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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정인이' 막으려면 '복붙' 말고 '진상조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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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주최 '양천 아동학대 사건' 간담회
전문가들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 필요"
"전담인력 교육·입양체계 공공화·아동문제 전담 통합부처 신설"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치된 정인이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한형 기자

 

"지난해 10월 '정인이'가 숨진 뒤 별 대응이 없다가 최근 방송이 나오니 대책이 쏟아집니다. 대통령이 대책을 주문했고, 국회에 발의된 법안만 40여 개입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이에 대책을 만들 수 있을까요. 무엇을 얼마나 분석하고 대책을 만든 건지 묻고 싶습니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김영주 변호사)

7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주재로 열린 <'양천 입양아동 학대사건'을 통해 본 아동보호체계의 문제점 진단> 긴급 국회 온라인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정인이 사건'이 전파를 탄 뒤에야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와 국회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려운 문제인 만큼 쉽게 가려고 해선 안 된다. 중장기적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주 변호사는 "(국가가) 제도 개선 측면에서 조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수사한 내용과 언론 보도 뿐이다. 조사의 내용과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어 국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클림비 보고서'도 언급했다. 영국 정부는 8세 여아 클림비 아동학대 사건을 2년 동안 조사하고 발표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김 변호사는 "각 부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현장을 직접 뛰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 등을 위주로 조사해, 현장에서 구현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아동학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국회에 발의된 법안 대부분은 아동학대 가해자 신상 공개, 형량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오는 3월부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과 부모를 즉각 분리하는 조치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대책들이 피해 아동에게 무엇이 '최상의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적용할 수 있는 분리조치는 이미 있다. 아동학대인지 판단을 못하는 게 문제"라며 "종사자의 전문성을 끌어올려 이들이 유연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 감수성을 가진 새로운 통합 부처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예산의 전향적 투입과 각종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게 필수"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복지부가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동정책의 우선순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고우현 매니저도 "정부 예산 규모는 곧 사안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인데, 우리나라의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GDP 대비 0.2%로 OECD 평균의 1/7 수준"이라고 했다.

아울러 법령·제도·아동심리·조사기법 등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각종 판단을 위한 체크리스트와 지침, 평가툴을 연구하고 최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문제는 초기에 투입된 인력의 전문성과 신속한 조사가 중요한 만큼, 경찰 조직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복지부는 통합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며 아동기본법 제정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박은정 과장은 "컨트롤타워나 체계 정비가 필요하겠다는 문제의식하에, 정책 연구용역을 통해 제대로 준비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아동을 분리조치한 후 필요한 인프라(쉼터, 전문가정 위탁 등)에 대한 수요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홀트아동복지회. 박종민 기자

 

한편 '정인이 사건'으로 또 다시 입양 후 사후관리 문제 등이 불거진 만큼, 입양 시스템의 '공공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입양 주선을 민간기관에 맡기다 보니, 절차를 진행하는 실무진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입양절차 관리에 허점도 크다는 것이다.

국내입양인연대 민영창 대표는 "아이와 부모를 매칭할 때부터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떤 부모에게 가는 것이 좋을지'로 고민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주기적으로 방문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발달 상태를 확인하는 방문관리제 등을 도입하고, 공적 기능 확대·평가제 형태 운영 등 입양 사후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노혜련 교수는 "입양아동을 배치하기 전 가정조사 내용을 세분화·표준화하고 부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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