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팬덤 정치가 부른 의사당 폭동…꼭 미국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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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팬덤 정치가 미국 민주주의를 죽인다
팬덤 정치 뒤엔 꼴통 유튜브 넘쳐
유튜브 알고리즘 개선해야
문빠든 박빠든 패거리들인걸
홍위병들과 나치들도 팬덤 일종
언론, 유튜버들 개과천선해야
팬덤 없는 정치 지도자가 나와야 할 텐데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트럼프 지지자 시위대가 시위 중이다. 연합뉴스

 

민주주의 제도의 상징인 미국 민주주의, 그 산실인 미 의사당이 유린당했다.

상하 양원의 의사당은 물론이고 하원의장실이 폭도 같은 시위대에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 '폭도'(부시 전 대통령)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최루가스가 난무하며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과 4명이 숨졌다.

폭동과 다를 바 없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거나 "극단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사상 초유의 시위대 점거 사태 빚어진 미 의사당. 연합뉴스

 

미국은 그동안 인권 유린과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LA· 뉴욕·시카고 폭동은 있었으나 백악관을 내려다보고 있는 의사당이 폭도들에 4시간이나 장악된 된 것은 244년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치욕적인 일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중심국인 미국의 수치이자 초강대국 미국의 해가 저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미국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국가나 사람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미국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알렉스 드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가 다수당의 독선이나 독주에 아주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일찍이 설파했다.

특히 극단적인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 전 지지 연설에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TV리얼리티 프로에 나와 "너 해고야"만을 외친 부동산 투기꾼을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했으니 미국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미국은 양당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국가로 초등학교에서부터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가르친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느 당에도 기울지 않은 중간층(스윙보터), 중간지대의 국민과 지역(주)이 균형을 잡아주는 묘미를 발휘했으나 트럼프 같은 지도자가 나올 땐 그 균형추가 제 기능을 작동할 수 없다.

2000년부터 공화·민주당이 극심하게 대립하더니 미 의사당 폭동 사태를 맞은 것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트럼프 같은 극단적 정치 지도자들에 있고, 다음으론 팬덤으로 갈린 '꼴통(빠)부대', 물질주의, 탐욕, 인간 중심 사회 등에 있다.

팬덤(패거리)을 양산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부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이용자가 한두 번 이념 지향적이거나 한 쪽으로 치우친 동영상을 보고 나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계속 편향적인 동영상만을 추천한다.

기욤 샬로 전 구글 엔지니어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시청 시간에 최적화되어 있다 보니 음모론이나 혐오 콘텐츠들이 추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파했다.

뉴스·연예·오락·스포츠 등 거의 모든 영역의 콘텐츠를 장악한 유튜브는 특히 가짜뉴스 진원지이자 양산지다.

우리나라의 양 극단 진영 인사들도 비록 가짜뉴스일망정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유튜브를 시청하고 글을 접한다.

유튜브 조회수 70%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 동영상이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면서 극단으로 흐르게 되고 다른 의견은 배척하는 습성이 배태된다.

지난해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밀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박빠(박근혜 대통령 열혈 지지자)들이나 문빠(문재인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사람들)들은 사실과 진실 여부는 관계없이 취향·이념·편가름에 의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태극기 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펴더라도 무조건 반대만을 일삼고,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은 비정상과 위선이 판을 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옳고 공정하단다.

우리 정치에서 최초의 팬덤 비슷한 지지자 그룹이 탄생한 것은 2002년 대선 후보 선출 광주 경선 때 노빠(노무현 전 대통령 열성 팬)들로 볼 수 있지만 노빠들은 박빠나 문빠와는 달랐다.

그래서 박빠 중심의 태극기 부대와 대깨문 집단이 솔직히 두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백악관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진격해 힘을 보여주라"는 지시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팬덤들도 언제라도 주군을 위해 산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광복절 열린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에서 참서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인간 역사에 광기를 부린 지도자들이 등장해 역사를 망친 배경에는 팬덤들이 한몫을 했다.

문화대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뚱의 홍위병들이나 히틀러의 열혈 지지자, 나치들도 팬덤 일종이었다.

마오나 히틀러는 국내 정적 제거와 전쟁을 위해 극성적 팬덤들을 조종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팬덤이 필요하다지만 국가 발전과 민생, 국민복리에는 백해무익한 집단들이다.

차기 대권이나 서울·부산시장을 노리는 예비 후보들은 팬덤 우군을 만들기 위해 안달이다.

팬덤들이나 지지세력만을 겨냥하며 구애하는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권 역시 미국의 의사당 폭동 사태를 우리와 견주어, 위기에 처한 합리적, 이성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살려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피가 묻은 재커리 테일러 제12대 미국 대통령 흉상. 연합뉴스

 

언론의 책임이 크다.

가치 지향성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팩트를 침소봉대하고 왜곡하는 언론의 보도 형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양 극단의 유튜버들은 이번 기회에 개과천선해야 한다.

정치 유튜버들은 돈벌이용인지, 자신들의 신념 전파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언젠가 극렬한 시위, 폭동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말은 히브리 민족을 구해 광야에서 40년 동안 풍찬노숙한 모세가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유언처럼 강조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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