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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크루, 지난해 서울시 온라인축제 전수분석
서울시 자치구 '온라인 행사' 40여개 열어
수억원 들여 유명가수 불렀는데 조회수 '10회 미만'
전문가들 "전형적인 관료사회 소극 행정"
일부 자치구, 온라인 행사 미개최로 예산 절약

구로구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서울 지역 기초자치단체에서 개최한 비대면 온라인 행사가 수십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종 축제를 개최할 수 없게 되자 비슷한 주제로 온라인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언택트' 행사를 두고, 코로나19라는 국가 비상사태에 목적도, 효과도 불분명한 곳에 관습적으로 세금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구 '비대면 축제' 수두룩…유명가수 불렀는데 10명도 안 본 영상도

11일 청년정책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서울시 내 자치구가 진행한 온라인 축제는 40여개 정도로 파악됐다.

일부 축제는 최대 수억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애초 기획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로구가 지난해 9월 1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구로G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매년 개최하던 마라톤대회 등 체육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한 달 내내 온라인 비대면으로 각종 프로그램이 열렸다.

구로구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중식요리 전문가 이연복, 유명 록밴드 크라잉넛 등 유명인을 총동원해 약 250여개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구로구가 쓴 돈은 약 4억5천여만원에 달한다.

채널 전체 누적 동영상 조회수는 2만여회로 동영상 1개 당 100회 미만이었다. 이연복 셰프가 출연한 동영상이 1200회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대부분 영상이 수십회에서 수백회에 머물렀다. 가수 크라잉넛의 공연 영상 중 조회수가 8회에 그친 것도 있다.

관악구 강감찬축제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해 11월 6~8일 열린 이 행사에는 1억2500만원이 사용됐다. 온라인 백일장과 미술공모전, 사진전 등을 열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초대해 '온&오프 축제살롱'을 열었다.

관악구는 유튜브 조회수 1200회를 기록하는 등 약 5천명이 축제에 참가했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유튜브 조회수 외에도 관악구문화재단 홈페이지 단순 접속자 수를 모두 집계해 인원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서대문구는 1억400만원을 들여 독립민주축제를 열었고, 송파구는 6억원을 들여 한성백제문화제를 개최했다. 은평구는 '힘내라 은평'에 2억5천만원, 종로구는 한복축제와 문화축제, 거리공연 축제에 6억원을 썼다.

이들 대부분 단순 유튜브 조회수와 홈페이지 접속자 수로 참가인원을 계산해 '뻥튀기' 통계를 내놨다. 중랑구 용마폭포 문화예술축제는 참여인원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행사 이틀 전 홈페이지 개설하고 참가자에게 식사권 뿌려

행사 자체를 졸속으로 운영한 경우도 발견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17일 청소년 축제 '2020 놀라운 토요일 서울 EXPO'를 개최하면서, 관련 홈페이지를 행사 이틀 전에야 개설했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홍보가 얼마나 이뤄졌을까. 이 행사는 유튜브 전용 채널에서 실시간 생중계됐다. 지난 8일 기준 1시간 50분짜리 실시간 중계 동영상의 조회수는 795회. 채널 구독자는 48명이다.

일부 행사는 기획 의도와 관련이 없는 상품을 참가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뿌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4~15일 열린 서울시 '걷자 페스티벌'에는 1억5천만원이 들었다. 서울시 전역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걸어 목표 걸음수를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보행문화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열렸다. 서울시는 정해진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 1천명에게 맥도날드 햄버거(더블 1955) 세트를 발송했다.

◇전문가들 "전형적인 소극 행정…감사하면 문책도 가능"

전문가들은 이런 지자체 행태가 "관료사회의 전형적인 소극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내 한 지자체에서 수년간 감사관을 지낸 회계 전문가 A 회계사는 "전형적인 공직자의 '복지부동' 관습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미리 수요조사 등을 통해서 준비하면 충분히 더 의미 있는 곳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넋 놓고 있다가 잡힌 예산을 급하게 써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언론에서만 지적할 일이 아니다. 각 지자체 감사기관을 통해서 오히려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하고 담당 공무원 문책 등 징계를 줄 수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잡힌 예산이 불용처리되면 이듬해 예산이 깎이거나 공무원 성과 점수가 안 좋게 나올 수 있다. 의회 승인을 받으면 용처 변경이 가능하지만 번거롭고 괜히 일을 벌이는 게 눈치가 보일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잡힌 예산을 일단 빨리 써버리려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서울시 차원에서 기획했던 행사들은 대폭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비한 부분들도 있었다"면서 "올해 2021년도 예산을 심사할 때는 그런 점을 반영해서 축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일부 지자체 '온라인 행사' 전면 취소해 주민 지원에 쓰기도

반대로 취소된 축제를 강행하지 않고 소모성 예산을 줄인 사례들도 있다.

강서구와 광진구, 금천구, 노원구, 동대문구, 성동구, 영등포구, 용산구 등은 예정된 오프라인 축제가 취소되자 지난해 별도의 온라인 행사 없이 미사용 예산을 모두 불용처리(반납)했다.

서초구는 기존 서리풀페스티벌을 취소하는 대신, 12월에 소규모 온라인 축제를 열어 예산 수억원을 절약했다. 강북구도 5억7천만원이 배정된 4·19기념문화제를 1천만원 규모로 줄여 진행했다. 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줄였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은 예산을 모두 미사용 처리해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도 지자체와 의회가 합심해 예산을 절약한 사례가 있다. 충북 제천은 지난해 청풍호벚꽃축제 등 축제·행사를 취소하고 확보한 예산으로 시민 한 명당 10만원씩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최근 제천시의회는 올해 상반기 예정된 모든 소모성 행사를 취소하고, 자체 여비까지 축소해 40억원을 확보했다. 제천시는 이 돈을 코로나19 극복 및 경제활성화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코로나19로 4차 추경까지 하는 마당에 지자체들이 예산 집행을 위해 온라인 축제를 연다는 건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며 "예산이 없어 방역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못한 동부구치소 사례를 생각해 보면 이런 돈들이 재난지원금 등 좀 더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올해 지자체 예산도 점검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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