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 스포일러 주의오랜만에 펼쳐 든 옛날이야기가 하필이면 공포 문학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호러 장르 특성에 충실해 만족감을 선사한다. 때때로 어떤 판타지와 호러는 현실 문제와 사람들 이야기를 영화적인 수사를 동원해 풍자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마치 잔혹동화처럼 말이다.
영화 '모추어리 컬렉션'(감독 라이언 스핀델)은 기괴한 분위기의 장의사가 들려주는, 영안실 시신에 얽힌 잔혹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낸 판타지 호러다.
이 영화는 2019 토론토 애프터 다크 필름 페스티벌 관객 선정 베스트 공포 영화를 수상한 데 이어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레드 부문, 제53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엑스트림 부문, 2020 판타지아 페스티벌 등에 노미네이트·공식 초청됐다.
'모추어리 컬렉션'은 조수에 지원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샘(케이틀린 커스터)에게 장의사 몽고메리 다크(클랜시 브라운)가 죽음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해 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뤄졌다. 영화 안에는 다크가 들려주는 크고 작은 이야기 3편과 샘의 이야기 1편이 담겼다.
영화는 모호한 시대 배경, 판타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와 동네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단순 '호러'가 아닌 '판타지'와 결합한 장르임을 오프닝부터 알리는 셈이다.
외화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메인 스토리는 물론이고 그 안에 담긴 단편 1개와 중편 3개의 이야기는 장의사 다크가 말했듯이 '세상 만물의 보편적 균형'에 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 나쁜 짓을 저지르면 이로 인한 결과가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일종의 '인과응보'다. 요즘 말로 하면 어른들을 위한 '마라맛' 동화다.
특히 무분별한 성관계를 일삼으며 여성들을 트로피 삼아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남성 이야기는 뒤틀린 남성문화에 대한 뼈아픈 풍자를 선보인다. 초반에는 현실에서처럼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중반부쯤 아무런 죄의식이나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던 남성이 임신하며 기괴한 호러물로 바뀐다. 남성이 임신할 수 있다는 상상력까지는 그럴 수 있다는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후의 상황은 잔혹한 방향으로 남성의 잘못을 벌한다.
그동안 여성들이 외쳐 오거나 지적해 온 발언들이 부정당하던 현실은 판타지 호러 속에서 끔찍하리만치 선명하게 남성문화를 비판한다. 어느 지점에서 끔찍함을 느낄지, 그리고 장의사 다크의 말마따나 이야기에 숨겨진 다른 무언가를 보며 끔찍함 속 어떤 통쾌함을 느낄지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호러가 가진 다양한 수사를 이용해 현실 세태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점에서 '모추어리 컬렉션'은 장르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적 장치들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는 점에서 판타지와 호러를 적절히 이용했다.
사랑에 관한 서글프면서도 잔인한 동화도 존재한다.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현실 앞에 무릎 꿇는 인간에 관한 세 번째 이야기 역시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호러 장르의 특성을 잃지 않는다.
외화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내내 이야기를 이어 오던 다크 대신 샘도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샘의 이야기 속 포인트는 반전인데, 이는 메인 스토리에서도 반전의 지점이 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다.
다크는 앞서 샘에게 시신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숨겨진 진실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네 번째 이야기, 메인 스토리에 숨겨진 진실은 이야기의 반전이다. 이 반전이 관객들에게 긴장감마저 제공한다.
'모추어리 컬렉션'은 제목처럼 잔혹한 판타지 호러 동화를 한 장씩 펼쳐나가는 느낌을 준다. 메인 스토리를 비롯해 총 5편의 이야기가 담긴 만큼 다양한 모습의 호러를 만날 수 있다. 일부 장면에서는 매스꺼움과 불쾌함마저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존재하지만, 호러물을 좋아하는 영화 팬들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마주할 수 있는 영화다.
장의사 몽고메리 다크가 말했듯이 각자가 5편의 이야기를 통해 숨겨진 진실을 들여다보거나, 혹은 세상 만물의 보편적 균형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바라봐도 재밌을 것이다.
111분 상영, 1월 21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외화 '모추어리 컬렉션' 포스터. ㈜이놀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