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정문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인이 죽인 양부모 사형", "살인자를 사형하라"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 관련 첫 재판이 열린 법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모여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13일 서울남부지법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활동가들과 일반 시민들 약 50명이 모여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살인죄!! 사형!!', '양부모에게 최고형을'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오전 9시 20분쯤 구속된 피고인을 실은 호송 버스가 법원 정문을 통과하자 이들의 외침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버스쪽으로 피켓을 흔들고 양모의 이름을 언급하며 "사형", "사형"이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대전에서 부인과 함께 새벽 5시 30분에 출발했다는 황모(39)씨는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건인데 저희가 참여를 안하면 검사는 또 기소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을까봐 한 명의 힘이라도 보태주려고 아빠의 입장으로 왔다"며 "정인이한테 뭔가 해줄 수 있는건 없을까 하다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며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경기 파주에서 오전 7시에 개인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는 소아과 간호사 윤모(47)씨는 "정인이 사건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왔다"며 "어른으로서 말 못하는 아이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도 아동학대 관련 단체에 가입할 것"이라며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사람이 되려고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형탈을 쓰고 온 김지선씨는 "양부모가 정인이를 살해했는데, 학대치사로 기소된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살인죄로 기소해 달라고 힘을 보태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가 살아 있었다면 오늘 원고로서 자신을 죽인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거다. 어른들도 자기를 그렇게 폭행한 사람을 마주할 때 무서운데,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인형탈을 쓰고 왔다"며 "하늘에서 보고 있을 정인이가 이걸 보고 조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불구속 상태에서 이날 함께 재판을 받을 양부는 일찍부터 법원 청사 내에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업무시작 전에 변호인과 함께 들어와 있던 양부는 전날 법원에 '신변보호조치'를 요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10시 전에 법원에 출입할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16개월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정문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