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구애 작전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지사는 19일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26, 27일에는 당내 2030 의원들과 식사 정치를 하는 등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사면 건의를 사실상 거절한 반면,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선 "지자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면서 차기 대권을 둘러싼 '해쳐 모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자신의 '기본 시리즈' 공약으로 민주당 내 세력 모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국회를 찾아 시리즈 중 하나인 기본주택 포럼을 진행한 뒤 청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27일에는 또다른 의원들과 공관에서 만찬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재명계 의원들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때 이낙연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던 의원들은 물론 이낙연계로 분류됐던 의원들도 여기에 화답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같은 기류 변화에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그는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일 재난기본소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전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의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지역간 형평성, 재정부담 우려 등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은 절대 옳고 어떤 정책은 반드시 나쁘다 말할 수 없다"며 "선별지원금보다 훨씬 소액인 보편적 지역화폐 지급이 방역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계가 뭉치기 시작하면서 견제와 반발도 표면화하고 있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MBC방송 화면 캡처
이낙연 대표는 전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가 재난지원금 10만원 지급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마치 왼쪽 깜박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다른 대권 잠룡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 지사가 4차 재난지원금 보편적 지급을 건의한 데 대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두 대권 주자들의 견제와 함께 당내에서는 이 지사가 선택적 침묵을 하며 당과 엇박자를 내는 것이 "기고만장"하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포퓰리즘이긴 하지만,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 시리즈 정책을 당이 만류한다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컨트롤 될 때는 지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미숙한 정치의 발로"라고 우려했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의원들도 이 지사가 유력 대선주자고 가장 큰 광역단체장이다 보니 내부 불협화음으로 비쳐질까봐 노골적 비판을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