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2020 중국' ①]열사 리원량 vs 영웅 중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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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원량 "사스 발생, 조심하라" 글 올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공안에 처벌
사후에 열사 칭호 얻었지만 그때뿐
중난산은 코로나19 사람간 전파 '확실' 첫 언급
中 당국과 보조 맞추며 산 영웅으로 등극
'방심금물' 경고 사실로…코로나 재확산 공포

글 싣는 순서
① 열사 리원량 vs 영웅 중난산
<계속>

우한중심병원 안과의사 故 리원량(왼쪽)과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우한중심병원의 안과의사 리원량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은 지난해 12월 30일이었다. 중국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즉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하기 하루 전날이다.

중국 국가감찰위원회가 지난 3월 19일 발표한 리원량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27일부터 29일 사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사례가 다수 보고 되자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29일 조사에 나섰다.

리원량은 30일 오후에 환자보고서를 입수해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동료 의사 대화방에 공유했다. 화난시장에서 7건의 사스 사례가 발생했으니 가족들을 잘 보살피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리원량은 이튿날 새벽 1시에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불려가 환자보고서를 어디서 구해 SNS에 올렸냐며 혼쭐이 났다. 나흘 뒤인 1월 3일에는 공안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뒤 훈계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온라인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친 8명이 처벌을 받았다며 리원량의 징계소식을 보도했다.

중국이 리원량의 입은 틀어막았지만 정체불명 바이러스의 기세는 거세졌다. 리원량 자신도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19에 감염돼 4주 투병 끝에 사망했다. 그는 사망 9일 전 온라인 경제매체 차이신과 가진 원격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회에는 한목소리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사망하자 전염병에 대해 미리 호루라기를 분 의인으로 치켜세워졌다. 후베이성 정부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인물에게 부여되는 최고 등급의 영예인 열사 칭호를 붙여줬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리원량의 이름은 중국 매체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초기 당국의 대응 실패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의사 리원량은 죽어서 영웅으로 미화됐지만 살아서 영웅이 된 사람이 있다.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도 잘 알려진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다.

중난산 원사는 처음에는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소방수 역할로 언론에 등장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번지던 지난 1월 20일 국영 CCTV에 출연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시장에서 양생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람간에 전염되는 것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 중국 보건당국의 입장은 사람간에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것이었다.

중난산 원사의 발언은 같은 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단호하게 병의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 "인민 군중의 생명 안전을 가장 앞에 놓아야 한다"는 지시로 뒷받침 되면서 권위가 실렸다. 조율된 듯한 느낌이 묻어난다.

그러나 중난산 원사도 처음에는 코로나19의 위험성과 확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듯하다. 춘절 연휴를 고비로 정월 대보름쯤에는 잡힐 수 있다고 했다가 아무 설명 없이 말을 바꿨다.

중국 최고의 호흡기질환 전문가라는 권위는 코로나19의 기원을 알 수 없다는 중국 정부 논리를 강화하는 데도 이용됐다.

그는 지난 2월 말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중국만 고려하고 외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현재 외국에 일련의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1월 CCTV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화난시장 내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 것을 뒤집은 것이었다.

그러나 중난산 원사의 역할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그는 고비 고비마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 등장해 코로나19의 위험성과 철저한 예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고 코로나 퇴치를 위한 의학적 구심 역할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중난산 원사는 지난 9월 8일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그는 훈장을 받으면서 코로나 투쟁이 단계적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방심할 수 없고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도하에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임무로 삼아 중국인의 건강과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단계적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방심할 수 없고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발언은 사실이 됐다. 27일 하루에만 4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중국에서도 점차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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