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식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을 두고 "참여연대가 최초 제안한 지 25년 만에 부패 척결과 검찰 견제를 바라는 시민의 힘이 마침내 공수처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환영했다.
참여연대는 21일 논평을 내고 "시민의 힘으로 주춧돌을 놓은 공수처가 역사적 소명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초대 공수처장인 김진욱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공수처는 이날 오후 취임식을 포함해 현판 제막식을 열고 닻을 올리게 됐다.
공수처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수사·기소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의 기소권 독점 체제를 견제하기 위한 권력형 비리 전담기구다. 향후 공수처는 △전·현직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장·차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각종 부정부패 범죄를 수사하게 된다.
이 중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피의자들을 직접 재판에 넘기는 기소권도 행사할 수 있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윤창원 기자
참여연대는 '현직검사 술접대' 사건과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들어 "초대 공수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김 후보자는 공수처를 열망한 시민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며 "시민들은 더 이상 접대향응 액수가 98만 원이라는 이유로 검사가 불기소되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 86억 원의 뇌물을 주고도 재벌이라는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에 불과한 처벌을 받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패를 저지른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하여 부패근절에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 선택적이고 정치적으로 권한을 휘둘러온 기존 검찰과는 달라야 한다"며 "공수처는 잘못된 인권침해적 수사관행과 '제식구 감싸기' 악습 등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도 검찰을 멀리할수록 좋다. 거리두기 3단계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갈등 속 진통 끝에 출범한 현행 공수처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참여연대는 "타협과 검찰의 견제 속에 만들어진 공수처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 권한과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공수처 수사대상의 일부분인 판검사, 고위직 경찰밖에 기소할 수 없다"며 "나머지 대부분의 수사대상인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공수처 수사 후 기소는 검찰이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한형 기자
이어 "공수처 수사대상만큼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밖에도 25명 공수처 검사 인력은 검찰의 지청 수준에 불과하며 과거 특검 규모에도 크게 못 미친다. 공수처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다면 이에 상응하는 공수처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출범 자체를 반대한 국민의힘을 향해선 "야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뿐 아니라 공수처검사 인사위원 추천 권한도 부여받았다.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는 데 쓴 권한을 또다시 조직 구성 발목잡기에 쓰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인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탄일 뿐이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의 수사권 일부분만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판사 세평을 수집하는 식의 잘못된 정보수집권한은 폐지되어야 하며, 검사의 잘못된 수사기소를 보완하기 위한 재정신청제도도 검사가 아닌 전담변호사가 공소유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의 직접수사권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대폭 축소되어야 하며, 향후 기소전담기구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참여연대는 검찰은 물론 공수처의 권한 오남용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