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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당신 인생에서 '앙리 할아버지'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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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가득한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대학로 예스스테이지 1관에서 2월 14일까지

파크컴퍼니 제공

 

어쩌면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관람은 강추위를 이기는 최고의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연극이 끝난 후, 온기가 객석을 가득 채웠다. 귀갓길 관객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팬데믹 가운데 뜨신 방바닥의 유혹까지 견뎌내고 공연장으로 발걸음한 이들이 누린 행복이었다.

앙리 항아버지와 나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와 발랄한 대학생 '콘스탄스'가 서로의 인생에서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극이 진행될수록 앙리와 콘스탄스의 인생사가 하나하나 드러난다. 여느 인생이 그렇듯 가슴 아픈 사연과 따뜻한 추억이 공존한다. 각자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은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친구가 된다. 앙리는 말뚝에 묶여 있는 코끼리 이야기를 해주며 콘스탄스에게 진정한 꿈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콘스탄스 역시 아들부부와 갈등하는 앙리가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세대공감 연극'이다. 까칠한 70대 독거노인과 불안한 40대 불임부부, 꿈을 찾아 방황하는 20대 대학생이 소통·공감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은 마음 속으로 되뇐다. '인생사 별 것 아니구나. 서로 사랑하면서 살면 되는구나.'

파크컴퍼니 제공

 

앙리가 죽기 전 사랑하는 콘스탄스에게 남긴 편지는 연극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봐! 삶이란 건 말이야. 성공이나 실패로 가를 수 있는 게 아니야. 굳이 우리의 짧은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로 가르라고 한다면 그건,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 결국 그거였어. 아 참, 또 있다. 감기 걸리지 마."

앙리 할아버지와 나의 또다른 힘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80대 이순재·신구(앙리), 30대 박소담·권유리·채수빈(콘스탄스)은 실제 친할아버지와 손녀를 보듯 연기 호흡이 자연스럽다. 중견배우 김대령·조달환 ·이도엽(아들 폴)과 김은희·유담연 ·강지연(며느리 발레리)은 앙리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은근히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을 맛깔나게 표현했다.

프랑스 극작가 이방 칼베락의 희곡이 원작인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2017년 초연, 2019년 재연했다. 이순재와 신구, 채수빈은 세 번째, 권유리는 재연에 이어 두 번째, 박소담은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다.

"날씨 추운데 옷 두껍게 입고 가." 연극을 보고 나면 엄마의 잔소리가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연극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 인생에서 '앙리 할아버지'는 누구입니까." 대학로 예스스테이지 1관에서 2월 14일까지.
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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