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이한형 기자
최근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가 살인, 아동 성폭력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출소 이후에도 재격리하겠다는 내용의 '보호수용법' 제정에 나선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반대 목소리를 냈다.
21일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법무부의 '보호수용법 제정안에 대한 의견 요청'에 "보호수용이 자유의 박탈이라는 본질에서 형벌과 차이가 없다. 거듭처벌 및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보호수용법 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회신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위헌 소지와 반인권적 내용을 제거한 상태에서 아동 성폭력 등 특정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회에서 격리할 방향을 법무부가 마련해 보고했다.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김병욱·양금희 의원 역시 강력범죄자를 출소 후에도 격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들을 검토한 인권위는 제정안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 모두 포함해 의견을 회신했다.
인권위는 강력범죄자의 재범 우려는 형량 강화나 교정·교화 기능의 보완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이중처벌'과 같은 기본권 침해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제정안들의 발의배경은 2008년 아동성폭력 사건으로 우리 사회를 분노케 했던 범죄자의 출소가 다가오면서 출소반대 및 사회격리 여론이 거세게 일어남에 따라 국민의 불안을 일소하고 안전을 보장하고자 발의된 것"이라며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는 양형의 적절성 보완, 형벌 집행에서의 교정 및 교화 기능의 보완, 범죄피해자 보호방법의 실질적 강화 등의 방법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이지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보호수용과 같은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름만 달라졌을 뿐 과거 폐기된 '보호감호제'의 부활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서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상습법의 즉각적인 사회 복귀를 막아야 한다'며 보호감호의 근간이 된 '사회보호법'을 제정, 시행해 오다가 '이중처벌'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폐지된 바 있다.
인권위는 "이미 우리사회는 구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를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폐지한 후 진일보해 왔다"며 "제정안들의 입법내용은 이를 다시 '보호수용'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리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위원회로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정안은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부재해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2조 제1항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형법 등에서 누범 및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보호수용을 할 경우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이중 평가 및 처벌이 이뤄지게 된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거듭처벌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황보 의원은 "흉악범이 거주지로 복귀할 경우 지역사회에 미칠 불안과 공포를 막아야 한다는 입법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위헌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상임위의 심도 있는 논의와 각 분야 전문가의 여론 수렴 등 공론화를 통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2004년 '사회보호법 폐지 및 치료감호 대체법안 마련' 권고를 시작으로 법무부가 2010년과 2014년, 2016년 보호수용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마다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