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캡처
이혼 리얼리티가 도달한 결론은 '재결합'이 최선이었을까.
TV조선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가 이혼한 유튜버 최고기·유깻잎의 재결합 장려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시청자들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오해나 감정을 정리하는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 흐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우리 이혼했어요'(이하 '우이혼')에서는 최고기와 유깻잎이 재결합과 관련해 진중한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를 만나고 온 최고기는 유깻잎에게 "내가 외로워서도, (딸) 솔잎이를 혼자 키우는 게 어려워서도 아니고 널 여자로 생각하는 마음이 아직 있는 것 같다. 솔잎이도 나도 너란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고 재결합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내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좋아했으면 책임을 졌어야 했는데 책임 못진 것도 미안하고 용기 못낸 것도 미안하고 네가 이혼하자고 했을 때 내가 그렇게 만든 것도, 못 잡은 것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깻잎은 이를 거절했다. 현실적으로 서로 변할 수 없고, 사랑보다는 '미안함'만 남은 관계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노력해도 오빠가 바뀌지 않아서 이해를 한 게 아니라 포기, 체념을 했다. 오빠가 달라진다 해도 나는 안 바뀔 거라 생각한다"며 "이제 오빠가 남자로 안 느껴지고, 사랑이 없다. 사랑보다는 미안함만 남아 있다. 선을 긋는 느낌은 희망을 주기 싫어서 그렇다.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 우리는 그냥 지난날들을 후회하며 살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방송을 접한 다수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이 같은 재결합 분위기 조성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혼 부부들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는 기획의도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중대한 사적 영역인 재결합 사안까지 방송 소재가 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혼 후 재결합을 '목표'로 삼는 것이 여전히 정상 가족 신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한계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재결합을 유도하거나 부추기는 듯한 패널들의 진행 또한 문제로 꼽힌다.
한 네티즌(닉네임: se****)은 "프로그램에 나온 건 자기 선택이지만 재혼 장려 분위기는 너무 폭력적이다. 나온다고 다 재결합하나"라고 '우이혼'의 초점이 빗나간 지점을 짚었다.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_l****)은 "재결합 유도하는 게 몇 번 보이긴 했는데 헤어졌을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다 끝나고 이별한 건데 진짜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부작용 문제 역시 빠질 수 없다. 방송 이후 유깻잎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재결합 거부를 빌미 삼은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이들은 유깻잎에게 재결합을 강요하는가 하면, 수익만을 위해 프로그램에 나왔다며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방송에서는 유깻잎이 결혼생활 동안 시아버지인 최고기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고기 유튜브 채널에 인격모독성 악성 댓글이 난무했다.
결국 프로그램의 흥미 유발성 짙은 자극적인 전개가 출연자들에게 독이 돼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기·유깻잎 양측 유튜브 채널에는 이를 꼬집는 시청자들 목소리도 드높다.
18일 방송된 '우리 이혼했어요'는 8.1%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해 지난 회차보다 0.7% 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