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비대면사회 디지털대전환 '속도'…노인들이 설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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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노인③]
곳곳서 키오스크, 온라인 기반 매장 등장
온·오프라인에서 '소외'된 노인…"씁쓸"
연령 높아질수록 기술 활용능력 낮아져
기기 사용 두려움, 낮은 이용동기 '원인'

※올 초부터 확산한 코로나19가 연말까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차 대유행에 따라 이동에는 더욱 제약이 걸렸고, 각종 실내 공공시설은 운영이 중단됐다. 경제가 움츠러들면서 일자리에 타격을 받은 이들, 얼어붙은 취업난에 더 힘겨웠던 취준생들, 감염 확산 우려로 대면 돌봄을 온전히 받지 못한 아동·청소년 등 사회 곳곳에서 고통이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국 속 비대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 강원영동CBS는 몸이 불편한 데다 면역력도 취약해 하루하루가 유난히 더 가혹했던 노인들의 삶을 조명해 본다. 또 비대면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디지털 격차로 소외된 노인들의 현실과 과제도 들여다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차라리 몸이 아픈 게 낫지.." 코로나에 우울한 노인들
② 고령사회 노인 수용 많아지는데…요양시설 '감염 사각지대'
③ 비대면사회 디지털대전환 '속도'…노인들이 설 자리는?
(끝)
두 중년 남성이 강릉시 구정면의 한 무인 카페에서 기계를 작동해 직접 커피를 뽑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노인들이 많이 사는 강원 강릉지역에서 요즘 카페나 음식점을 가보면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정보단말기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 매장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업원이 아예 상주하지 않는 무인 카페도 있고, 무인시스템으로 주문을 받는 식당도 있다.

대부분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면서 더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미숙한 노인들에게는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취재진이 평일 강릉의 한 무인 카페를 찾았을 때도 이용자 중 60세 이상 어르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5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두 중년은 "얼음을 넣으려면 무슨 버튼을 누르면 되나", "카드 먼저 바코드에 대면 되느냐" 등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고 작동한 끝에야 커피를 받아들었다.

카페에서 만난 50대 초반 김모씨 부부는 "처음 작동하는 기계인 데다 여기는 현금도 안되고 카드만 되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아무래도 어려워하시더라"며 "저희도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사람들이 뒤에 줄을 서 있으면 심적으로 부담이 생겨 못하는데 어르신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강릉시 강문동의 한 식당에서는 태블릿PC를 활용한 무인주문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릉에서 처음으로 태블릿PC를 활용한 무인주문시스템을 도입해 식당을 운영 중인 최석환(41) 사장은 "아무래도 노인 분들은 사용에 어려울 수밖에 없어 태블릿PC 글씨 크기를 키우고 주문 단계를 줄이기도 했다"며 "비대면 시대에는 무인시스템이 기본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코로나19가 이 흐름을 더 가속화 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현재 오프라인 매장 외에 온라인 음식점 매장을 2개 더 운영 중"이라며 "앞으로 상점 개수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상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모두 배달앱을 이용해 포장만 가능하다. 온라인에서 주문자들의 연령층은 대부분 20~30대로, 60세 이상은 없다.

비대면 사회에서 디지털기기를 기반으로 한 기술발전은 앞으로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령자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이동조차 어려워 경로당에도 나가지 못하는데 기기 사용도 미숙한 탓에 노인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소외'되고 있다.

취재진이 강릉에서 만난 65세 이상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이용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다 결국 실패해서 그냥 안 먹고 말지 하면서 나와 버렸다", "스마트폰이 있지만 전화만 받지 다른 건 해본 적이 없다", "손녀딸이 가르쳐 주긴 하는데 반복해 활용하지 않으니 금방 까먹는다" 등 경험담을 전했다.

전자기기 10개에 대한 연령별 기술활용능력 조사. (그래프=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김영선 교수 제공)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김영선 교수가 2017년 노인실태조사를 기반으로 '고령자 기술활용능력'을 분석한 결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활용능력은 점점 낮아졌다. 전자기기 10개에 대한 연령별 기술 활용능력 조사에서 만 65세~74세 2.83개, 만 75~80세 1.12개, 만 80세 이상 0.42개 등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이면서 교육, 가구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활용도는 더 떨어졌다.

올해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에서 최근 1년간 비대면 거래 경험이 없는 고령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통해 디지털기기 미사용 이유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기기 사용의 두려움, 낮은 이용동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고령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방법이 어려울 것 같아서'가 49%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39%,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는 것을 즐겨서' 25%, '시도해본 적이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 22% 등으로 이어졌다. 만 65~69세와 만 70세 이상 모두 방법이 어려울 것 같아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 않았다.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중 1위는 '직원을 통해 사는 것이 더 편해서(47%)'였다. 그 다음으로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39%,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27%, '시도해본 적이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 15%, '주문시간이 길어져 뒷사람에게 불편을 줄까 봐' 12% 등으로 분석됐다.

(표=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제공)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김영선 교수(BK 교육연구단 단장)는 "IMF처럼 사회적으로 충격이 크게 올 때 개인에게 제일 크고 빨리 충격이 오는 계층이 바로 노인"이라며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에 '디지털'이라고 하는 사회변화는 이 충격을 더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디지털 이용동기로, 어르신들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잘 쓰려는 경향이 있다"며 "노인들에게 건강, 식품 등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방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어르신들이 디지털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제공이 중요한데, 동년배 등이 제공자로 나선다면 노년기 일자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초고령사회가 5년밖에 남지 않아 안 그래도 디지털정보화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코로나라는 '방아쇠'가 그 필요성을 더 당겼다고 본다"며 "60대 젊은 고령자를 포함해 노인들이 디지털기기에 좀 더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환경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좋은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의 노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석재은 교수는 "현재 코로나로 크게 변화하는 것 중 하나가 '생활 전면으로의 급속한 디지털 침투'로 보이는데, 노인들은 아무래도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데 익숙지 않아 많은 부분에서 소외돼 있다"며 "디지털이 중심으로 들어온 사회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구조적으로 훨씬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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