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예고된 표절 논쟁…솔비라서 가능한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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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 작품 재해석한 케이크로 '표절 논란'
대중 논쟁까지 녹여내 앤디 워홀 오마주 퍼포먼스
담론 확장되면서 작품으로 성장한 '그냥 케이크'
"직접 기획한 영상…논란도 실험적 작품으로"

앤디 워홀을 오마주한 솔비의 케이크 퍼포먼스. (사진=솔비 SBS 캡처)

 

'표절이냐 오마주냐' 대중 사이에서 오간 설전도 결국 하나의 작품이 됐다. 작가 겸 가수 솔비(본명 권지안)가 표절 논란을 오마주 퍼포먼스로 피드백하면서 또 한 번 담론 확장의 장을 열었다.

발단은 지난 23일 솔비가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됐다. 솔비는 "이 케이크도 저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봤는데 어떠냐. 너무 실험적이냐"면서 '#현대미술케이크'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클레이(점토)를 반죽한 듯한 독특한 모양새로 화제가 된 케이크는 이내 표절 논란을 몰고 왔다. 케이크 모양이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 작품 중 하나인 'Play-Doh'와 유사하다는 문제 제기였다.

솔비는 곧바로 원래 게시물에 "아이들 클레이 놀이하는 걸 보다가 제프 쿤스 'play-doh' 작품을 보고 영감받아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저만의 케이크를 만들어 봤다. 사실 이렇게 이슈가 될지 몰랐다"며 "'play-doh' 작품의 개념처럼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저 역시도 이 자유로운 발상을 케이크로 전환해봤다"고 자세한 부연을 덧붙였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제프 쿤스는 팝아트계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익히 들어봤을 이름이다. 이미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솔비가 해당 작가의 작품을 대놓고 '표절'하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

부연 설명에도 계속되는 논쟁에 솔비는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을 오마주한 퍼포먼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앤디 워홀은 1982년 '미국의 66가지 풍경'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하면서 자신이 약 5분간 버거킹 와퍼를 먹는 장면을 촬영했다. 영상 마지막엔 'Burger, New York'(버거, 뉴욕)이라는 음성이 자막과 함께 삽입돼 이것이 뉴욕의 대표적 풍경임을 시사한다.

지난 28일 SNS에 게시된 영상 속에서 솔비는 버거 대신 문제의 케이크를 먹은 후 'Just a Cake, Seoul'(그냥 케이크, 서울)이라는 음성을 자막과 함께 넣었다.

제프 쿤스 작품을 재해석한 솔비의 케이크. (사진=솔비 SNS 캡처)

 

소속사에 따르면 애초부터 이 케이크는 솔비가 언급한 제프 쿤스의 작품 'Play-Doh'를 '오마주'해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솔비의 케이크를 보면 'Play-Doh'와는 재료, 질감, 색 배합 등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만 영화에서 숨겨진 '오마주' 장면을 찾는 재미가 있듯이 솔비도 처음에 '저만의 방식' '#현대미술케이크' 등 은유적 단서로 이를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이미 솔비가 영감을 받은 원작자를 밝혔고, 그 작품 의도까지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어 해당 케이크는 '표절'보다는 '오마주'로 볼 수 있다.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해서 상업적 이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솔비가 SNS에 "실제 판매용은 전문 제빵사들이 만든다"고 적었듯이 '자신이 만든 케이크'는 판매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일반 대중에게 낯선 제프 쿤스의 작품을 '오마주'해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케이크 퍼포먼스 역시 솔비 구상 아래 진행됐다. 솔비가 홀로 공간을 꾸미고, 촬영·연출까지 모두 스스로했다. 케이크를 두고 벌어진 '논쟁'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종종 현대미술에서는 논란을 담론으로 확장시키는 퍼포먼스가 기획된다. 대중으로부터 촉발된 논란을 역이용해 자신의 예술세계에 녹여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입을 뿐 아니라 마치 생명체처럼 유기성과 역동성을 가지게 된다.

벌써 이 과정을 통해 솔비는 케이크와 영상, 영향력 있는 두 작품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꾸준히 대중과 미디어를 소재로 실험적 작품들을 선보여 왔기에 이번 '표절과 오마주 논쟁'을 불렀던 케이크 역시 이런 일환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속사는 "권지안 작가가 먹은 케이크는 본인이 만든 케이크는 아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케이크도 결국 작품이 됐기 때문에 혹시 몰라 보관이 돼 있다"며 "권 작가는 처음에 '그냥 케이크'를 만들었지만 작품으로 수용돼 표절 논란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를 더 실험적인 작품으로 풀어내고자 영상을 만든 것으로 안다. 작가 권지안으로,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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