고 근거 자체 미약했다' 내·외부 평가
檢, '불법 출금 의혹' 전방위 압수수색

별장 성접대와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2020년 10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2019년 3월 긴급 출국금지(출금) 조치는 수사 근거조차 빈약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강행되다보니 법적 논란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금 전 며칠새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와 그 실무기구인 대검 진상조사단(조사단)의 핵심인사들은 ‘수사 권고 후 출금’ 방안도 논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김 전 차관을 일반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서 적법하게 출금하는 방안도 고심한 것이지만, 이마저도 불발된 건 수사권고의 근거가 불명확했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비판이다.

◇ ‘장관 직권출금’ 방안 무산 후 ‘先수사권고 後출금’ 논의

김 전 차관 심야 출국 시도 나흘 전인 2019년 3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차관 의혹과 관련해 “엄정 처리” 방침을 천명했다. 이후 박상기 당시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 고위층은 신병 확보의 필요성을 언급한 다수의 언론보도를 참고하며 적법한 출금방안을 다각도로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해 3월19일 또는 20일쯤 박 장관과 김오수 차관, 윤대진 검찰국장, 이용구 법무실장(과거사위 간사)의 회의에 호출됐고 이 자리에서 장관 직권 출금 사례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선례가 없다는 보고에 차선책으로 검토된 방안은 ‘조사단의 출금 요청→과거사위의 출금 권고→장관의 출금 조치’였다. 직권 출금의 근거를 만들어 장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이 방법은 3월20일 이용구 실장, 김용민 과거사위 주무위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 라인이 가동돼 실행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 조사단 조사보고에 근거한 과거사위 차원의 수사 권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대검 기조부 실무자의 의견이 제시되자 조사단원들이 이 방안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두 방법이 모두 불발되자 검토된 대안은 ‘과거사위의 김학의 수사 권고 후 출금 방안’이었다. 현실화 됐다면 이를 근거로 법무부 장관이 법에 따라 ‘범죄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며 출금 조치를 하거나, 권고를 받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김 전 차관을 ‘피의자’로서 출금 조치하는데 법적 논란의 소지가 없다. 그러나 이 역시 실행되지 않았고 결국 3월22일 밤 이 전 차관이 출국 시도를 하자 이규원 검사가 단독으로 가짜 사건번호를 근거 삼아 긴급 출금 조치를 함으로써 그는 현재 불법 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 왜 미리 수사권고 안 했나 '미스터리'…'근거 빈약' 분석도

법조계에선 가장 합리적인 출금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되는 ‘수사권고’가 왜 미리미리 이뤄지지 않았을까라는 물음표가 나온다.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는 출금 조치 뒤인 3월25일에서야 뒤늦게 이뤄졌는데, 적어도 김 전 차관이 소환통보에 불응한 3월15일 직후에라도 이뤄졌다면 법적 논란도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는 조사단이 조사에 착수한지 10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선 김학의 의혹 재수사 권고의 근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내‧외부 평가가 적지 않다. 김용민 위원은 출금 성사 직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막판에 검토됐던 ‘선(先) 수사권고 후(後) 출금’ 방안이 왜 실행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했는데 이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회자된다.

그는 “목요일(2019년 3월21일)에 저와 조사단에서 어떻게 할까 (논의)했다”며 “원래 그 다음주 월요일(3월25일)에 조사단에서 보고를 하고, (과거사위에서) 수사 권고를 하기로 내부합의가 돼 있었는데, 목요일로 앞당기는 게 어떨지 논의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건 문제가 있지 않나 해서 그날 논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말에만 출국하지 않으면 문제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솔직히 하긴 했다”고도 밝혔다. 출금 조치 바로 전날까지도 ‘수사권고가 성급하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해 3월초까지 조사단 내 ‘김학의팀’에서 활동하다가 그만 둔 박준영 변호사의 페이스북글엔 왜 이런 의견이 있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 등장한다. 박 변호사는 “3월12일 과거사위가 김학의 사건을 포함해 과거사 조사대상 사건의 진상조사 활동기한의 연장을 거부할 당시, 김 전 차관의 처벌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봐야한다”며 “대통령의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로 과거사위가 이전 입장을 번복했는데,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나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CBS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김학의 의혹은 조사단 내 5팀에서 한동안 다뤄지다가 이규원 검사가 소속된 8팀으로 옮겨졌는데, 애초 5팀은 처벌이 어렵다는 쪽의 검토 결과를 과거사위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금 뒤에서야 이뤄진 수사권고의 핵심 근거는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보고서’로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지만 정작 김 전 차관은 다른 스폰서로부터 돈을 받은 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역시 수사 권고의 근거가 빈약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에 힘을 싣는 요소들이다.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방검찰청 관계자들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강경여론 속 무리한 출금 강행?…檢, 전방위 압색 ‘첫 발’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결국 대통령 발언과 여론의 공분 속 ‘어떻게든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넘겨야 한다’는 인식 하에 초법적인 조치가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21일 법무부 관계부서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무실, 이규원 검사의 사무실과 자택, 대검 기획조정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수사팀이 꾸려진지 일주일 만이다.

수사팀은 압수 기록을 근거로 출금 과정이 실제로 불법이었는지부터 시작해, 해당 출금이 어떤 방식의 의사결정을 거쳐 이뤄진 것인지까지 폭넓게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도 어떤 상황이든 적법절차는 지켜져야 한다는 인식 하에 수사팀에 ‘충실한 수사’를 강조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장 출금에 관여한 실무자들부터, 조사단 단원과 과거사위 위원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조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조사단 조사부터 출금 과정에 이르기까지 ‘민정라인’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만큼, 수사가 청와대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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