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곳곳에서 '뜸'을 들이고, 때론 한숨을 쉬며 난처한 입장을 보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어진 답변에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사면의 문제는...(어)" 문 대통령은 첫 질문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질문부터 말끝을 흐렸다.
4초 간의 침묵 뒤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들 하셨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며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고 말을 이었다.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묻는 질문에 대해 문 대통령의 고심의 흔적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수감 상태에 대해 평소 안타까워했다는 점, 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신년부터 제기하며 정치권의 주목도가 높았다는 점에 부담스러운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질문에 대한 고민을 일부러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그런 뒤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원칙론으로 사면론에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120분간 비교적 거침이 없었던 대부분의 답변들과는 사뭇 무겁게 입을 떼는 순간들은 곳곳에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문 대통령은 크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고, 그리고 그 이후의 여러 논란의 과정에서 이른바 2차 피해가 주장되는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단순 의혹에서 나아가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을 꺼냈다. 박 전 시장의 혐의를 인정한 법원에서 판단을 존중하며 원칙적으로 답변한 셈이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로 숨진 입양아 정인이 사건'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도 말을 쉽게 잇지 못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 요즘... 이 아동학대...그렇게 해서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하는 사건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말하며 말 끝을 흐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입양아동 학대 재발방지 대책을 말하는 과정에서 '입양 취소'나 '입양아 교체' 등을 방지대책으로 언급하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입양아에 대한 아동학대가 마치 입양아와 부모가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인 것으로 오해됐기 때문이다.
최초로 진행된 화상 기자회견이다보니 인터넷 연결 상태 불량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통신 불량이 일어나, 질문이 끊기거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
한 외신 기자의 질문은 연결 상태로 인해 통역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3~4초 간의 침묵이 생기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질문을 현장에서 세 번이나 반복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